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플랫폼 규제 목소리…배민·쿠팡이츠 겨냥한 특별법 나오나
美 압박 탓에 제대로 된 규제도 쉽지 않아…“이중 규제 우려” 지적도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삶의 거의 모든 순간이 카카오T, 배달의민족, 넷플릭스 등 플랫폼 위에서 작동하고 있다. 일상을 구성하는 플랫폼 서비스들은 공급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며 무한한 편리함을 가져다줬지만, 한편으로는 시장 지배자가 돼 모든 상거래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동시에 알고리즘이란 강력한 도구를 활용해 입점업체엔 과도한 수수료를, 플랫폼 노동자들에겐 불안정한 노동 환경을 제공한다는 등의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플랫폼 경제의 그림자가 이처럼 짙어지자 곳곳에서 규제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美에 가로막힌 온플법…반쪽 처리 가능성
한국 플랫폼 시장은 크게 이커머스·배달·택시·쇼핑처럼 수수료를 받는 거래형 플랫폼과 스트리밍 서비스·검색·웹툰 등 트래픽과 구독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콘텐츠형 플랫폼 등으로 나뉜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거래형 플랫폼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입점업체의 수수료 부담에 더해 우월적 위치에 있는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와 부당 거래 행위 등이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의 편익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이에 정부·여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추진에 나선 상태다.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에 관한 법률'(독점규제법)과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공정화법) 등 크게 두 갈래로 추진됐다. 독점규제법은 온라인 플랫폼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이들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는 자사 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자사 플랫폼 이용자의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제한, 최혜대우(타 플랫폼과 비교해 가장 유리한 거래 조건) 요구가 포함된다. 꾸준히 지적돼온 거대 플랫폼의 갑질 사례들이다.
그러나 독점규제법은 제3의 변수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팩트시트)에 관련 문구가 명시됐기 때문이다. 팩트시트에는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문구가 담겨있다. 통상 장벽이라며 미 의회까지 나서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던 사안이 합의문에 실린 것이다. 해당 법안은 국회에 발의된 상태이지만 미국의 반발을 고려하면 당분간 이에 대한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의식해 미국 기업만 예외로 두는 방향으로 독점규제법이 시행될 경우 국내 플랫폼 업체들의 경쟁력만 저하되고 미국 빅테크 기업들만 득세하는 역차별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며 "기존 공정거래법으로도 대형 플랫폼 규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정화법 추진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공정화법은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거래 관계를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거래 조건, 서비스 내용, 수수료율 등을 명시한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 및 교부 △플랫폼이 서비스 장애 등으로 인해 입점업체에 손해를 입힌 경우, 플랫폼의 배상 의무화 △판매 가격을 강제하거나 판매 촉진 비용을 전가하는 등의 불공정 거래 행위 금지 등의 내용이다. 이는 시장지배력 남용을 직접 규제하는 독점규제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상 마찰 소지가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 국정감사에서 "하루빨리 국회 입법이 추진될 수 있도록 공정위에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시민단체와 중소상인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1월17일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민주노총 등이 참여하는 온라인플랫폼법제정촉구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정부가 우려를 표하자, 정부와 국회는 공정화법만 추진하겠다고 선회했다"며 "구글, 쿠팡을 앞세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한 민생입법의 포기 선언"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심지어 국회와 공정위는 공정화법으로 플랫폼 갑질 규제 방안을 마련한다고 얘기하지만 과연 어떤 내용인지, 언제 시행되는지 구체적인 이행방안은 어디에도 없다"고 꼬집었다.
배달 플랫폼 관련 논의도 규제의 중요한 축이다. 배달 중개 수수료 등 각종 비용 부담에 외식 업주들이 음식값을 올리며 소비자에게도 부담이 전가되고 있어서다.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8월부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도로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가 출범했지만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플랫폼과 입점업체들이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입점업체 단체들이 개선사항을 요구했지만 배달 플랫폼들이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1위 사업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요구사항을 선뜻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배달앱 규제 특별법 논의도 시동
결국 여당은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다음 달 '배달 플랫폼 규제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온플법 통과를 기다리지 않고 배달앱을 규제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해당 법은 배달 플랫폼이 입점업체에 부과하는 중개·결제 수수료와 광고비 등 총수수료에 상한을 두는 것이 골자다. 이는 그간 입점업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이기도 하다. 배달앱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표준계약서를 작성하고 배달 종사자에게 지급되는 배달비의 최저·최고 기준을 정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입점업체 보호를 위한 정산 주기 단축 논의 역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 당시 후순위로 밀린 입점업체들은 대부분 대금을 받지 못했다. 최근 파산한 위메프의 경우 피해자는 10만여 명이며, 피해 규모는 5800억원에 달한다.
오아시스에 인수된 티몬의 변제율은 0.7%에 불과하다. 이를 방지하고자 공정위는 정산 주기를 20일로 줄이고, 판매대금 절반을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국회 계류 중이다. 학계와 업계에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산 기간을 단축할 경우 직매입형 플랫폼들의 비용 압박이 증가해 품목이 다양하고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는 대기업보다 자원이 한정된 소상공인 상품의 발주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특성이 제각기 다른데 온플법과 같이 하나의 법안이 일률적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하긴 쉽지 않다"며 "기존 공정거래법, 전자상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중 규제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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