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파격...나노 분야 하버드대 석학, 삼성의 미래 기술 지휘한다

박민식 2025. 11. 2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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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무죄 확정 후 첫 사장단 인사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21일 단행
'기술 인재 중용·안정' 택해
SAIT 원장에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
"반도체 근원 기술력 회복"
노태문·전영현 2인 대표 체제 회복 '안정'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7월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로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단행한 첫 사장단 인사에서 '기술인재 중용'과 '조직 안정'을 택했다. 나노 분야의 세계적 석학을 영입하고 탁월한 성과를 낸 인공지능(AI) 인재에게 연구개발(R&D) 전권을 맡겨 근본적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한편 인사 규모는 네 명으로 최소화한 것. 2인 대표 체제도 되살렸다. 2주 전 사업지원실 개편과 정현호 부회장 용퇴로 대대적 인사 가능성이 나왔지만 안정 속에서 경쟁력 회복·강화를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장 승진 1인, 위촉 업무 변경 3인' 내용이 담긴 2026년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총 아홉 명(사장 승진 두 명, 위촉 업무 변경 일곱 명) 규모였던 2024년과 비교하면 인사 폭이 크게 줄었지만 그중 절반(두 명)을 기술 인재로 선임한 점이 눈에 띈다.

반도체의 차세대 기술을 연구하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에 파격 인사가 이뤄졌다.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가 사장 직급으로 신규 위촉(2026년 1월 1일 입사 예정)된 것. 1967년생인 그는 25년 이상 화학·물리·전자 등 기초 과학과 공학 전반의 연구를 이끌어 온 글로벌 석학이다. 서울대 화학과에 수석으로 입학해 서울대 전체 수석 졸업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 연구원을 거친 뒤 1999년 32세에 하버드대 화학과 조교수로 임용됐다. 2003년 부교수 승진에 이어 2004년 종신교수(테뉴어) 자리를 얻어 한국인 최초로 하버드대 종신교수가 됐다. 박 신임 원장은 나노분야 세계 권위자 반열에 오른 학자로 노벨상에 근접한 과학자로 꼽힌다. 양자컴퓨팅, 뉴로모픽 반도체 등 미래 디바이스 연구를 지속하며 삼성전자의 10년 후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예정이다. 삼성전자 인사팀장을 지낸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응용 기술보다는 나노 이하 소재·기술에 더 관심을 갖고 '기술의 삼성'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윤장현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부사장)모바일·가전(DX)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겸 삼성리서치장으로 승진했다. 윤 사장은 MX 사업부 출신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지난해 말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를 맡아 AI·로봇·바이오·반도체 등 유망 기술 투자를 이끌었다. 모바일·TV·가전 등 핵심 사업과 AI·로봇 등 미래 기술을 접목해 신제품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사업부장' 변동 없어

삼성전자는 21일 '2026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사진 왼쪽부터 전영현 반도체(DS) 부문장·메모리사업부장, 노태문 모바일·가전(DX) 부문장·MX사업부장, 박홍근 SAIT원장, 윤장현 DX부문 CTO 사장 겸 삼성리서치장. 삼성전자 제공

2인 대표이사 체제도 회복했다. 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던 노태문 사장은 정식 부문장이 되는 동시에 대표이사를 맡았다. 노 사장은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과 함께 대표이사로서 삼성전자를 이끌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3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인한 전영현 단독 대표 체제보다 조직이 더 안정됐다"고 말했다.

전영현 노태문 두 사람은 주요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지속적 경쟁력 강화와 경영 안정에 집중한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사업부장을, 노 사장은 MX사업부장을 함께 맡는다.

반도체 업계는 전 부회장이 메모리사업부장 직책을 유지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인물 발탁 가능성이 나왔는데 결과는 달랐다. SK하이닉스에 밀리며 고전했던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기술력을 되찾아 가고 있고 D램 시장도 활황이라 반도체 부문 회복세가 반영된 영향으로 보인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하반기 들어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내년엔 SK하이닉스와 경쟁도 해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은 셈"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사장단 인사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소폭 인사는 현 체제 유지에 무게를 싣겠다는 뜻"이라며 "이재용 회장이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 첫 사장단 인사에서 적극적 혁신 의지를 보여주지 않아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여전히 적자로 부진한데 새로운 인물이 기용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측은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하고 핵심 사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서 경영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미래 기술을 선점하기를 기대한다"고 총평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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