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당신, 문득문득 떠올라요”… 유가족의 편지

“당신 생각에 힘들 때가 많아요. 문득문득 떠올라요. 무뚝뚝했지만 시장에 다녀와서 제 손에 꼭 쥐여주던 찹쌀도넛, 장날이면 꼭 사 오던 그 고등어 한 손. 별것 아닌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그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몰라요.”
김복연 할머니가 스스로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편지를 썼다. 부부는 없는 살림이지만 잘 살아보려 노력했고, 남편은 80세 가까운 나이에 경비 일을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교통사고를 당하자 “병원비 때문에 빚이 늘어가는데 어떻게 보고만 있느냐. 당신이라도 잘 살아야 한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김 할머니의 편지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22일 ‘세계 자살 유족의 날’을 맞아 최근 펴낸 수기집에 담겼다. 올해 처음 발간한 수기집에는 자살한 이들의 유가족이 쓴 짧은 글 34편이 실렸다.
유가족들은 가족이 떠난 후 남은 나날을 고통 속에 보냈다. 남편이 숨진 한 여성은 “하루라도 더 견딜 수 있게 술과 담배를 했지만, 모든 슬픔은 배가 돼 돌아왔다”며 “몇 년 동안 텅 빈 속을 공황장애와 조울증 약으로 채워가며 겨우겨우 하루씩 살아냈다”고 했다. 그는 “남편이 떠난 지 9년째 되는 해에야 유품을 태울 수 있었다”고 했다. “어느새 나도 떠난 사람처럼 극단적 선택을 하려 하더라”는 유족도 적지 않았다.
딸을 떠나보낸 한 엄마는 “숨진 딸의 사후 행정 서류 처리를 위해 딸을 떠나보낸 순간을 반복해서 말해야 하는 시간, 어딜 가도 유사한 질문과 답변이 가슴속 상처를 후벼팠다”고 했다.
가까운 사람이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는 사실, 그로 인해 뭉개진 속마음을 숨기는 경우도 많았다. 한 남성은 “가장의 무게에 참고 또 속으로 삭이며 집에서도 표현 못 하고 밖에서도 괜찮은 것처럼 지내다 힘들 때 바다에 가서 참았던 것을 쏟아냈다”고 했다.
떠난 이들을 돕지 못했다는 자책도 유족을 괴롭힌다. 남편을 잃은 한 여성은 “마음이 힘들다는 것을 눈치 못 챈 내 자신이 미웠고, 왜 밝은 모습으로 숨기기만 했는지 남편이 미웠다”며 “본인 빼다 박은 아들이 눈에 밟혀서 그 먼 길을 어찌 갔을지, 그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유가족은 희망을 찾아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한 유족은 “그 사람이 다 살지 못한 인생을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다른 유족은 “시간의 터널을 조금씩 지나고 나니 세상이 다시 보인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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