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해병 특검, '수사 외압' 윤석열 등 12명 기소…"중대한 권력형 범죄"

'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고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수사 종료 7일을 남겨두고 2번째 기소다.
특검팀은 21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채 해병 순직사건에 관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결과를 변경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한 윤 전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관계자 12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해병 순직 사건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피의자로 적시된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뒤 관련 수사를 맡았던 해병대 수사단과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정 특검보는 "2023년 7월19일 채 해병 사망 직후 해병대 수사단은 사고 당일부터 신속한 수사에 착수해 열흘 동안 80여명을 조사하고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한 8명을 혐의자로 판단했고, 수사결과는 해병대 사령관, 해군 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순차로 보고돼 아무 이견 없이 결재가 이뤄졌으며 언론 발표 및 국회 설명을 앞두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를 보고받은 윤 전 대통령은 국가안보실회의(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격노해 사단장까지 처벌하는 것에 강한 질책을 했고 이때부터 대통령실 및 국방부 고위직들의 조직적인 직권남용 범행이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채 해병 순직 사건 혐의자인 임 전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을 제외하라고 지시한 것이 위법한 지시였다고 결론내렸다.
정민영 특검보는 "대통령의 특정 사건에 대한 개별적·구체적 지시는 수사의 공정성 및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자의적 수사 및 법 집행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어 허용되지 않을뿐 아니라 위법한 지시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이 임 전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취지의 개별적·구체적 지시를 하고, 이종섭 전 장관 등이 위법·부당한 지시를 순차적으로 수명 및 하달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해 군사경찰의 수사 공정성과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침해한 사안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2023년 7월31일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참석자들을 조사해 수사 외압의 배경이 된 'VIP 격노설'을 밝힌 바 있다.
특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02-800-7070' 번호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질책했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후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에 대한 결재를 번복, 사건 기록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국방부 검찰단은 경북경찰청에 넘어간 기록을 회수하고 당시 경북경찰청 사건 이첩 보류에 대해 불응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을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입건해 강제수사했다.
특검팀은 수사외압과 관련,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을 비롯해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전 국정원장),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전하규 전 국방부 대변인, 허태근 전 국방부 정책실장,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유균혜 전 국방부 기획관리관, 조직 총괄담당관인 이모씨 총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위법·부당한 지시에 불응하고 경북경찰청에 수사기록 이첩을 시도한 박 단장에 대한 보복으로 △김계환 전 사령관을 통한 보직해임 △김동혁 전 단장을 통한 항명수사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을 통한 기록회수 후 국방부장관 직속인 국방부조사본부로 기록을 이관한 사실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주도하에 수사결과를 변경한 사실 등 '권력형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죄'를 확인했다"고 했다.

특검팀은 국방부와 경찰을 연결해준 공범인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질책한 적 없단 내용의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에 대해서는 "범죄 규명을 위해 조력한 사정이 있어 직권면책 결정 후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
수사외압 사건에 대해 특검팀은 △수사외압·수사결과변경 △항명수사 △모해위증 △국회위증 △허위작성·행사로 나눠 공소사실을 적시했다.
윤 전 대통령에게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용서류무효 혐의가 적용됐다. 이종섭 전 장관에게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용서류무효·공무상비밀누설·모해위증·공전자기록위작 및 행사·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가 적용됐다.
△조태용 전 실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용서류무효·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 △신범철 전 차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용서류무효혐의 △유재은 전 관리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용서류무효 혐의 △박진희 전 보좌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모해위증·국회증언감정법 위반·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 △김동혁 전 단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용서류무효·공무상비밀누설·감금·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 △김계환 전 사령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용서류무효·모해위증·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 △전하규 전 대변인과 허태근 전 실장은 모해위증 혐의 △유균혜 전 기획관리관과 조직총괄담당관 이모씨는 공전자기록위작 및 행사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팀의 수사 기간은 앞으로 7일 남았다. 특검팀은 26일 남은 수사 대상들에 대한 기소 여부 결정 등 수사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아직 △이종섭 전 장관 호주대사 범인도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방해 의혹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박정훈 단장 진정 기각 의혹 △멋쟁해병 단체 대화방 참여자들 등의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등의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
정 특검보는 "앞으로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해 각 범행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혜수 기자 es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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