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회 의사 결정 방식을 의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

조현호 기자 2025. 11. 20.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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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위반 '벌금 400만 원' 나경원 가까스로 의원직 유지...재판부 설명자료 보니
나경원 "우리의 항거 법원이 인정" 민주당 "몰염치에 경악 금치 못해"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남부지법 앞에서 패스트트랙 선고 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 충돌을 주도한 국민의힘 의원과 전 자유한국당 인사들 전원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다만 모두 벌금형을 받았고, 국회법 위반의 경우 가까스로 의원직 상실형을 면했다. 법원은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하며 마련한 의사결정 법안을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이자 폭력을 동원한 범행이어서 죄책이 작지 않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부당성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주장이 근거없다고 볼 수 없다고 양형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장찬 부장판사)가 20일 오후 기자단에 전한 '재판부 설명자료'를 보면, 재판부는 이날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전 자유한국당 관계자 26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모두 벌금형을 선고했다. 황교안 전 총리는 총 1900만원(국회법 위반 400만원), 나경원 의원은 2400만 원(국회법 위반 400만 원), 송언석 원내대표 1150만 원(국회법 위반 15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밖에 윤한홍 750만 원(150만 원-이하 괄호 안은 국회법 위반), 이만희 850만 원(150만 원), 곽상도 550만 원(150만 원), 김선동 750만 원(150만 원), 이철규 550만 원(150만 원), 김태흠 홍철호 각각 국회법 위반 150만 원 등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다른 범죄는 금고형 이상, 국회법 제166조(국회회의방해 금지) 위반 범죄는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야 국회의원 입후보 자격이 상실된다(공직선거법 제19조 4호). 나경원 의원이 1심 판결에서 받은 400만 원 벌금형은 가까스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다.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재판부는 △채이배 의원에 대한 감금 및 채이배 의원의 의정활동 방해 등 사건(특수공무집행방해죄, 공동감금죄, 공동퇴거불응)죄 모두 유죄 △의안과 법안 접수 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죄, 공용서류은닉죄 모두 유죄 △정개특위 회의 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죄, 국회법위반죄) 각 유죄 △사개특위 회의 방해(특수공무집행방해죄, 국회법위반죄) 각 유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 마련한 국회의 의사 결정 방식을 그 구성원인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라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이 불법 수단을 동원, 동료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저지하거나 국회 정상 운영을 방해해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라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이 쟁점 법안과 이 사건 개선행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부당성을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로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또 “한국당 측은 선거제도를 변경하는 중대한 내용의 쟁점법안을 충분한 논의 없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것은 부당하고, 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 권은희를 강제로 사임하게 한 '개선행위'는 위헌, 위법이라고 반발하며 범행에 나아갔다”라며 “피고인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근본적으로 국회의 구성원들이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수렴하고, 대화와 타협, 설득을 통해 법안을 제정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성숙한 의정문화를 갖추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라고도 강조했다.

이 사건 이후 당명을 바꾼 미래통합당과 국민의힘이 이어진 21~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것을 두고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평가는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양형을 정함에 있어 참작될 필요가 있다”라고 판단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판결 뒤 기자회견에서 “법원은 우리의 정치적 저항 항거에 대한 명분을 인정했다”라며 “결국 민주당 독재를 막은 최소한의 저지선을 인정했다고 본다. 아쉬움은 있지만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라고 자평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오늘의 판결은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저항'이었음을 분명히 확인한 결정”이라고 평가했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의 저항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항거였다”라며 “대장동 범죄 일당의 항소를 포기한 검찰의 본 건 항소 여부를 지켜보고, 판결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추후 대응 방향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반면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한 불법 폭력이라는 점이 사법부에 의해 명확히 확인됐다”라고 평가하면서 나 의원을 향해 “유죄 판결을 받고도 반성은커녕, 이를 '명분 인정'으로 둔갑시키는 파렴치함과 법원이 불법이라 판단한 폭력을 여전히 '민주당 독재 저지'라고 정당화하는 몰염치함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오늘 판결을 두고 자화자찬할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약속하는 것이 최소한의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라고 지적했다.

박병언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의원직을 유지시킨 이번 선고에 매우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항소심에서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변인은 “나경원 의원을 비롯해 국회에서 감금과 폭력을 행사한 의원들은 국민 앞에 진정을 담아 사과하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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