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종묘 앞 도시재생 논란, 정쟁이 아닌 도시문제로 풀어야

김천권 2025. 11. 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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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요즘 종묘 앞 도시 재개발을 두고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마치 종묘의 존립이 당장 위태롭기라도 한 듯 호들갑이다. 그러나 도시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이 논란은 참으로 생뚱맞다. 도시문제를 정치 서사로 해석하려는 시도, 바로 그것이 문제다. 이런 논란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며, 세계 어디서나 문화유산 보존과 도시개발의 갈등은 상존한다. 영국 리버풀에서는 시청 인근에 현대적 건축물을 짓겠다고 하자,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철회하겠다고 경고했고, 결국 리버풀시는 "그렇다면 철회하라"며 실제로 유네스코 유산 지위를 포기했다. 도시는 살아있는 유기체라는 인식이 그만큼 강했던 것이다. 인도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유적과 건축물이 수없이 많지만,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권유해도 오히려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번 등록되면 유네스코의 간섭과 관리 기준에 묶여 도시의 자율성이 제약되기 때문이다. 유적 보존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곧 현재의 삶과 미래의 발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종묘를 파괴하자는 것도 아니다. 냉정히 말해 시민들이 종묘의 제례 공간에 어떤 왕이 모셔 있는지 깊이 관심을 두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과연 종묘에서 남산이 보이는 조망이 그렇게까지 절대적인 가치인가? 남산에서 종묘가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시민은 또 얼마나 될까? 조망이 그렇게 소중하다면, 종묘 앞 고층 건물 위에 전망대를 설치해 종묘와 남산을 함께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적 공간'을 만들어보는 발상은 어떨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이 무학대사와 정도전이 한양 천도를 하던 조선 초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6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도시는 변화해야 한다. 종묘의 역사적 가치가 존중되어야 하는 만큼, 서울이 앞으로 100년, 200년 후에도 활기찬 도시로 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발과 변화 역시 필요하다.

결국 이 문제의 본질은 균형이다. 과거를 지키되, 미래를 묶어두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논의는 균형을 논하기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총리는 총리 일을 하고, 시장은 독단을 자제하며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도시문제는 도시 전문가에게 맡기라는 말이다.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며 도시의 방향을 재단하는 한, 서울은 진정한 미래도시로 나아갈 수 없다. 문화유산을 존중하되, 도시의 생명력은 '변화'에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할 때다.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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