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말하는 색, 마음이 빚은 선의 온기

하영란 기자 2025. 11. 20.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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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지 도예가' 작품 세계 엿보기
젊은 감각의 분청 도예
색흙 실험이 만든 선미학
단순 선에서 찾은 조형미
차 도구 신작이 품은 온기
김해 로컬성 담은 도예가
정민지 도예가는 "다양한 종류의 기물들을 실험하고 있다. 사용하기 편하고 예쁜 차 도구들을 만들 것이다.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도자기는 예술가의 내면과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 그 흐름을 반영해 젊은 감각으로 빚어낸 도자기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모던하고 과하지 않고 일상생활과도 어울리고, 어디에 놓아도 멋스러운 도자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젊은이들이 모던하고 멋진 도자기 작품에 열광하고 있다. 도자기를 사서 장식하기도 하고, 그 도자기를 사용한다.

지난 4일 제30회 김해분청도자기축제 개막식에서 '김해분청도자전시판매관'에 전시된 정민지 도예가의 작품을 보고 매료됐다. 먼저 진열된 작가의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누구의 작품일까 궁금해서 작가의 이름을 확인했다. 추후,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작가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측으로부터 전화번호를 받아서 연락을 취했다. 작품 관련 일로 서울에 머물고 있어서 12월에 내려온다고 했다.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민지 도예가에게 도예 작업이란 애증이다.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또 그만큼 어려워 늘 좌절하면서 작업한다. 도자기 작업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도예는 흙과의 공명, 조형성, 그리고 예술적 표현이 공존한다. 도예가는 도자기를 빚는 과정에서 흙과 직접 교감하며, 사람과 흙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정민지 도예가

정민지 도예가는 할아버지 때부터 김해 명법동에 자리를 잡고 살았다. 작업실이 있는 명법동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까지 살았다. 유학 후인 2015년에 돌아와서 다시 정착했다.

작품 세계에 관련한 궁금증을 들어보자.

도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릴 적부터 만들기를 좋아하고 잘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미술을 하고 싶었다. 대학에 들어갈 때 그림보다는 만들기가 하고 싶어서 공예과라는 이름만 보고 도자기공예과에 들어가서 도자기의 길로 덜컥 들어서게 됐다.
김해시청과 콜라보 한 정민지 작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의 유학 경험이 작업에 어떤 영향을 줬나?

내가 쓰는 색감들이 바르셀로나에서 배우고 영감을 받은 것들이다. 담당 교수인 Montserrat Altet 교수님께서 특히 색소지(흙)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분이셨다. 내가 살았던 지중해 동네들은 특유의 밝은 색감이 있다. 사람들도 그렇고, 이런 부분이 자연스럽게 작업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한다.

자신만의 디자인, 색감, 형태를 찾는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과 기쁨은?

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색감이다. 색감들은 오랫동안 실험을 통해 어느 정도 정리가 돼 구현하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다. 색감이 돋보이게 하려고, 형태는 가장 단순한 선을 쓰려고 한다. 단순하지만 세련된 선을 찾는 게 참 어렵다. 도자기는 특히 구우면서 수축이 발생하는데 굽기 전 모양이랑 굽고 난 후의 모양이 많이 달라진다. 거기에 유약까지 발리면 '에지' 있던 선들이 흐릿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섬세한 선들을 잡아내기 위해 샘플 작업을 많이 한다. 최근에는 3D 프린터의 도움을 받아 시간이 단축되긴 했지만 한 작업이 완성되는 데 1년은 걸리는 것 같다. 이런 시간이 지나 완성품이 나오면 그때의 희열은 말로 다 하지 못한다.
김해분청도자전시판매관에 전시된 정민지 작품.

석고 틀 작업 등 본인만의 제작 방식이 가지는 가치와 차별점은?

석고 틀 작업(슬립 캐스팅 기법)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색흙을 쓰기에 가장 최적화된 방법이기 때문이다. 도자기 색깔은 보통 유약으로 만든다. 이런 경우에는 색상이 탁해지는 경향이 있다. 밝고 맑은 색상을 위해 아주 좋은 백토에 약간의 안료를 넣어 색흙을 만들어 작업하고 있다. 그래서 보통의 도자기에서 보는 색보다 밝고 맑은 파스텔톤이 나온다, 이 흙들을 아주 얇고 섬세하게 다룬다. 가장 최적화된 방법은 슬립 캐스팅 기법이 아닌가 한다.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실용성, 미적 감각 등)는?

