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시장으로 위장한 中 여성 간첩… 인신매매 혐의로 종신형

필리핀에서 신분을 세탁한 뒤 지방 소도시 시장으로 위장해 불법 도박과 자금 세탁, 인신매매 등의 범죄를 저질러 온 중국인 여성 간첩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19일 로이터통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필리핀 마닐라 지방법원은 중국 국적의 앨리스 궈(35·중국명 궈화핑)에게 인신매매 혐의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7명도 같은 혐의로 종신형을 받았다.

궈는 필리핀 북부 루손섬 타를라크주 밤반시 시장을 2022년부터 맡아왔다. 지난 5월 중국 정보기관 연계 의혹이 불거지며 직위가 해제됐고, 이후 수사 과정에서 중국계 범죄 조직과 결탁해 불법 온라인 도박장과 사기 센터를 운영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인신매매 혐의 역시 이 과정에서 불거졌다.
문제가 된 시설은 사무동·고급 빌라·대형 수영장까지 갖춘 대규모 복합 단지였지만, 실제로는 불법 도박과 ‘로맨스 스캠’ 등 각종 사기 범죄가 이뤄지는 조직의 아지트였다. 위치 역시 시장실 뒤편에 바로 붙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설의 실체는 작년 3월 한 베트남 국적자가 감금 상태에서 탈출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필리핀 수사 당국은 현장 급습 과정에서 불법 감금돼 범죄에 동원되던 인원 700여 명을 구조했다. 피해자 국적은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 인도네시아, 르완다 등으로 다양했으며, 이들은 범죄 가담을 거부할 경우 고문과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시설 부지 절반은 궈 명의로 되어 있었으며, 그는 관련 법인의 대표이자 실질적 운영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궈는 “중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필리핀 농장에서 자랐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리사 혼티베로스 필리핀 상원 의원이 국가수사청(NBI)에 의뢰해 지문을 대조한 결과, 궈의 지문은 2003년 중국 여권으로 필리핀에 입국한 ‘궈화핑’과 일치했다. 이에 대통령 직속 조직범죄대책위원회(PAOCC)는 그의 시장직을 박탈하고, ‘앨리스 궈’ 명의 필리핀 여권을 말소했다.
신분이 드러난 뒤에도 궈는 한동안 도피를 이어갔다. 지난해 7월 체포 영장이 발부되자 그는 행방을 감춘 뒤 여러 차례 배를 갈아타며 말레이시아로 넘어갔고, 이후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로 이동했다. 필리핀 당국은 4개국에 걸쳐 추적을 이어갔고, 같은 해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그를 붙잡았다.
이번 사건은 필리핀과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가는 가운데 진행돼 왔다. 중국 대사관은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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