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성능 업그레이드, 단 5초면 가능하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스마트폰, 전기차, 에너지 저장장치 등 일상을 움직이는 핵심 기술이다. 배터리의 용량과 성능을 끌어올리려면 음극 소재로 넓은 표면적과 높은 전기전도성을 동시에 가진 소재가 필요한데, 이번 신기술이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넓은 표면적을 가진 '메조 다공성 금속산화물(이하 MMOs, mesoporous metal oxides)'을 만들기 위해 '블록공중합체(BCP) 자기조립'이라는 방법이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이 방식은 유독성 용매를 사용해야 하고 합성 시간이 매우 길어 산업 적용이 쉽지 않았다. 여기에 높은 전도성을 가진 나노물질을 MMOs 내부에 균일하게 섞는 것도 거의 불가능해 배터리 성능 향상에 큰 걸림돌이 되어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스텍 화학공학과 김진곤 교수, 김건우 박사, 조항준 석사, 배터리공학과·화학공학과 조창신 교수 공동연구팀은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했다. 연구팀은 손 소독제나 매니큐어 제거제로 알려진 친환경 용매 '아세톤'이 금속 알콕사이드(금속 산화물 전구체)를 빠르게 반응·경화하는 특성에 주목했다. 기존처럼 용매를 천천히 증발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재료가 순식간에 반응하며 스스로 응축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구현한 것이다.
그 결과, '카본나노튜브'(1차원)와 'MXene'(2차원) 같은 고전도성 나노 소재가 단 5초 만에 MMOs 내부에 골고루 분산된 나노 복합체 제조에 성공했다. 수 시간에서 며칠 이상 걸리던 공정을 대폭 단축했을 뿐 아니라, 균일성과 재현성까지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기술로 만든 나노 복합체는 넓은 표면적과 높은 전도성을 동시에 달성하며, 리튬이온배터리 음극 소재로 사용한 결과 기존 MMOs 소재보다 뛰어난 에너지 저장 성능을 입증했다. 실험 결과, 0.05 A/g의 낮은 전류밀도에서는 복합체가 275mAh/g로, MMO 단일 소재(224 mAh/g) 대비 약 23% 향상된 용량을 보였고, 1.0 A/g의 높은 전류밀도에서는 복합체가 108 mAh/g로, 단일 소재(46 mAh/g)보다 약 135% 향상됐다. 또한 공정에 사용된 아세톤을 정제해 다시 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모두 갖춘 생산 공정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김진곤 교수는 "이번 기술은 기존 대비 합성 속도를 혁신적으로 단축할 뿐만 아니라 유독성 용매가 필요하지 않아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것이 큰 차별점"이라며 "배터리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고기능성 소재 개발로 응용 범위가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창의후속연구사업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국제공동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재료·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인 '나노 에너지(Nano Energy)'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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