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서관 ‘시네마테크’, 본질 사라지고 허울뿐인 ‘서울영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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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오는 28일 충무로에 개관하는 서울영화센터를 두고 영화인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파행이 예상된다.
하지만 서울시의 운영계획을 보면, '영상 산업 거점' '영화인들의 교류' 등만 강조돼 있고, 시네마테크의 중요 기능 중 하나인 아카이브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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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오는 28일 충무로에 개관하는 서울영화센터를 두고 영화인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파행이 예상된다. 영화 도서관 격인 ‘시네마테크’라는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외관만 그럴싸하게 꾸민 ‘보여주기식 행정’ 아니냐는 것이다.
20일 서울시가 내놓은 서울영화센터 운영계획을 보면, 서울시 중구 마른내로에 연면적 4806㎡, 지하 3층, 지상 10층 규모로 완성된 서울영화센터는 ‘서울시 최초이자 대표적인 글로벌 영상산업·문화의 거점’을 목표로 산하 기관인 서울경제진흥원이 2027년까지 운영을 맡는다.
앞서 지난 18일 한국독립영화협회,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미디액트), 지역영화네트워크, 한국예술영화관협회 등 10개 영화·시민단체는 성명을 발표해 “서울시가 지난 15년간 영화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논의해온 ‘서울시네마테크 건립’의 원칙과 합의를 스스로 뒤집고 공공 문화시설의 정체성을 훼손한 것에 대해, 서울영화센터의 현행 운영체제와 어떠한 공식적 협력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네마테크 원안으로 즉시 복귀하고 영화계·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공론장을 조속히 재개하라”고 서울시에 촉구했다.
시네마테크 설립은 2000년대 초부터 영화인과 영화팬들이 기다려온 숙원 사업이다. 2006년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와 배우 안성기, 이명세·박찬욱·봉준호·김지운 감독, 평론가 등을 주축으로 꾸려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이 고전·예술영화를 안정적으로 볼 수 있는 공간인 시네마테크 건립을 추진해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16년 서울시의 시네마테크 건립안이 통과됐고, 2018년 설계 공모도 확정됐다. 이후 서울시네마테크 건립준비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운영에 대한 민관 협력이 진행됐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건립준비위와 서울시의 논의는 중단됐다.
2023년 서울시는 시네마테크에서 서울영화센터로 명칭을 바꿨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느끼기에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명칭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네마테크는 단순한 명칭에 그치지 않는다. 국제기구인 국제영상자료원연맹(FIAF)은 시네마테크를 ‘영화를 수집·보존·복원·상영하며, 영화 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승하는 비영리 문화기관’으로 규정했다. 영화계가 추진해온 서울시네마테크는 이 국제 기준에 맞춰 기획됐다. 시민들이 상업 영화관에서 보기 힘든 고전·예술 영화를 보고 토론하며, 문화적 유산으로서 필름과 중요 영화 자료들을 보존하는 일종의 공공 영화 도서관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운영계획을 보면, ‘영상 산업 거점’ ‘영화인들의 교류’ 등만 강조돼 있고, 시네마테크의 중요 기능 중 하나인 아카이브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지난 6월 공사 중인 서울영화센터를 답사한 김숙현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사무국장은 “필름을 보관하는 수장고도 없고, 영사실은 필름 상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비좁았다. 영화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계획됐던 곳은 공유 오피스로 바뀌었고, 상영관에 리클라이너를 넣으면서 객석 수도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초 서울영화센터 3개 상영관 운영업체 입찰에서 영화 배급이나 상영 관련 운영 경험이 없는 원로 영화인 단체 한국영화인협회가 선정되면서 영화인들의 반발은 더욱 커졌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2016년 사업 승인을 받은 게 시네마테크 설립이었는데, 지금처럼 성격이 모호한 영화센터였으면 승인이 났을지 의문”이라며 “시네마테크는 예술인들의 편의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관객들이 다양한 예술·고전 영화를 찾아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쪽은 “영화인들의 주장과 방향성에서 다르게 가고 있지는 않다”며 “소통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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