다카이치가 ‘하나의 중국’ 역린 건들자 中 역대급 공세…日도 ‘강 대 강’ 빌드업

모종혁 중국 통신원 2025. 11. 2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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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한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는 위징징(가명)은 오는 연말·연초를 일본에서 보내려는 계획을 접었다.

그러나 10월에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은 전년 동기 대비 22.8% 늘어난 71만5700명이었다.

중국 당국은 한일령을 내려 중국인의 일본 단체 방문을 통제했고 일본 영화와 드라마의 중국 내 상영을 금지했다. 그로 인해 양국의 무역액은 2012년 11%, 2013년 10.5% 낮아졌고, 2012년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은 25.1%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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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갈등 극한 치닫나…중국, 일본에 연일 ‘살라미식’ 추가 보복 카드
‘지지율 70%’ 육박한 일본 총리, 대만 관련 발언 철회 가능성 낮아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중국 베이징의 한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는 위징징(가명)은 오는 연말·연초를 일본에서 보내려는 계획을 접었다. 11월14일 밤 중국 외교 당국이 일본 방문을 자제하라고 공지했기 때문이다. 주일 중국대사관은 위챗 계정을 통해 "외교부와 주일 중국대사관은 중국인이 가까운 시일에 일본을 방문하는 데 주의할 것을 알린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먼저 "올해 들어 일본 사회의 치안이 좋지 않아 중국인을 겨냥한 범죄가 여러 건 발생했고 일본에 있는 중국인 피습 사건도 여러 차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둘째 이유가 핵심으로 "최근 일본 지도자가 대만과 관련해 노골적인 도발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서 중·일 간 인적 교류 분위기를 심각하게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에 "일본에 있는 중국인의 신체와 생명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위징징은 필자에게 "당국의 공지 내용을 모두 믿지 않는다"면서도 "회사 고객 중에는 정부기관과 국영기업이 많고 주변의 눈치가 심하게 보여 다른 나라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11월16일에는 교육부가 나섰다. 역시 일본 사회의 치안 불안을 근거로 가까운 시일에 일본으로 유학 가는 데 신중할 것을 권고했다. 일본 관광산업과 유학 시장에서 중국은 큰손이다. 11월18일 일본 정부 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1~10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전년보다 17.7% 늘어난 3554만여 명이었다. 주요 국가 중 가장 많이 방문하고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나라가 중국이었다. 전년보다 무려 40.7% 증가한 820만여 명이 일본을 방문해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한국은 6.4% 늘어난 766만여 명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1월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2세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中의 한일령…《짱구는 못말려》도 상영 중지

특히 주목할 시기는 10월이었다. 9월18일 중국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731부대가 하얼빈에서 벌인 생체실험을 다룬 영화 《731》이 개봉됐다. 《731》은 일본군이 자행한 잔학한 전쟁범죄를 적나라하게 묘사해 중국인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전역의 극장에서 19억3500만 위안(약 3984억원)의 흥행 기록을 거뒀다. 이에 주중 일본대사관은 일본인에게 반일 감정의 고조를 주의하고 가족과 동반 여행 시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을 공지했다. 몇몇 중국 내 일본인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10월에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은 전년 동기 대비 22.8% 늘어난 71만5700명이었다. 10월1일이 중국 건국기념일이었다는 점에서 의외의 결과였다. 이렇게 많은 중국인의 일본 방문 배경에는 역사상 유례없는 엔저 현상이 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12월 1위안당 15.59엔이었던 환율이 11월19일 21.85엔을 기록했다. 30% 이상 폭락한 엔화 덕분에 중국인은 일본에서 마음껏 먹고 즐길 수 있게 됐다. 

엔저 효과는 유학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일본학생지원기구의 통계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해 5월 기준 일본에서 유학하는 중국인은 12만3485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36.7%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더욱 늘어나 14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11월18일 중국은 영화로 공세 전선을 넓혔다. 12월6일 개봉이 확정됐던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와 《일하는 세포》의 상영을 중단시킨 것이다. 국영 CCTV는 "일본 영화의 종합적 시장 성과와 우리 관객 정서를 평가해 내린 신중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는 중국에서 흥행에 항상 성공한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이렇듯 중국 당국의 일련의 조치가 일본을 겨냥한 한일령(限日令)임이 분명해졌다. 발단은 1월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이었다.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 야당 의원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이 대만을 해상 봉쇄할 경우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 맞느냐"고 질의했다. 다카이치는 "중국이 무력을 행사하는 상황은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다만 "발생한 사태의 개별적, 구체적 상황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를 밝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카이치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를 '존립 위기 사태'로 규정했다. 당연히 엄청난 외교적 파문을 불러올 사안이었다. 11월9일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X 계정에 일본어로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는 일본의 일부 머리 나쁜 정치인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고 다카이치를 저격했다. 또 "중일평화우호조약의 법적 의무를 위반하고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 중 하나인 대만의 중국 복귀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만 문제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

이는 주재국 정상에 대한 외국 공관장의 표현으론 부적절한 내용이다. 11월10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공식 석상에서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내부적으로 들끓고 있었다. 11월13일부터 중국은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다.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해서는 안 된다. 불장난하는 자는 불에 타 죽는다"며 "모든 후과를 반드시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밤에는 쑨웨이둥 부부장(차관)이 가나스기 겐지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11월14일부터 내려진 일련의 한일령 조치는 중국이 예고한 '후과'인 셈이다. 이번에 내려진 한일령은 사상 2번째다. 2012년 일본이 중국명 댜오위다오인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하자 중국 전역에서는 엄청난 반일 시위와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중국 당국은 한일령을 내려 중국인의 일본 단체 방문을 통제했고 일본 영화와 드라마의 중국 내 상영을 금지했다. 그로 인해 양국의 무역액은 2012년 11%, 2013년 10.5% 낮아졌고, 2012년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은 25.1% 감소했다. 한일령은 2015년 들어서야 점차 해제됐다.

당시 양국은 영토 문제를 두고 대립했다. 중국은 대만, 홍콩 등과 관련된 국가 주권이나 영토와 공산당 체제 보전 등을 핵심이익으로 규정하고 있다. 핵심이익은 합의하거나 양보할 수 없는 국가 최고의 이익이다. 그런데 이번에 일본이 대만 문제를 건드렸다. 대만 문제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국가적 가치와 염원을 지탱하는 기본 축으로, 핵심이익 중 핵심으로 손꼽힌다. 대만과 홍콩 일각에서는 "센카쿠 분쟁 때보다 중국이 받아들이는 심각성이 더 크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2012년과 달리 지금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아주 심각하다.

11월19일 중국 외교 당국은 일본에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지를 통보했다. 중국은 2023년 8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이후 일본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다가 지난 6월 재개 결정을 내렸고 11월5일부터 수입했으나 2주 만에 다시 중지한 것이다. 이렇듯 단계적인 '핀셋' 압박에 나선 중국으로 인해 일본은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일본에서 다카이치에 대한 지지율이 67.5%에 달할 정도로 높고 반외국인 정서가 확산하고 있어, 일본 정부도 강 대 강으로 맞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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