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음료 뚜껑에 구멍이 왜 있을까…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2]

홍성윤 기자(sobnet@mk.co.kr) 2025. 11. 22.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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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사전 - 87] 캔음료 뚜껑에 괜히 구멍 있는 ‘그거’

“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가장 하찮은 물건도 꽤나 떠들썩한 등장과, 야심찬 발명과, 당대를 풍미한 문화적 코드와, 간절한 필요에 의해 태어납니다. [그거사전]은 그 흔적을 따라가는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고, 때론 유머러스한 여정을 지향합니다.
현대적인 캔 음료와 캔 고리의 시초를 논하기 위해서는 60년 전의 ‘쩌는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Unspalsh/YesMore Content]
명사. 1. (韓) 캔 고리 (美) 풀탭(pull tab), 탭(tab), 팝톱(pop-top) 2. (英) 링풀(ring pull)【예문】캔 고리를 들어 올리니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간헐천처럼 음료가 솟구쳤다. 황망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니 친구 녀석이 사악하게 웃고 있었다.

캔 고리다. 말 그대로 캔 뚜껑에 달린 고리를 뜻한다. 영어로는 풀탭이나 탭이라고도 한다. 주로 미국에서 탭(tab)은 무언가를 열거나 닫기 위해 당기는 작은 조각이나 덮개를 뜻한다. 같은 영어권이지만 영국·캐나다 등지에서는 당기는 고리라는 뜻의 링풀로 부른다.
요즘 전자기기 포장에서 봉인 실 테이프를 대체하고 있는 종이 형태의 실도 ‘풀탭’이라고 부른다. 잇섭 유튜브, 2025, ‘애플 아이폰 16e 언빡싱&첫 인상! 매우 예쁘지만 전반적으로 비추.’ 영상 캡처. [사진 출처=잇섭]
모든 캔 음료 뚜껑에 캔 고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 몬스터 에너지의 뚜껑에는 캔 고리가 없다. [몬스터 베버리지]
캔 뚜껑에 굳이 구멍을 뚫어 놓은 이유는 손가락을 걸어서 쉽게 열게 하기 위함이다. 초창기 뚜껑은 구멍이 없는 플랫 탭(flat tab) 형태였다. 이 경우 상판에 딱 붙어있는 탭을 들어 올리려면 손톱을 틈 사이에 밀어 넣고 당겨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가녀린 손톱과 그의 주인에게 참혹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나 부러질게.” “제발 그러지 마.” “그럼 살짝만 들릴게.” “차라리 부러져줘.”

또 플랫 탭은 휘기 쉬워 변형과 손상에 취약하다. 이에 반해 구멍을 뚫어 끝단을 말아 마감한 고리 형태 손잡이는 구조적으로 동일 질량 대비 더 높은 강성이란 이점을 갖는다. 특허 문서에서는 설명하지 않지만, 손가락의 들어 올리는 힘이 면 전체로 분산되는 플랫 탭과 달리 고리 끝, 즉 지렛대 끝에 힘을 집중할 수 있어 효율적이기도 하다.