입국심사서를 적을 때 직업란에 늘 예술가가 아니라 공예가라고 적는다. 공예라는 것이 실용성과 아주 밀접한 예술이다. 내가 작업한 것이 실제로 쓰이는 것이 참 좋다. 한창 컵을 만들 때 고객님들이 '컵이 가볍고 손잡이를 잡거나 쥐었을 때의 느낌이 좋고 예뻐서 이 컵에만 손이 간다'고 말해줄 때 참 좋았다.
정민지 작품 올디너리컬렉션 머그.

최근 작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오브제나 작품은?

요즘은 주로 차 도구 작업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작업한 '따뜻한 대화'를 주제로 작업한 찻잔 시리즈들이 꾀나 마음에 든다. 사실 제가 차를 마시기 시작한 지는 2~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차 생활을 하면서 가장 즐거운 경험 중의 하나는 소통이다.

차를 마시면서 이뤄지는 대화의 시간. 여러 사람의 여러 개의 말과 생각이 오가며 조화를 이루어가는 시간. 이것이 진정한 찻자리의 매력이라 생각 들었다. 이 '여러 개의 말과 생각들의 조화'를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다. 작업실에서 여러가지 시도를 하면서 만화의 말풍선 이미지가 떠올라 작업했다. 이후로는 말풍선과 완전 다른 이미지로 발전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 말풍선 모양의 받침들이 시각적으로도 재미있고, 의미도 있어서 매우 만족한다. 10월 중순에 샤먼국제차박람회에 1차 제작분을 가지고 갔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김해에서 작업하는 '지역성'과 '로컬 콘텐츠'에 대한 생각은?
정민지 작품 차 도구.

김해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 그런지 마음이 아주 평안하다. 그래서인지 작업할 때도 한결 차분하고 따뜻한 감정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온다. 작업을 더욱 평안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곳이다.

몇 해 전 김해시청 관광과와 협업해 '김해 대표색 머그컵'을 관광기념품으로 제작했다. 고향의 색을 담은 상품을 만들 수 있어서 정말 뿌듯했다. 김해라는 지역 안에서 내 작품이 지역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경험이 작가로서 큰 보람을 줬다.

국내에서의 도예 트렌드는?

논밭 한가운데서 묻혀서 고양이 두 마리랑 야옹야옹하며 작업하는 처지라 트렌드 파악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경험한 개인적인 느낌은 20~30대 층의 공예 관심도와 소비도가 아주 높아지면서 전통공예의 범주에서 벗어난 다양한 작업들이 많다.
정민지 작품 차 도구.

도자기는 단순한 실용품을 넘어 조형적 아름다움과 예술성이 있어야 한다. 형태, 질감, 색상 등 다양한 요소를 창의적으로 조합해 독특한 미감을 표현한다. 도예가는 도자기가 아름다움뿐 아니라, 자신의 성장과 변화, 그리고 작품의 지속적인 혁신을 함께 추구한다. 도예가는 도자기 제작의 모든 과정에서 흙과의 교감, 예술적 조형성, 그리고 변화의 가치를 중시한다. 이 모든 것에 부합하는 정민지 도예가는 "도자기 작업을 한 지가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늘 한결같이 가마 뚜껑을 열 때는 좌절감이 들 때가 많다. 나보다 오래 작업한 선배들도 그렇다고 한다. 이 말에 위로를 받고 작업실로 돌아간다, 몇 년 전의 작업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실력은 좋아지고 있다. 요즘 차 도구 작업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 같다. 다양한 종류의 기물들을 실험하고 있다. 사용하기 편하고 예쁜 차 도구들을 만들 것이다.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한다.

정민지 프로필

1983 김해 출생

2007 국립서울과기대 도예과 졸업

2015 바르셀로나 ESDA Llotja 아트스쿨 세라믹아트 전공 졸업

2015~현재 라세라미스타 도자공방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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