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산행후 일출보고… 서울의 명산 도장깨고… 진화하는‘외국인 관광’
최근 3년새 외국인 등산객 829% 증가
버스·전철 타고 산으로… 도심 접근성 ‘굿’
2시간 짧은 시간·잘 조성된 트레킹 코스도 매력

“외국인 친구들과 서울 명산 ‘도장 깨기’를 할 계획이에요.”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과 맞물려 서울을 찾은 외국인들 사이에 ‘K-등산’의 인기가 뜨거운 가운데, 평범한 등산을 넘어 이색 도전이나 체험을 곁들인 등산이 외국인들의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새벽에 출발해 산 정상에서 일출을 맞이하는 일출 산행은 기본이고, 트레일 러닝(포장되지 않은 자연의 길을 달리는 아웃도어 스포츠), 싱잉볼테라피(소리와 진동을 활용해 심신의 이완과 치유를 돕는 대체요법의 일종), 아예 서울 명산 ‘도장 깨기’에도 참여하는 등 K-등산이 진화하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강북구 서울도심등산관광센터에서 만난 하사노바(21) 씨는 “이번이 한국에서 네 번째 등산인데 집(관악구)에서 가까운 관악산, 청계산 등은 이미 등반을 끝내서 새로운 산에 도전하려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은 하사노바 씨를 비롯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10여 명이 모여 등산에 나섰다.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는 등산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은 설레는 표정으로 등산 장비와 옷 등을 대여하며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대부분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SNS를 통해 K-등산을 접했다고 입을 모았다. 뉴질랜드에서 온 20대 케이트 씨는 “뉴질랜드에 있는 한국인 친구가 틱톡에 나온 한국 등산 영상을 보여줬는데 너무 아름다웠다”며 “가이드가 모르는 것을 잘 알려주는 것도 좋고, 체력에 자신이 없는데 가이드와 함께하니 더 안전하게 등산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21일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특히 단기 여행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오래 체류하는 외국인들은 하사노바 씨처럼 서울과 인근의 유명 산을 모두 오르는 데 도전하거나, 새벽 산행 등 이색 체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8일 진행된 북한산 일출 산행은 오전 5시부터 등산을 시작해 북한산 최고봉인 백운대를 찍고 내려오는 코스였는데, 재단에 따르면 참가자 모집 공지 하루 만에 외국인 40여 명 모집이 끝났다. 신청자들의 나이 구성(20∼50대)이나 국적(필리핀·미국·인도네시아·멕시코 등)도 다양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K-등산 인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보여줬다.
실제로 재단이 운영하는 등산관광센터(북한산·북악산·관악산) 3곳을 찾은 외국인 수는 지난 2022년 1753명에서 올해 1만6291명(11월 17일 기준)으로 3년 새 829% 증가했다. 이 기간 누적 외국인 방문객 수는 3만5891명에 달한다. 등산관광센터에는 센터별로 각 4∼5명의 인원이 근무하며 등산 물품 대여 외에도 등산 관광 정보 및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선시대 등산객을 콘셉트로 도심에서 단체로 등산을 즐기는 퍼포먼스형 하이킹 프로그램에도 외국인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15일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진행된 ‘2025 서울에코하이킹 페스타’ 첫날 퍼포먼스 하이킹 참가자들은 한복 등 조선시대를 연상케 하는 소품을 착용하고 남산의 대표 둘레길 코스를 따라 걸었다. 하이킹은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출발해 남산도서관 등산로, 남산타워 및 남산 벚꽃길을 따라 약 5.4㎞ 코스로 진행됐다. 2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약 2시간 동안 단풍이 절정을 이룬 남산의 정취를 만끽했다.
다채로운 색상의 한복을 차려입은 참가자들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참가자들은 체험 부스에서 직접 만든 족두리와 갓을 착용했다. 이 밖에도 선비, 도령, 궁중 여인 등 다양한 모습으로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코스 곳곳에서는 ‘산적의 습격’과 ‘암행어사 검문’ 등 조선시대 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마당극이 이어지며 몰입도를 더했다. N서울타워 쉼터에서는 북청 사자춤 공연이 펼쳐져, 전통 복장을 갖춘 참가자들의 행렬과 조화를 이루며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이날 퍼포먼스 하이킹에 동참한 외국인들은 둘레길을 걸으며 한국 전통문화 공연까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에 크게 만족해했다.
서울에코하이킹 페스타는 15∼16일에 이어 오는 22∼23일에도 열린다. 특히 날짜별로 다른 콘셉트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전통 복장을 입고 걸었던 15일 퍼포먼스 하이킹에 이어 16일엔 난도별 코스를 선택해 완주에 도전하는 ‘챌린지 하이킹’이 진행됐다. 이어 22일에는 누구나 안전하게 즐기는 ‘온 가족 하이킹’, 23일에는 하이킹 전후 요가 세션으로 웰니스를 경험하는 ‘요가 하이킹’ 등이 준비돼 있다. 재단은 남은 프로그램에도 적지 않은 외국인들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등산을 즐기는 이유로 △좋은 도심 접근성 △짧은 등산 시간 △잘 조성된 등산 코스 등 한국 산의 독특한 매력을 꼽는다. 하사노바 씨는 “아제르바이잔은 도시 근처에 산이 없어 산 근처로 이동해서 하루 잠을 자고 난 뒤 등산을 시작해야 하는데, 산이 너무 높고 트레킹 코스도 한국만큼 잘돼 있지 않다”며 “산이 높아 가이드의 안내 없이는 등산을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원효봉 정상까지 오르는 코스에서 만난 외국인들도 “도심 근처에서 등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핀란드에서 한국으로 왔다는 닉(19) 씨는 “2시간 안팎이면 등산이 가능한 게 가장 좋았던 점”이라고 했고, 인도네시아에서 온 친구 사이인 아르난다와 엘민(26) 씨 역시 “인도네시아 산은 3000m가 넘어 등산을 하려면 캠핑을 해야만 한다”면서 “한국 산은 짧게 등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서울의 산을 활용한 관광 콘텐츠가 시민과 외국인에게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받도록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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