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으로 치달은 종묘 대전…선거 앞두고 연일 오세훈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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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 세운지구를 고층개발하는 방안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세운지구 재개발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인데요.
국가유산청, 그리고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데,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쟁으로 번지는 모습입니다.
최지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종묘 앞 고층개발, 언제부터 논란이 커진 건가요?
[기자]
종묘 맞은편 세운상가는 2006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면서 본격 재개발이 추진 돼왔습니다.
노후상가가 밀집해 있어 재개발이 숙원사업인데, 중간에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사업방향의 일관성을 잃는 등 당초부터 개발이 쉽진 않았습니다.
국가유산청으로 명칭을 바꾼 문화재청도 그간 번번이 제동을 걸었는데요.
고층빌딩이 들어서면 종묘에서 바라보는 경관을 해칠 수 있고 문화재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명확히 하면 종묘와 가장 가까운 세운4구역은 약 170m 거리에 있고, 100m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높이를 규제할 기준은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서울시 조례는 100m 밖이더라도 문화재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되면 문화재청과 협의하도록 하고 있기에 그간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9년 동안 13차례나 협의를 해왔다고 합니다.
최근 다시 논란이 된 건 서울시가 해당 조례를 삭제하고 건물의 최고 높이를 대폭 높이면 섭니다.
문화재청 심의를 통해 최고높이를 70m까지 낮췄었는데, 서울시가 지난달 142m까지 다시 높인다고 밝히면서 일명 '종묘 대전'이 시작됐습니다.
[앵커]
분쟁이 대법원 행정소송까지 가게 된 거죠?
[기자]
건물 높이를 올리기 위해 서울시의회는 '문화재보호 조례'에서 관련 규정을 삭제했는데요.
사업성에 걸림돌이 되다 보니 더 높은 건물을 허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섭니다.
그런데 문체부와 국가유산청이 서울시가 조례 개정 과정에서 본인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대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합니다.
대법원이 서울시 손을 들어주는데요.
대법원은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조례를 삭제했다고 하더라도 역사문화환경 보호에 차질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대법원 판단으로 일단락되는가 싶더니, 오히려 분쟁의 시작점이 됐죠?
[기자]
대법원 판단 당일, 국가유산청은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결과를 인정하는 듯했는데요.
바로 다음 날 불복 모드로 태세전환했습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고층 개발 시 종묘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취소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고층 개발을 막기 위해 관련 법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종묘 대전에 합류하면서 정쟁으로 번졌습니다.
[김민석 / 국무총리 (10일) : 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면 종묘에서 보는 눈을 가리고 숨을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르게 하는 그런 결과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됩니다.]
국가유산청이 공개한 종묘 정전에서 바라본 가상 경관 이미지를 보면 좌측 나무 위로 세운지구를 개발한 건물이 우뚝 서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뮬레이션 이미지를 공개했는데, 개발 건물 상부만 나무 위로 살짝 튀어나와 있는 정도라, 국가유산청이 보여준 그림과는 차이가 큽니다.
[오세훈 / 서울시장 (19일) : 눈이 가려집니까? 숨이 턱 막힙니까? 기가 눌립니까? 저희가 시뮬레이션해 보니까, 그렇게 압도적인 경관은 전혀 아니다.]
양측이 서로 완전히 다른 가상 이미지를 공개하면서 공방이 가열되는 모습입니다.
[앵커]
유네스코까지 직접 나섰는데,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받으라고 권고했죠?
[기자]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로부터 공식 외교 문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유네스코는 고층개발로 종묘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다면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도록 권고했습니다.
또 유네스코 검토가 끝날 때까지 개발사업 승인을 멈추라고 명시했습니다.
해당 평가는 개발이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경우 그 영향을 평가하는 절차입니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유네스코 권고를 계속 묵살하면 시정조치를 받고 세계유산 위험목록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는데요.
따라서 평가를 진행한다면 일단 주민대표회의 동의를 먼저 얻어야 합니다.
이후 이해관계자인 국가유산청과 서울시가 협의를 통해 국내외 공신력 있는 기관에 평가를 맡긴 뒤 국제자문기관 검토를 통해 최종 시정조치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앵커]
서울시 입장에선 부담이 크겠네요?
[기자]
평가만 3년 이상이 걸릴 수 있고 시정조치가 나오면 재개발 계획 심의를 다시 해야 할 수도 있어 큰 부담입니다.
또 해당 평가를 진행하려면 법적으로 종묘 인근 '완충구역'을 포함한 '세계유산지구' 지정이라는 게 완료돼야 하는데, 국가유산청이 해당 절차를 마무리하지 않아 평가를 받고 싶어도 못 받는 상황이라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국가유산청은 올해 안으로 세계유산지구 지정을 완료할 계획인데요.
지정이 마무리되면 서울시 입장에선 영향평가를 못 받는다고 할 명분도 사라지게 됩니다.
이런 가운데 20일 국가유산청 산하 문화유산위원회는 서울시에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지 말라며 재차 영향평가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앵커]
양측 입장이 모두 강경해서 상황을 지켜봐야 되겠군요.
세운지구 토지주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죠?
[기자]
세운 4 구역 토지주들의 피로감도 극에 달한 상황입니다.
토지주들은 지난 19일 "선정릉은 문제없고 종묘는 안 되냐"며 반발했습니다.
강남 선정릉은 고층 건물들이 들어선 강남 핵심권역 내에 있지만, 200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는 건데요.
약 250m 지점엔 150m의 포스코센터빌딩이 있지만 문화유산 등재가 문제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토지주들은 더 이상의 개발 지연은 생계문제로 직결되고 착공 지연으로 누적된 금융 채무만 7천250억 원에 달한다며 국가유산청 상대 법적 대응도 예고했습니다.
이렇게 종묘 문제는 문화재 보존과 도시개발, 또 주민들의 재산권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는데요.
현대화에 따른 도시 정비는 자연스러운 순리지만 문화유산 가치 역시 한번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다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또 이번에 고층개발을 허용하게 되면 향후 문화재 인근 초고층 건물이 우후죽순 생겨날 수 있습니다.
적절한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종묘 대전은 장기화될 걸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 논란이 사실상 오세훈 시장과 당정의 정쟁으로 번진 상황이죠?
[기자]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이 역점을 둔 한강버스, 감사의정원 설치문제까지 정부여당의 집중 타깃이 됐습니다.
오 시장이 내년 선거에서도 유력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인만큼 미리 견제구를 던지는 건데요.
국민의힘이 당 지지율은 낮아도 현재 거론되는 민주당 예비 시장후보들에 비해 오시장이 대체로 지지도가 높습니다.
이에 국민의힘도 오세훈 시장 감싸기에 나섰습니다.
주요 사업을 연일 비판하는 김민석 국무총리의 행보를 '사전선거운동'으로 규정하고 대응을 시작한 건데요.
박정훈 의원 등 4명이 김 총리를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이렇게 민주당 견제에 맞서, 국민의힘도 서울시당을 중심으로 맞대응하며 지방선거 준비가 과열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서울시 역점사업에 정치적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이슈의 본질이 정치적 유불리에 가려질 수도 있고, 또 기타 민생사업들이 후순위로 밀리지는 않을지 우려됩니다.
[앵커]
최지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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