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보나라 민족주의?···이탈리아 “벨기에산 소스 정통성 훼손”
농업부 장관 “최악의 모조품”…집권당, 유럽의회에 조사 요청

벨기에 한 식품업체가 만든 시판 카르보나라 소스에 파스타 종주국 이탈리아가 분노했다.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까지 나서 유럽의회에 해당 제품의 조사를 공식 요청했다.
2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FdI는 최근 유럽의회에 “이탈리아 국기가 그려진 벨기에산 카르보나라 소스가 유럽의회 슈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다”며 즉각적인 조사를 요청했다.
카를로 피단자 FdI 유럽의회 대표단장은 “이탈리아에서 생산되지 않은 제품에 이탈리아 국기나 ‘이탈리아성’을 부적절하게 표시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할 수 있는 행위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탈리아 제품의 정통성을 지키는 것은 단순한 정체성 싸움이 아니라 투명성과 소비자 보호의 문제”라고 했다.
이번 논란은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이탈리아 농업부 장관이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이탈리아 음식을 흉내 낸 최악의 모조품을 발견했다”는 글을 게시하면서 촉발됐다. 그는 벨기에 식품업체 델라이즈사의 카르보나라 소스가 관찰레(돼지 볼살로 만든 숙성고기)가 아닌 판체타(훈제하지 않은 이탈리아식 베이컨)를 사용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탄생한 전통 음식 카르보나라는 관찰레와 계란 노른자, 페코리노(양젖 치즈), 후추로만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생크림과 우유를 넣고 파르메산 치즈를 쓰는 ‘한국식’ 카르보나라와는 다르다.
매년 4월6일을 ‘카르보나라의 날’로 지정할 만큼 전통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이탈리아에서는 음식의 정통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식품업체 하인즈가 캔에 담긴 카르보나라 제품을 출시했다가 “통조림 카르보나라는 쥐에게나 줘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멜로니 총리는 2022년 이탈리아 요리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메이드인이탈리아부’를 신설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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