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립보행’ 아니라 ‘직립주행’…인간은 왜 오래달리기를 시작했을까?


"나무에서 내려온 원시 인류는 직립보행에 성공했다. 두 발로 서서 이동하게 되면서 두 손이 자유로워졌다. 원시 인류는 자유롭게 놀리게 된 두 손으로 도구를 만들게 됐다. 도구는 인간을 강하게 했고, 도구 제작 과정에서 인간 두뇌가 발달했다. 인류의 진화는 직립보행에서 시작됐다."
이는 인류 진화 과정에 대한 과거의 설명이다. 이처럼 인류 진화는 직립보행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달리기에 주목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달리기는 걷는 능력이 향상되면서 얻게 된 부산물 정도로만 여겨졌다.
"달리기는 별 실익 없는, 걷기의 부산물"이라는 과거 정설
그럴 만했다. 달리기가 인류에게 주는 이득은 없어 보였다. 인류는 아무리 빨리 뛰어도 영양을 잡을 수 없고, 늑대로부터 도망치지 못한다. 다시 말하면, 인류는 원숭이보다 잘 달리게 됐지만 그 능력은 별 쓸모가 없다는 게 과거 연구의 결론이었다.
오래달리기의 실질적인 이득은 전설로만 내려왔다.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작은 인간》에서 멕시코 타라후마라 부족의 전설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멕시코 북부 타하후마라 인디언들은 사슴을 사냥하기 위해 이틀 동안 추격한다. 아무리 짧아도 하루 이상은 걸린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 사슴이 쉬지 않고 뛰도록 한다. 아주 가끔 그 추적물을 희미하게만 볼 수 있지만, 발자국을 식별하는 그들의 무시무시한 능력을 동원해 매우 정확하게 쫓아간다. 사슴은 마침내 지치고 많은 경우 발굽이 완전히 닳아서 쓰러진다. 바로 그때 사람이 달려들어 목을 조르거나 개가 나서서 사슴을 죽인다."
그러나 타라후마라족은 오래달리기로 사슴을 사냥하지 않게 된 지 오래다. 먼 옛날 평원에서 살던 그들은 산악지대로 터전을 옮겼다.
추적 사냥의 전설, 다큐로 확인되다
추적 사냥은 하마터먼 완전히 묻힐 뻔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거주하는 루이스 리벤버그가 칼라하리 사막 부시맨과 함께 생활하면서 직접 본 경험을 들려주지 않았다면. 리벤버그는 2001년에 책 《트래킹의 예술: 과학의 기원(The Art of Tracking: The Origin of Science)》을 냈다. 또 영국 공영방송 BBC는 칼라하리 부시맨이 얼룩영양(쿠두)을 8시간 추격한 끝에 사냥에 성공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직립보행이 아니라 직립주행을 통해 원시 인류는 사냥꾼으로 거듭났다. 사냥을 함으로써 원시 인류는 이전에 비해 동물성 단백질을 듬뿍 섭취할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바로 이 변화가 원시 인류의 두뇌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고 분석한다. 사냥으로 얻은 고기에서 단백질을 흡수하면서 원시 인류의 뇌는 마치 마른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팽창했다. 원시 인류의 뇌는 비슷한 포유류의 뇌에 비해 7배가 될 때까지 자랐다. 체중 대비 뇌의 무게를 기준으로 한 비교다.
성능도 좋아졌다. 그 방증 중 하나는 뇌의 에너지 사용량이다. 몸무에게서 뇌가 차지하는 비중은 침팬지나 사람이나 2%로 비슷하다. 하지만 침팬지의 뇌는 몸이 쓰는 에너지의 9%를 소모하는 데 비해 사람 뇌는 20%를 가져다쓴다.
추적 사냥 전 원시 인류의 고기 획득은 청소동물로서만 가능했다. 주먹도끼를 들고 무리 지어 먹이를 찾아다니다 포식동물의 사냥과 섭취가 끝나고 남은 고기와 두개골 및 다리뼈 속 골수를 섭취했다.
'털없는 원숭이'의 놀라운 능력, 오래달리기와 추적 사냥
달리기, 특히 오랫동안 달리는 능력이 생기면서 추적 사냥이 가능해졌다. 이상희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는 '남자만 사냥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시사IN, 2019.09.06.)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류는 여타 포식 동물과는 다른 방법으로 사냥을 했습니다. (중략) 인류는 단시간에 확 따라잡아서 순식간에 숨통을 끊는 방법이 아니라, 길게 잡고 끈질기게 따라붙어서 죽이는 방법으로 사냥하게 되었습니다. 무더운 대낮에도 끈질기게 따라다닐 수 있도록 털을 잃고 땀을 흘리는 방법으로 체온을 조절했습니다. 지난한 노력 끝에 잡은 고기는 다른 사체 청소부가 달려오기 전에 재빨리 손질해서 그 자리를 떠야 했습니다. 이 모두 정보수집 능력과 처리 능력을 필요로 했습니다. 사냥으로 얻은 고기 덕분에 커질 수 있었던 머리는 사냥을 가능하게 하기도 했던 것입니다."
오래달리기와 사냥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1968년에 《사냥하는 인간》이라는 논문집으로 엮여서 발행됐다. 이들 연구의 핵심은 사냥으로 얻은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이 인류의 진화에 중요한 기여를 했고, 사냥 역시 인류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상희 교수는 이 결론은 "다양한 자료로 검증된 가설"이라고 말한다.
'태초의 인간이 한 운동' 오래달리기…원초적 에너지를 느껴보자
원시 인류에게 사냥은 두뇌를 키우는 단백질의 공급원이자 머리를 적극적으로 가동하는 활동이었다. 추적 사냥은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초식동물인 사냥감은 대개 무리를 이룬다. 쫓기는 사냥감은 어떻게든 다시 무리 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무리 속으로 들어가면 사냥꾼의 눈을 따돌릴 수 있다. 그래서 추적 사냥에서 중요한 일이 사냥감이 무리에 다시 섞이지 못하게 길목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럿이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또 서로 긴밀히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추적하던 개체가 수풀에 들어갔을 때엔 발자취를 비롯한 흔적을 찾아 사냥감이 어디로 갔는지 추론해야 한다. 추적 사냥은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의 언어가 정교해지고 사고력이 발달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인류가 다른 영장류와 다른 길을 걷게 된 신체의 변화나 기능의 획득으로 다섯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가장 오래된 첫째는 직립보행으로 자유로워진 손이다. 원시 인류는 주먹도끼부터 만들었다. 둘째는 오래달리기로, 이를 통해 인류는 사냥했고 고기를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게 됐다. 셋째는 지식을 확장하고 축적하는 수단인 언어인데, 방금 설명한 것처럼 언어는 추적 사냥을 계기로 더 발달했다. 넷째는 불을 활용한 것이다. 고기 등 식재료를 불로 요리해 먹음으로써 에너지 효율이 높아졌고, 동시에 내장의 크기와 소모 에너지가 줄어들면서 두뇌가 커질 수 있는 여분의 에너지가 제공됐다. 다섯째는 언어 이외의 두뇌 역량 발달이다.
최초로 획득한 주먹도끼를 제외하면, 오래달리기를 핵심에 놓고 다른 네 가지를 설명할 수 있다. 오래달리기는 원시 인류가 인류가 되는 과정의 활동이었다. 오래달리기는 태초의 인간으로 되돌아가 그 에너지를 체험할 수 있는 시원적인 운동이다.

백우진 칼럼니스트 (smitte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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