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사가 휴대폰 보다가 ‘쾅’… 관제센터도 항로이탈 몰랐다

목포/진창일 기자 2025. 11. 21.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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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속도 줄인 정황 없어”
20일 해경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목포에 입항한 퀸제누비아2호 파손 부위를 감식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19일 밤 전남 신안 해상에서 여객선 퀸제누비아 2호가 무인도로 돌진한 사건은 조타실을 책임지는 일등 항해사가 운항에 집중하지 않은 채 휴대전화를 들여다본 지 3분 만에 발생한 것으로 20일 해경 조사에서 드러났다. 조타실을 감독했어야 할 선장은 자리를 비웠고, 일등 항해사를 보조해야 할 조타수도 뱃머리가 무인도를 향한 것을 몰랐다. 선장과 선원들의 무사안일 탓에 하마터면 대형 인명 피해 사고로 이어질 뻔한 것이다.

전남 목포해경에 따르면, 퀸제누비아 2호는 19일 밤 8시 17분쯤 무인도인 ‘족도’에 충돌해 좌초했다. 2만6546t급 여객선인 퀸제누비아 2호는 충돌 직전까지 22~23.4노트로 운항 중이었다. 시속으로는 40~43㎞로 정상 운항 속도였다. 해경 관계자는 “항적도를 보면 줄곧 이 속도를 유지하며 항해했다”며 “항해사 등이 족도를 발견했다면 속도를 줄였을 텐데, 그러지도 않았다는 얘기”라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여객선이 이처럼 충돌 직전까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정상 속도로 운항한 이유는 ‘자동 항법 장치’에 의존한 선원들에게 있다. 사고 당시 조타실에는 일등 항해사 박모(40)씨와 인도네시아 국적의 40대 조타수 A씨가 있었다. 해경에 따르면 이들은 자동 항법 장치에 목적지를 족도 쪽으로 설정해놓고 운항하다가 사고를 냈다.

원칙대로라면 족도에 도달하기 전 자동 항법 장치를 끄고 수동으로 방향을 바꿔야 했다. 이 일대는 바위섬과 암초가 많고 뱃길이 좁은 ‘협수로(狹水路)’다. 그래서 항해사가 직접 눈으로 보면서 항로를 조정해야 하는 구간이다. 사고 지점과 정상 항로 간 거리도 240m에 불과하다고 한다. 해경 관계자는 “항해사가 족도 남쪽 1.6km쯤에서 키를 90도 정도 동쪽으로 틀어서 방향을 전환하는 ‘변침’을 해야 했는데, 이를 그냥 지나친 것으로 파악됐다”며 “결국 여객선은 3분 만에 족도까지 직진해 충돌했다. 육지로 치면 달리던 자동차가 건물로 돌진한 셈”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일등 항해사 박씨는 해경 조사 초기에 “충돌을 피하려고 조타기를 돌렸는데, 말을 듣지 않아서 변침이 늦어진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해경의 이어진 추궁에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다가 수동 운항을 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고 한다. 박씨는 8년 전 퀸제누비아 2호 운영사인 씨월드고속훼리에 입사해 2023년부터 일등 항해사로 일해왔다.

해경은 여객선 책임자인 선장 김모(60대)씨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선원법 9조는 ‘항구를 출입할 때, 좁은 수로를 지나갈 때 등에 선장이 선박의 조종을 직접 지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경은 “선장이 선원법에 따른 지휘 의무를 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근무시간이 아니어서 조타실을 떠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이날 일등 항해사 박씨와 A씨를 긴급 체포했다. 두 사람에게 중과실치상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또 이들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해 사고 당시 박씨 등이 무엇을 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해경은 “이전에도 자동 항법 장치를 켜고 사고 구간을 오갔는지도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해상 선박 사고 위험을 감시했어야 할 목포 광역 해상 교통관제센터(VTS)도 이번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 목포VTS는 ‘퀸제누비아 2호가 섬에 충돌했다’는 선원의 신고를 받기 전까지 이상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김성윤 목포VTS 센터장은 “당시 관제사 1명이 총 5척을 관제하고 있었고, 사고가 3분 만에 벌어져 빨리 문제를 알지 못했다”며 “(관제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했다.

사고 여객선은 해경이 출동했을 당시 선수(뱃머리) 부분이 암초에 올라타 있는 상태였다. 약 15도 정도 왼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선수 아래쪽 철판이 찢어져 있었다. 파손이 심각하지는 않아 스스로 목포 삼학부두에 입항했다. 해경은 “항해기록장치(VDR)와 선박 내부 감시 카메라 영상을 분석 중”이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을 거쳐서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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