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 이의신청 675건 ‘작년 2배’…역대 오류 인정 사례는

지난 13일 치러진 2026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지난해(342건)보다 2배 가까운 675건의 이의신청이 제기됐다. 한 철학 전공 교수는 국어의 한 문항에 정답이 없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이의 제기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평가원은 2025학년도(2024년 시행) 수능까지 총 33번의 수능 중 7번의 수능에서 9개 문항의 출제 오류를 공식 인정했다. 9건 중 5건은 과학탐구 영역에서 발생했다. 생명과학Ⅱ 2건, 물리Ⅱ 2건, 지구과학Ⅰ1건이다. 그 외에는 사회탐구 영역의 세계지리와 한국사, 국어, 영어가 각각 1건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22학년도 과학탐구 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다. 제시된 지문을 읽은 뒤 두 집단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선택지 3개 항목의 진위를 가리는 문제다. 수험생들은 지문대로 계산하면 동일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오류로 정답을 풀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평가원은 “이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 타당성이 유지된다”며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수험생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문제에 객관적 하자가 있다”며 정답 효력을 정지시켰다. 이어 전원 정답 처리 결정이 내려졌고 평가원장은 사퇴했다.
법정까지 간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옳은 설명만을 ‘보기’에서 고르는 문제로, 수험생과 교사 등이 이의를 제기했다. 평가원이 이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수험생들은 행정 소송을 냈고, 1심에서 패소해 2014학년도 대학입시 일정은 그대로 진행됐다. 그러나 입시가 마무리된 지 10개월가량이 지난 2심에서 출제 오류가 인정됐다.
이의신청 기간이 지나서 평가원이 오류를 겨우 인정한 경우도 있었다. 2008학년도 물리Ⅱ에서 오류 이의가 제기된 11번 문항에 관련해 평가원은 정답을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한국물리학회 등 학계의 비판이 거세지자 성적표 배부 이후에서야 복수정답을 인정했다.
이번에 치러진 2026학년도 수능과 관련해 평가원은 지난 17일까지 이의신청 675건을 받았다. 지난해 342건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영역별로는 영어가 467건으로 69%를 차지했고, 영어 24번 문항에 400건 넘는 이의신청이 몰렸다. 영어 24번은 글의 제목을 묻는 3점짜리 문항으로 정답은 2번 ‘Cash or Soul? When Culture Couples with Entertainment’였다. 교육방송은 해당 지문이 문화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할 때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과 문화적 메시지 사이에서 균형이 필요하다는 주제를 담아, 해당 선지가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의를 제기한 수험생들은 선택지의 soul(영혼)이라는 단어가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부족하고, cash(돈)와 대비되는 단어가 soul이라고 추정할 근거가 지문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오류를 주장하고 있다.
전공 교수가 정답 오류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충형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과학철학 전공)는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인격 동일성’ 등을 다룬 지문과 관련한 국어 영역 17번에 정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해·논리 유명 강사인 이해황씨도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펴는 유튜브 영상을 올리며 논란이 퍼졌다.
이러한 논란은 수능이 깊은 이해보다는 풀이 공식을 습득하는 기술의 영역에 치중돼있다는 비판과 맞닿아있다. 이 교수는 지난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공자지만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만 20분 걸렸다”며 “피상적인 유사성을 인간보다 빨리 찾아내는 인공지능이 있는 시대에, 이런 단편적인 퍼즐 풀이 같은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문제를 풀라고 요구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에 부합하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2022학년도 수능에서 생명과학Ⅱ 출제 오류를 인정한 재판부도 “기존의 정답을 그대로 유지하면 수험생들에게 쓸데없이 생각을 많이 하고 깊이 파고들수록 불리하며, 평가원이 틀린 문제를 낼 수 있는데 본인이 알아서 잘 피해 가야 한다는 교훈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평가원은 오는 25일 오후 5시 이의신청 심사를 거쳐 최종 정답을 발표한다. 그간 사례들로 보았을 때 전문가들의 집단적 반발이나 법원 판결 없이 평가원 자체 판단으로 오류가 확정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의신청 문항에 대한 심사는 이의심사실무위원회 심사와 이의심사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판정이 이뤄진다. 이의심사실무위원회는 교과 영역별 출제위원장과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곳에서 ‘이상 없음’ 결론이 나오면 이의심사위원회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한 특별한 경우가 아닐 경우 ‘이상 없음’ 결론을 내린 근거도 따로 제시되지 않는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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