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사상 최고치에서 12년 만의 최대 낙폭, 금값은 무엇을 말하나

짐 오닐 전 영국 재무부 장관 2025. 11. 2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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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오던 국제 금값이 10월 21일(이하 현지시각) 6% 넘게 급락하며 12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장 중 한때 6.3% 내린 온스당 4082.03달러까지 떨어졌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금이 단일 거래일에 5% 이상 하락한 것은 2013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도 온스당 4109.1달러로, 전장 대비 5.7% 내린 채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급락은 금값이 단기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온 상황에서 3분기 미국 기업의 호실적이 이어지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됐고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하면서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가쏟아지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는 해석이 많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무역협정에 대한 낙관론, 미국이 호주와 희토류 무역협정을 체결한 이후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안전 자산 매도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평소 금 매수를 많이 하는 인도가 이날 최대 힌두교 축제 ‘디왈리’를 맞아 휴장한 것도 하락 요인을 제공했다는 분석도 있다.국제 금값은 올해 들어 랠리가 이어지면서 60% 가까이 올랐다. 급락 직전인 10월 20일 현물 기준으로 온스당 4381달러 선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에서도 금 한 돈(3.75g) 가격이 80만원을 돌파했고 홈쇼핑 채널 등에서 금괴와 금반지가 성황리에 판매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안전 자산인 금 가격과 위험 자산인 주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 물가 상승의 수혜로 금 가격과 주가가 함께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났다.금값이 1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자 투자가의 관심은 향후 가격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집중되고 있다. 현재 장은 고점에 대한 부담과 랠리에 대한 기대가 혼재하는 상황이다. 실제 금값은 10월 27일 온스당 4000달러가 무너진 데 이어 같은 달 29일에는 3933.2달러까지 떨어졌다가 11월 7일 4000달러 선을 회복한 상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에 따른 실질금리 하락,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한 투자 전략인 ①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탈화폐 거래)’, 중국을 위시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 수요 확대 등이 장기적으로 금값 랠리를 지지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필자는 금값 약세론과 강세론 모두 일리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필자는 “어느 쪽이 맞을지 필자도, 누구도 알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에 열린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 셔터스톡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오던 금값이 최근 급락한 이후, 필자는 상당히 모순된견해를 가지게 됐다. 한편으로 이번 급락이 상승세의 끝을 알리는 시작이라고 해도 별로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그와 정반대 전망을 한 사람의 주장에도 공감한다. 이들은 이번 급락에 대해 시장이 세계 통화와 금융 시스템의 복잡하고 심오한 변화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던 금값이 잠시 조정에 들어갔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먼저 약세론자 입장부터 살펴보자. 분명히 올해 들어 금값의 기상천외한 상승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중심의 나스닥 상승세를 앞지를 정도로 전형적인 버블 현상을 보인다. 모멘텀이 자신을 계속해서 부추기는 식이다. 일단 ②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기회를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증후군’이 형성되면 사소하거나 별로 관련 없는 사건조차도 열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금값 상승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제시되고 있지만, 그런 논리가 과연 면밀한 검토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짐 오닐 - 전 영국 재무부 장관, 영국 서리대 박사, 전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

전통적으로 금을 보유하는 이유는(금이 이자나 수익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화폐적 기준과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런 설명은 타당해 보이지만 2025년에 나타난 급격한 금값 상승을 설명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금값이 급등한 시점은 미국 달러가 이미 2025년 들어 하락세를 기록한 후 그리고 미국 인플레이션 전망과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개선되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눈에 띄게 하락한 뒤였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일부 논평가가 이번 금값 상승을 거품으로 보는 것도 이해가 된다.

