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끈질긴 추적 끝에 악마를 잡았다…신정동 부녀자 연쇄살인 미제 사건 풀렸다 [세상&]
20년 간 끈질긴 수사…사망자도 살펴봐
끝내 특정했지만 범인 장씨는 이미 사망
“장기미제 사건, 생사 가리지 않고 규명”
![2005년 서울 양천구 신정동 부녀자 살인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1/ned/20251121135058377cdfi.jpg)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20년간 미제였던 ‘서울 양천구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밝혀졌다. 경찰의 미제사건 수사팀은 끈질긴 수사 끝에 범인 장모 씨를 특정했다. 유전자 분석기법의 발전과 수사팀의 집념이 빛을 발했다.
그러나 장씨는 별개의 사건으로 복역 후 이미 사망해 사건은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종결될 예정이다. 장씨는 자신이 관리인으로 근무하던 양천구 신정동 소재의 한 건물 지하로 여성을 유인해 성폭행 후 무참히 살해했다. 장씨는 범행 후에도 태연하게 해당 건물에서 근무를 이어갔다.

신재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4계장은 21일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진행된 검거 브리핑에서 “2005년 양천구 신정동에서 연달아 발생한 부녀자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장씨를 특정했다”며 “수사팀은 해당 사건을 장기미제 사건으로 관리해오며 사건 기록과 증거물을 끈질기게 재검토해왔다”고 밝혔다.
수사팀이 특정한 장씨(당시 70대 초반)는 지난 2015년 7월 암으로 사망했다. 사건의 피의자가 사망해 경찰은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사건을 불송치 종결할 예정이다.

장씨는 2005년 양천구 신정동에서 20대, 40대 여성 총 2명을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 장씨는 그해 6월 6일 현충일에 1차 사건을 저질렀다. 1차 사건 피해자 A씨는 장씨가 관리인으로 근무하는 빌딩의 병원을 찾아왔다가 변을 당했다. A씨는 빌딩을 나서던 중 장씨에게 붙잡혀 지하 1층 창고로 끌려갔다.
장씨는 A씨의 현금 등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한 뒤 양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 후 시신에 쌀포대를 씌워 노끈으로 묶은 뒤 근처 초등학교 노상 주차장에 유기했다.
![2005년 6월 발생한 서울 양천구 신정동 부녀자 살인사건의 1차 피해자의 시신이 유기된 모습. [사울경찰청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1/ned/20251121135059227phqc.jpg)
2차 사건은 5개월 후에 발생했다. 해당 사건 피해자 B씨도 해당 빌딩에 방문했다가 피의자에게 붙잡혀 지하 1층 창고로 끌려갔다. 장씨는 B씨를 무차별 폭행했다.
B씨는 늑골이 골절될 정도로 상해를 입고 성폭행당했다. 장씨는 성폭행 후 B씨의 목을 나일론 끈으로 졸라 살해했다. 장씨는 시신을 비닐과 돗자리로 감싸 결박한 뒤 신정동 주택가 노상 주차장에 유기했다.
이때까지 1·2차 사건은 유기 장소와 시신만 밝혀졌을뿐 범행장소 등은 특정되지 않았다.
장씨는 이듬해인 2006년 2월께 같은 건물에서 같은 방식으로 범행을 하다가 피해자가 도망가며 검거됐다. 당시 장씨는 1·2차 부녀자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특정되지 않고 강간치상 혐의만 받아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약 3년간 복역한 후 사망 전까지 6년간 자유를 누렸다.
1·2차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 양천경찰서는 2013년 6월 해당 사건을 미제사건으로 전환했다. 그 후 사건의 범인인 장씨는 영원히 잡히지 않을 것 같았다.
서울경찰청은 3년 후인 2016년 미제사건 전담팀을 신설하고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를 다시 시작했다. 당시 수사팀은 2016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증거물 재감정을 의뢰했다.
단서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발전된 유전자 분석 기법을 통해 1·2차 사건의 증거물인 속옷과 노끈에서 동일한 유전자형을 확인했다. 두 사건이 동일범 소행이라는 걸 확인한 것이다.
![김장수 중요미제·장기실종사건 수사팀장이 장씨가 근무했던 건물을 현장 감식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1/ned/20251121135059498ezvt.png)
본격적인 재수사가 시작됐다. 형사기동대 4팀 소속 중요미제·장기실종사건 수사팀 김장수 팀장은 2021년부터 이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수사 대상자 확보를 위해 현장을 수백회 탐문하고 동일수법 전과자의 통화내역을 샅샅이 뒤졌다. 또 2005년 서남권 공사현장 관계자, 신정동 전·출입자 등 총 23만1897명의 수사 대상자를 확보했다.
