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갈등에 美-北-러도 참전…‘고래싸움’에 낀 한국
美국무부 “센카쿠 열도 등 일본 방위 약속 확고”
러-北 “日 반인륜 범죄 참혹한 대가” 中지원사격
한국, ‘미일 vs 중러북’ 구도에 외교적 운신 좁아져

양국은 외교 당국에서는 전례 없이 격한 발언으로 상대방을 비난하는가하면 경제, 국방 등 분야까지 여파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동맹인 미국은 ‘센카쿠 방위’를 언급하며 지원사격에 나섰고, 북한과 러시아는 중국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갈등이 고조 될 수록 ‘미일 대 북중러’ 구도에서 한국의 외교적 운신 공간이 좁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도모하는 동시에 일본과도 셔틀 외교 복원, 미래 지향적 관계 발전을 추구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외교’ 구상에 변수가 생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中대사관 행사에 日 불참… 경제-군사 파장 확산
21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집권 자민당은 사나에 총리를 향해 앞서 일명 ‘참수 발언’을 한 쉐젠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자민당 다카기 게이 외교부회장은 전날 당내 회의에서 당 본부가 각 광역지자체 지부 연합회에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관이 주최하는 행사 참석 자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쉐 총영사는 다음날 엑스(X·옛 트위터)에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첨부하며 “멋대로 들이박아 오는 그 더러운 목은 한순간의 주저 없이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 각오가 되어 있느냐”고 적었다가 삭제했다. 외교관이 주재국의 정상을 가리켜 참수하겠다는 취지의 폭언을 한 셈이다.




● 美 “센카쿠 방위” vs 北-러 ‘중국 지지’
이런 가운데 미국은 미일 동맹을 강조하며 일본의 편을 들고 나섰다. 토미 피고트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20일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의 미일 동맹, 일본이 관리하는 센카쿠 열도를 포함한 일본 방위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미·일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의 초석으로 남아 있다”며 “우리는 대만해협,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의 무력이나 강압을 포함해 어떠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중국의 동맹국도 가만있지 않았다. 러시아와 북한이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21일 중국중앙TV(CCTV) 등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일본 군국주의가 벌인 침략 전쟁은 아시아와 세계에 극심한 재난을 초래했으며 일본에도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했다”며 다카이치 총리 등 일본 정계 인사들은 역사를 깊이 반성하고 잘못된 발언과 행동이 초래할 수 있는 최후의 결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북한도 18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개혁 연례 토론에서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 명의로 “국제사회는 일본이 저지른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악질적 반인류 범죄를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일본은 자국의 역사적 범죄를 부인하고 배상을 완고하게 거부하며 심지어는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다카이치 총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이날 중국이 유엔총회에서 “일본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노릴 자격이 전혀 없다”한 것에 대한 지원사격 성격으로 풀이된다.
● 다카이치 발언 철회 않을 듯… 갈등 고조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커졌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21일 대만 발언 철회 여부에 대해 “정부 입장은 일관된다”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의 정치적 지지 기반이 일본 강경 보수파로 반(反)중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홍콩 등 중국의 인권 문제와 (영유권 분쟁 지역인) 동중국해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회담 직후 언론에 밝혔다. 양국 정상이 서로 상대방의 약점을 건드리며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취임 한 달째를 맞은 다카이치 총리가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중·일 관계 악화가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일 양국의 관계 악화가 한국 외교에 미칠 영향도 우려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실용 외교 노선을 내세우며 주변국과의 관계 회복을 추진해왔다.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중 관계를 경주 정상회담을 통해 복원하고, 한일 관계 역시 과거사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셔틀외교 복원’을 내세워 발전을 도모해왔다.
지난달에서 이달 초까지 이어진 경주 APEC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한일, 한미 등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이런 목표의 실행을 구체화 시켜왔다. 하지만 APEC에서는 손을 맞잡았던 중일 정상이 직후부터 갈등 관계로 치달으며 또 다시 한반도 주변국의 대립 구도가 짙어지는 상황이다. 미국과의 전통적인 안보 동맹, 중국과의 경제 관계 발전,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극복 및 경제 안보 관계 강화를 구상했던 이 대통령 앞에 난제가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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