이제 강세론자들 주장을 살펴보자. 필자가 금융계에 종사하던 시절, 필자 역시 금 강세에 대해 낙관적이던 기억이 여러 차례가 있다. 그중 하나가 1995~96년 골드만삭스의 수석 외환 전략가로 일하던 때였다. 당시 많은 경제 전문가가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빠르게 불어나는 정부 부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들 부채가 통화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으로 사라질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금에 투자해야 할 명백한 근거가 있었다. 당시 이런 확신을 표현하기 위해 콜옵션을 매수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금값은 거의 변동이 없었고, 결국 옵션 가치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 손실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다른 사례로 필자가 골드만삭스의 자산운용 부문 의장으로 재직할 때 일어난 일을 살펴보자. 당시 투자자에게 자산 배분에 대해 더 열린 사고를 갖고, 전통적 기준 지표나 ‘주식 65%, 채권 35%’라는 통상적 자산 배분 비율에 너무 얽매이지 말 것을 권했다. 동료 중 한 명인 제임스 리스데일(James Wrisdale)은 그때 변동 금리 외환시장 시대의 더 광범위한 자산군을 고려한 ‘비제약형 총수익 모델’을 만들어 대응했다. 흥미롭게도 이 모델은 ③ ‘골드버그(Gold bug·음모론에 사로잡힌 금 광신도)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권장했을 법한 수준을 훨씬 넘는 금에 대한 기본 배분을 제시했다.우리가 숙련된 투자 전문가와 자산 전문가에게 이 모델을 소개했을 때, 예상대로 그들은 이를 실제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간단히 말하면 모델이 너무 위험하고, 너무 비전형적이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도 금융과 투자의 세계에는 언제나 흥미로운 주관이 존재해 왔고, 이런 관점은 오늘날 금에 대해 낙관적인 투자자가 어떤 생각에서 출발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오랜 시간 외환시장을 분석해 온 경험에 비추어 보면, 최근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외환 보유국이 금 보유 비중을 늘리려는 전략적 결정을 내린 이유를 충분히 이해한다. 또 이들이 신흥 경제국 연합인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회원국에 같은 선택을 하도록 권유하는 이유도 이해된다. 이들은 달러 중심 국제통화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더 단조롭고 평범한 설명도 가능하다. 필자는 외환시장에 몸담았던 시절, 통화가 대체로 실질금리의 상대적 변동에 따라순환적인 가격 변동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따라서 연준이 통화 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크게 하락하지 않으면 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연준이 긴축정책을 시행하면 달러는 강세를 띤다. 이런 패턴은 다른 주요 통화뿐 아니라 금값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주요 7개국(G7)의 전반적인 실질금리가 하락할 때, 실제로 금 가격이 오른다.

현재 상황에서 기조적 인플레이션(un-derlying inflation)이 개선되지 않더라도 중앙은행이 눈에 띄는 추가 통화 완화를 단행하거나 최소한 더 긴축하지 않을 것이라고 시장이 믿는다면, 금값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역사의 패턴과 일치한다.

향후 5~10% 가격 변동이 있어도 현재로선 약세론과 강세론 중 어느 쪽이 맞을지 필자도, 누구도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분명히 이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고,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열린 태도를 유지할 것이다.

① 미국·프랑스·일본 등 주요 경제권의 불확실성으로 일부 투자자가 보유하던 미 달러·유로화·엔화를 줄이고 비트코인·금으로 갈아타고 있는 상황을 지칭하는 말이다. 2025년 10월 JP모건 리포트에서 언급됐다. 투자자가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통화로부터 피난처를 찾는다는 개념이다. 단순히 안전 자산으로 피신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고 정치적·재정적 충격에 취약한 통화 등을 매도하고 금 같은 안전 자산으로 갈아타는 것을 포함한다.

② 유행에 뒤처지는 것 같아 두려움이나 불안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우리말은 ‘소외 불안 증후군’ ‘고립 공포감’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금융시장이나 자산 시장에서 남이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리는데 자기만 소외되고 뒤지는 것처럼 느끼고 불안해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대부분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많이 나타난다. 심리적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우울감으로 뒤늦게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는 경우도 많다.

③ 금값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믿는 투자자를 말한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함에 따라, 인플레이션과 통화 가치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 금에 투자한다. 이런 투자가 가운데 가장 확고하고 거침없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지칭한다. 골드버그는 금 투자를 장려하며, 인플레이션, 확장적 통화정책, 국가 부채 증가로 법정화폐의 구매력이 감소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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