약 23만명 중 ▷범행수법 ▷범행시간 ▷직업 ▷거주형태 등을 종합 분석해 대상자를 1514명으로 좁혔다. 그 후 수사팀은 전국을 순회하며 유전자를 채취하고 대조했다. 범인이 조선족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접근이 어려운 중국 국가 데이터 베이스 대조 등 국제 공조 수사까지 펼쳤지만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
수사팀은 수사 대상을 사망자까지 넓혔다. 수많은 의심 사망자 가운데 ▷신정동 거주 및 직장 경력 ▷살인·성폭력과 같은 강력범죄 전과 3회 이상 등 7가지 기준을 통해 56명을 추려냈다.
장씨의 실체는 곧 확인됐다. 동일수법 전과, 범행 당시 신정동 빌딩 관리인 근무 사실 등을 확인한 수사팀은 장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수사팀이 확보한 장씨의 검체. [서울경찰청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1/ned/20251121135059796jlsd.jpg)
수사팀의 확실한 증거 확보를 위해 10년 전 죽은 장씨의 유전자를 찾아 나섰다. 사망 당시 70대 초반이었던 장씨가 ▷60년 전 다녔던 초등학교 ▷복무했던 군부대 ▷직장 ▷교도소까지 샅샅이 뒤졌다. 자필 서명과 접촉 물품 등을 확인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DNA 대조가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팀은 장씨의 유골을 찾고자 수소문했다. 수사팀은 장례문화진흥원 등에 문의했지만 사망 당시 화장 처리해 유골도 확보하기 어려웠다. 더 이상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포기 직전 수사팀은 생전 장씨의 의료기록을 뒤졌다. 경기도 부천·광명·시흥 일대 병·의원 및 검체 검사 업체 40곳에서 장씨의 의료기록을 확인해 탐문했다. 이중 장씨가 검체를 보존하고 있던 한 병원을 발견했다.
수사팀은 지난 5월 8일 해당 병원을 압수수색한 끝에 장씨의 검체를 압수했다. 국과수에 긴급감정의뢰를 맡겼다. 곧 장씨의 유전자가 확인될 것 같았다.
![수사팀이 추가로 확보한 장씨의 검체. [서울경찰청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1/ned/20251121135100036emua.jpg)
국과수 1차 국내시약 실험에서 장씨의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았다. 검사 가능한 장씨의 검체가 몇개 남지 않은 상황. 국과수는 독일·일본 등에서 제조된 시약을 긴급 구매했다.
수사팀도 추가 검체를 확보하고자 해당 병원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집행해 검체 12점을 추가 확보했다. 다시 긴급감정의뢰를 맡겼다.
그로부터 약 2개월 후인 지난 7월 9일 국과수는 ‘용의자와 장씨의 유전자가 동일함’을 확인했다.
수사팀은 장씨를 특정한 후 보강 수사를 이어갔다. 관련자 40명을 조사하는 등 다각적 수사로 범행 경위를 밝히기 위한 수사를 펼쳤다.
장씨는 생전 건물 관리인 등으로 일했는데, 수사팀은 당시 근무했던 18개의 근무처를 탐문했다. 또 과거 복역했던 교도소의 동료 재소자 10명을 탐문해 8명으로부터 당시 이야기를 들었다.
![범행에 쓰인 도구들. [서울경찰청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21/ned/20251121135100299syzb.jpg)
신재문 팀장은 “한 동료 재소자는 장씨가 ‘내가 여성을 죽인 적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진술했다”며 “또 노역 중 매듭 솜씨 뛰어났다는 등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장씨가 군 복무 시절 군 수사 부서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범죄에 쓰인 매듭과 연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사팀은 장씨가 생전 살았던 집을 압수수색하고 범행 빌딩에 대한 합동 감식도 펼쳤다. 이를 통해 피해자 시체에서 발견된 곰팡이·모래 성분과 환경 유사성을 확인하고 결박에 사용된 노끈 등을 발견해 범행수법 등을 확인했다.
신재문 계장은 “앞으로도 경찰은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살인범은 저승까지 추적한다’는 각오로 장기미제 사건의 진실을 범인의 생사와 관계없이 끝까지 규명하겠다”며 “오랜 시간 경찰을 믿고 기다려주신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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