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구조 요청에 '사살'로 답한 미국 경찰, 결국 7억 배상한다

미국 미주리 주에서 경찰관이 소형견을 총으로 살해한 지 1년 반 만에 경찰관과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반려견 보호자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지난 18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주리 주 스터전 시 당국과 이 지역의 전직 경찰관이었던 마이런 우드슨 씨는 반려견 '테디'(시추믹스 · 당시 5세)를 살해한 데 대한 배상금 50만 달러(약 7억3,200만원)를 보호자 니콜라스 헌터 씨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지난해 6월 헌터 씨가 우드슨 씨와 스터전 시 당국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지 1년5개월만이다.
사건은 지난해 5월 발생했다. 테디는 헌터 씨가 저녁 식사를 하는 시간에 마당에서 홀로 있다가 울타리 밑에 파인 구덩이를 통해 집 밖으로 나갔다. 이후 테디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헌터 씨는 즉시 이웃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테디를 찾아나섰다.

이튿날 테디를 발견한 이웃 주민이 동물 관리를 담당하는 스터전 시 경찰에 신고해 포획을 요청했다. 그러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 닿은지 불과 몇 분 만에 테디를 사살했다. 이웃 주민은 경찰을 향해 "개가 위협적이지 않으니 총을 쏘지 말라"라고 요청했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우드슨 씨는 이 요청을 묵살했다.
사건 직후 스터전 시는 분노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시민들은 테디가 약 5.7㎏에 불과한 소형견이었음에도 경찰관이 단시간 안에 사살을 감행했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했다. 특히 이 사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헌터 씨가 증거로 확보한 경찰 보디캠 영상이 언론에 공개되자 분노는 더욱 커졌다. 영상 속에는 테디가 그저 포획 도구를 회피할 뿐 어떠한 공격성도 드러내지 않다가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장면이 담겨 있었다.(▶영상)
스터전 시민들 외에도 사건을 접한 미국 전역에서 '무고한 개를 사살했다'며 시청과 경찰에 하루 700건이 넘는 항의 전화를 쏟아냈다. 급기야 일각에서는 스터전 시 경찰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스터전 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경찰관은 '개의 움직임이 이상해 광견병을 염려했고, 감염될 가능성이 있어 사살했다'고 보고했다"라며 "경찰관은 시민의 부상을 막기 위해 정당한 선택을 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시의 입장 발표에도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사살된 테디의 움직임이 이상했던 이유는 그가 가진 장애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서였다. 테디는 당시 시각 및 청각장애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당시 경찰에 신고한 이웃 또한 이 사실을 경찰관에게 전달하며 "위험하지 않다"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결국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고, 경찰관의 행동을 옹호하던 케빈 에이브러햄슨 당시 스터전 시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에이브러햄슨 시장이 사임한 뒤, 시장 대행으로 취임한 세스 트루스델 스터전 시의원은 곧바로 수습에 나섰다. 트루스델 시장 대행은 지역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시 당국이 이 사건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라며 비판 의견을 피력했다. 시장 대행이 들어선 뒤 우드슨은 정직 처분됐고, 그는 경찰을 떠났다.

1년이 넘는 법정 공방 끝에 합의가 발표된 직후 헌터 씨의 소송을 지원하던 동물보호단체 '동물보호법률기금'(Animal Legal Defense Fund)는 환영 성명을 통해 "(보디캠) 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테디가 위협적이지 않은, 그저 작은 개라는 걸 알 것"이라며 미주리 주가 경찰관을 비롯한 법 집행관들에게 관련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 그린 동물보호법률기금 사무총장은 "교육받지 않은 집행관들이 이런 일을 반복해서 저지르면 결국 불필요한 소송 및 합의 비용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일이 스터전 시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는 현장 목소리도 있다. 은퇴 경찰관 제임스 크로스비 씨는 사건 이후 ABC뉴스에 "(경찰의 개 사살 행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이는 더 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로 복무하는 동안 경찰이 15차례 유기견을 사살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크로스비 씨는 "경찰관이 동물에게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할 때에 중앙정부를 비롯해 누구에게도 보고할 의무가 없다"라며 지역 경찰력에 감시와 견제 수단이 없는 점을 원인으로 들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leonard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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