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2029년 개항 목표 취소, 공사 기간 106개월로

김아사 기자 2025. 11. 2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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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 조감도/국토교통부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 토목 공사로 불리는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기간을 84개월(7년)에서 106개월(8년 10개월)로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 5월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이던 현대건설이 공사 기간이 짧다며 사업 철회를 밝힌 지 6개월 만에 국토부가 건설사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정부가 건설사 주장에 따라 공사 기간을 바꾸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신공항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무엇보다 공항의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안전이 확보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공사 기간은 106개월, 공사 금액은 물가 상승을 반영해 기존보다 2000억원 늘린 10조7000억원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가덕도 신공항을 2029년 우선 개항하고 2032년 완공한다는 계획도 2035년 준공 및 개항으로 바꿨다.

업계에선 정부가 무리한 개항 목표를 세워 놓고 밀어붙이다가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자 계획을 뒤집은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국토부는 기존 84개월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연구용역비로 역대 최고인 153억원을 썼지만 결국 무용지물이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9년 개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전적인 공기를 설정했는데, 업계의 수용성(받아들일 가능성)을 살피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공사 기간만 늘린다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본질적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며 “내년에는 건설사들이 공사 금액 등을 문제 삼으며 또다시 지연 사태를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희 국토교통부 가덕도신공항 건립추진단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는 모습/뉴시스

◇정부는 일정 뒤엎고, 건설사는 발 빼고… 꼬이는 ‘가덕도’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기간을 기존 84개월에서 106개월로 늘린 정부는 이르면 연내 재입찰 공고를 내고, 다시 우선협상대상자를 찾는 절차에 들어간다. 이 경우 내년 하반기쯤엔 착공이 이뤄질 수 있다고 국토부는 보고 있다. 하지만 교통·건설 업계에서는 실제 공사 이행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엔 공사 기간을 늘리는 식으로 업계 불만을 수습했지만, 내년엔 공사 금액 등을 두고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공사의 난도(難度)는 높은 데 비해 공사 금액은 낮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대건설도 표면적으론 공사 기간을 문제 삼았지만, 결국 공사 금액 부족이 사업 포기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토부는 이날 공사 기간을 22개월 늘리면서 공사 금액을 당초 기본 계획 발표 시점인 2023년 대비 올해까지 물가 상승을 반영해 2000억원 증액했다. 공사 기간이 2년 가까이 늘어난 데 대해선 증액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부 측은 국가계약법상 사업 계획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기간이 늘었다고 공사비를 증액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추후 건설사와 계약을 맺은 후엔 기간 연장 사유가 발생하면 금액을 올리는 게 가능하다. 이 때문에 내년 이후 정부와 건설사 간 공사비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사들이 공사 기간 연장 등에 따른 비용 인상분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사 요구대로 공사비를 증액할 경우 지금도 막대한 예산 투여로 논란이 되는 사업이 더 큰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사의 위험도가 너무 높아 아예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가덕도 주변엔 50m 두께의 연약 지반이 깔려 있는 데다, 태풍이 몰아쳐 최대 12m에 이르는 고파랑(高波浪)이 이는 등 기상 변화도 매우 극심하다. 마찬가지로 바다를 메워 만든 인천공항의 경우 파도 높이가 가덕도의 3분의 1이고, 연약층 두께도 4분의 1이었다.

이 때문에 건설 업계에선 벌써부터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사고가 한 번이라도 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는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공사 난도가 높아 그런 위험성이 몇 배 더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산업재해 사고로 1년간 3명이 사망하면 영업이익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안도 추진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는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에서 3㎞가량 떨어져 있는 곳으로, 철새 이동 경로이자 핵심 서식지로 꼽힌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가덕도 신공항의 철새 충돌 위험도는 무안공항의 353배, 김해공항의 8배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런 점을 들며 서울행정법원에 가덕도 신공항 기본 계획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일각에선 가덕도 신공항이 공기 연장 사태까지 빚은 것은 결국 정치적 이해관계로 공항 부지와 공사 일정을 결정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06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검토 지시로 시작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2016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나 폐기된 사업이었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 검증 기관인 ‘파리 공항공단 엔지니어링’에 용역을 맡긴 결과, 가덕도 신공항은 경제성과 안전성 등에서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2020년 문재인 정부는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김해공항 확장 계획을 철회했고, 이듬해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토부조차 ‘7대 불가론’을 내세우며 반대했는데도 특별법은 통과됐다. 이후에도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2035년 6월 개항 목표가 갑자기 2029년 12월로 5년 이상 앞당겨졌다.

가덕도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소송을 제기한 최재홍 법무법인 자연 변호사는 “공항은 최적의 장소에 설치해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가덕도’로 정해 놓고 다른 대안은 살피지도 않았던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에 공사 기간을 연장한 것은 기존 계획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자인한 것”이라며 “현대건설이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공사 과정에서 더 큰 문제가 불거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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