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중부 1500㎜ '물폭탄'… 41명 사망·5만 가구 침수
베트남 최대 커피 생산지 침수로 수확도 미비

베트남 중부 지역이 30년 만의 기록적 폭우에 잠겼다. 사흘 동안 ‘물 폭탄’이 쏟아지며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되고 전력·교통망이 마비됐다. 현지 정부는 병력을 대거 투입해 구조에 나서는 등 총력 대응에 돌입했다.
21일 VN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전날까지 카인호아·럼동·닥락성 등 중부 지역에 최대 1,500㎜ 이상의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홍수와 산사태가 일어났다. 지금까지 최소 41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다.
침수 피해는 도시·농촌을 가리지 않았다. 강물이 범람하면서 약 5만2,000가구가 침수되고 6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 불어난 물에 송전망이 파손돼 약 50만 가구가 정전 위기에 놓였고 1만5,000헥타르 규모 농경지도 물에 잠겼다. 닥락성 바강(江) 최고 수위는 역대 최고치였던 1993년(5.21m)을 순식간에 넘어서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럼동성 다님강의 현수교가 급류에 통째로 휩쓸려 사라지는 장면, 침수된 주택 지붕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주민 영상 등이 잇따라 올라왔다. 산사태로 주요 도로가 끊겼고, 하노이와 호찌민을 잇는 남북 철도는 선로 침수로 운행이 중단됐다.
세계 제2의 커피 생산국인 베트남의 핵심 생산지 닥락성에서는 커피 농장 침수로 수확이 사실상 마비됐다. 한 커피 상인은 로이터통신에 “폭우 탓에 농부들이 원두의 10∼15%만 거둬들였다”며 “이를 말리려면 햇빛이 필요한데, 비가 그칠 기미가 없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관광지도 속수무책이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다낭에서는 강물이 넘치며 주요 관광지가 물바다가 됐고, 호이안 구시가지 상당 구역도 침수됐다.
베트남 국립수문기상예보센터는 22일까지 중부 지역에 폭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낭, 꽝응아이, 닥락에는 평균 100~200㎜, 일부 지역은 300㎜ 이상의 추가 폭우가 예상된다며, 지반 약화 지역의 대규모 산사태 가능성도 경고했다.
정부는 비상 대응을 강화했다. 알제리를 방문 중인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온라인 긴급회의를 열어 “인명 구조를 최우선으로 하고, 전력·통신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군 1만8,000명과 경찰 4만2,000여 명도 투입돼 고립 지역 주민 대피와 식량·생필품 전달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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