빨대를 캔 고리에 통과하게 해두면 쉽게 빠지지 않는다는 ‘빨대 지지대’ 의견도 있지만, 이는 발명 이후에 발견된 쓸모로 보는 편이 적합하다. 뚫린 구멍만큼 원재료 비용을 아주 아주 조금이나마 절약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알루미늄 캔의 막대한 소비량을 생각하면, 절약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캔 뚜껑의 아버지 에멀 프레이즈. YES I CAN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캔 그 자체’인 이분의 존영 앞에서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오른쪽 특허 문서는 캔 뚜껑과 캔 용기를 결합한 최초의 발명품, 미국 특허 US3255917A ‘Container opening device for metallic can ends’ 되시겠다. [사진 출처=에멀 프레이즈 유족·구글 특허]
캔 고리의 탄생을 언급하려면 조상 격인 탭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캔 음료가 영혼의 단짝 깡통따개와 결별하고, 탭과 만난 건 1963년의 일이다. 이전까지 캔의 역할은 음식과 음료가 상하지 않도록 단단히 밀봉하는 것이었을 뿐, 여는 것은 인간의 일이었다. 엔지니어이자 공작기계 업체를 운영하던 에멀 프레이즈(Ermal C Fraze, 1913~1989)는 1959년 가족과 함께 피크닉을 왔다가 깡통따개¹를 깜빡한 탓에 맥주를 먹지도 못하고 원망의 눈초리를 받게 됐다. 그는 자동차 범퍼를 이용해 겨우 캔을 딸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이 그로 하여금 도구 없이도 열 수 있는 풀탭 방식을 발명(미국 특허 US3255917A)하게 만들었다. 역시 문과에 고통을 주면 창작이, 이공계에 고통을 주면 발명이 튀어나오는 법이다.
¹ 당시 미국에선 깡통따개를 교회 열쇠(church key)라고 불렀다. 어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19세기 후반 유리병의 금속 뚜껑에 이어 등장한 병따개의 모양새가 크고 투박한 교회의 강철 열쇠를 닮은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후 1935년 통조림처럼 생긴 맥주 캔이 상용화되면서 캔 상단에 구멍을 뚫는 방식의 깡통따개도 교회 열쇠의 이름을 이어받았다.
(왼쪽) 이베이 등 경매 사이트에 곧잘 올라오는 빈티지 병따개. “퀵 앤 이지” 캔 & 병따개라고 적혀 있다. 캔의 상단 테두리에 병따개를 건 채로 손잡이를 들어 올리면, 뾰족한 부분이 주둥이 부분에 구멍을 뚫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반대쪽에도 작은 구멍을 뚫어 공기가 유입되도록 했다(좌상단 작은 사진 참조). 100년 가까이 된 골동품이지만 워낙 대중적으로 쓰인 공산품이다 보니 경매 가격은 커피 한잔 수준이다. (오른쪽) 1930년대 캔 맥주를 즐기는 방법. [사진 출처=이베이·인터넷 커뮤니티·SOUTHERN OREGON DIGITAL ARCHIVES(SODA). ©William D. Schroeder]
지퍼처럼 쭉 잡아당겨 개봉한다고 해서 집톱(zip-top)이라고도 불린 풀탭의 핵심 가치는 캔과 따개를 하나로 합친 것이었다. 프레이즈는 캔 상판에 얕은 재단선(스코어 score line)을 미리 가공해두고, 리벳(rivet)으로 고정된 손잡이를 들어 올려 상판 일부(패널 panel)를 재단된 모양 대로 뜯어낼 수 있게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구멍은 바로 입을 대고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입구가 됐다. 이후에도 여러 개선 기술을 발명했고 이 중에는 캔 고리도 있었다. 프레이즈는 특허 문서에서 캔 고리의 역할을 손잡이 정도로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이후 여러 개선과 변화에도 불구하고 캔 고리는 끝까지 살아남았다.
에멀 프레이즈는 캔고리 관련 개량 특허를 많이 출원했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특허는 1967년 3월 28일 출원한 미국 특허 US3432068A ‘이지 오픈 캔 뚜껑 Easy open can end’. 에멀 프레이즈와 프랜시스 실버(Francis M Silver)가 1967년 3월 출원한 이 특허 문서에서는 (위 그림 26번) 링형 손잡이(ringshaped handle)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은 1800년대부터 쉽게 열 수 있는 캔 뚜껑을 연구해왔다. 내가 한 일은 그저 캔 뚜껑에 탭을 부착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뿐”이라고 자신의 발명을 낮췄지만, 이는 지나친 겸손이다. 알루미늄 컴퍼니 오브 아메리카(Aluminum Company of America·ALCOA)에 사용권을 넘긴 프레이즈는 생산된 캔 하나하나 마다 로열티를 받았다. ALCOA와 협업한 피츠버그 양조 회사(Pittsburgh Brewing Company)가 풀탭을 최초로 도입한 아이언 시티 맥주를 선보였다. 풀탭 도입 1년 만에 판매량이 233% 증가한 아이언 시티 맥주의 성공 이후, 풀탭은 맥주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팝탑이라는 별칭도 이때 붙은 것이다. 펑(pop) 하는 소리를 내며 분리되는 개봉 방식을 직관적으로 설명한 이름으로, 대중 사이에 널리 쓰였다.

프레이즈가 1989년 사망할 당시 그거 남긴 재산은 4100만달러에 달했다. ‘뚜껑에 따개를 달았을 뿐’인 그의 발명으로 도래한 대(大) 알루미늄 캔 시장의 규모는 2024년 기준 520억1000만 달러²에 달한다.

최초로 풀탭 방식을 채용한 맥주 아이언 시티 비어. [사진 출처=rustycans.com]
풀탭의 한계는 날카로운 금속 쓰레기를 양산하고, 사람들이 이걸 아무 데나 버리는 통에 환경 오염은 물론 금속에 베이거나 어린이·야생동물이 삼키는 등 안전 사고를 유발한다는 점이었다. 풀탭으로 인한 부상은 당시 꽤나 흔한 일이었는지, 유행했던 노래 가사에도 등장한다. 가수 지미 버핏(Jimmy Buffett, 1946~2023)의 최고 히트곡 마가리타빌(Margaritaville, 1977)²이다.

‘내 샌들은 망가져 버렸고, 난 팝탑을 밟고 말았지 / 발꿈치가 베인 채로, 난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네(I blew out my flip-flop, stepped on a pop top / Cut my heel, had to cruise on back home).’

² 글로벌마켓인사이트, 2025년 1월, ‘알루미늄 캔 시장 규모, 점유율 및 분석 보고서’ 인용. │ ³ 7집 정규앨범 ‘Changes in Latitudes, Changes in Attitudes’에 수록된 곡으로 빌보드 핫100 차트 8위에 올랐다. 그래미 명예의 전당 헌액작이자 미국 의회도서관에 영구 등재된 노래이기도 하다.
무려 5만5154명(2025년 9월 기준) 회원이 활동하는 금탐사(금속을 탐지하는 사람들의 모임 Friendly Metal Detecting Forum)의 회원 SeabeeRon이 올린 ‘옛날 풀탭’ 전리품들. 세상은 넓고 취미는 다양하다. [사진 출처=metaldetectingforum.com]
빌보드 차트가 인증해버린 풀탭 부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레이즈는 1977년 풀탭의 개선형 ‘이지 오픈 에콜로지 엔드(Easy Open Ecology End, 이하 이지 오픈)’을 내놓는다. 탭을 들어 올리면 절개선을 따라 잘린 상판 일부가 안쪽으로 눌려 들어가며 개봉되는 방식이다. 결자해지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시장의 선택을 받은 건 다른 이였다.

1975년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소재 레이놀즈 메탈스의 엔지니어 다니엘 쿠지크(Daniel F Cudzik, 1934~2018)가 고안한 스테이 온 탭(stay-on-tab) 방식은 뚜껑의 날카로운 면이 분리되지 않고 캔 상부와 연결된 채 내부로 들어가게 만든다. 그리고 탭은 다시 원래 대로 눕혀 상부에 붙게 한 뒤, 음료를 즐기면 된다. 원래는 남남이었던 캔 뚜껑과 캔 따개가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것이다.

위험한 쓰레기는 생기지 않았고, 지미 버핏의 발꿈치도 안전해졌다. 이지 오픈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고 생산성·내구성과 조작 편의성이 뛰어난 스테이 온 탭은 1980년대 들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역으로 뛰고 있다.

캔 뚜껑을 창조한 이가 에멀 프레이즈라면 캔 뚜껑을 완성한 자는 다니엘 쿠지크다. 오른쪽은 그가 특허 출원한 ‘Stay-On-Tab’. [다니엘 쿠지크 유족·USPTO]
1975년경 레이놀즈 메탈스社의 스테이 온 탭 방식 캔. [사진 출처=Library of Virginia]
프레이즈와 쿠지크의 협업 아닌 협업은 알루미늄 캔의 운명과 사람들의 일상을 완전히 바꿨다. 시원한 맥주와 탄산음료를 손가락만 ‘까딱’하면(그리고 손톱만 조심하면) 즐길 수 있게 됐다. 해마다 4200억 개씩 소비되는(2020년 기준) 음료용 알루미늄 캔의 재활용률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그저 버릴 때가 마땅치 않았던 캔 뚜껑 조각을 편의상 붙여둔 것이지만, 길거리에 해변에 쓰레기통에 의미 없이 버려지던 뚜껑에 재활용의 길을 열어줬다. 알루미늄 재활용을 통해 원자재 채굴·제련·운송·가공에 들어가는 에너지의 96%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발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절약 효과는 더욱 돋보인다. 때로는 편리를 추구하는 이기심이 모두를 위한 이타심으로 돌아오는 법이다.
뉴욕 현대미술관 ‘Humble Masterpiece-디자인, 일상의 경이’에 이름을 올린 것도 다니엘 쿠지크의 스테이 온 탭이었다. [사진 출처= lordiablo/flickr, CC BY-NC-ND 2.0]
완벽한 좌우 대칭일 것 같은 캔 뚜껑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이러한 비대칭이야말로 공학적인 완벽함이다. [alibaba.com]
여기서 잠깐, 음료수 캔을 위에서 관찰해보자. 공산품답게 빈틈없는 조형미를 보여줄 것 같지만, 스코어 라인은 좌우 대칭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힘을 덜 들이고도 개봉할 수 있도록 일부러 좌우를 다르게 만들어 힘을 (입을 대는 부분 기준으로) 오른쪽에 집중되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실로 공학적.

그거 한가지 더. 우리가 흔히 뚱캔이라고 부르는, 캔의 상부보다 몸통이 더 두꺼운 캔 용기(250㎖·355㎖·500㎖)의 정식 명칭은 스터비 캔(stubby can)이다. 말 그대로 ‘뭉툭하고 짤막한’ 모양에서 따온 이름이다.

콜로라도 버드와이저 양조장 내에 있는 ‘맥주 캔 따개의 진화’ 조형물.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일상의 사물들은 이렇게 끝없는 개선과 진화를 거쳐 조금씩 완성된 것이다. [사진 출처=Greg Goebel/위키피디아]
캔 고리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신 신헌철 매일경제 경제부장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편 예고 : 트럭 짐칸에 껍데기 천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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