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풍경 속 피어난 감정의 꽃
‘백색의 시선, 자연의 호흡’
26일까지 광주무등갤러리
‘나주금천의 봄’ 등 50여 점
먹물·수채 다양한 재료 활용

자연의 숨결과 현장의 감동을 화폭에 담아온 고희자 교수가 10번째 개인전을 맞아 지난 20여 년간의 대표작을 선보이며 예술 여정을 되짚는다.
서양화가 고희자의 10번째 개인전 '백색의 시선, 자연의 호흡'이 오는 26일까지 광주 동구 예술길에 위치한 무등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내면적 사유와 자연에 대한 감각을 담은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고 교수는 현재 송원대학교 교수이자 광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술단체 '황토회'의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베네치아 A', '독일 로텐브르크' 등 도시와 자연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은 절제된 색감과 몽환적인 분위기로 관람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대표작 '베네치아 A'는 도시의 물결과 빛의 반사를 통해 낯선 공간 속 정서적 고요를 표현한다. '독일 로텐브르크'는 유럽의 고즈넉한 거리 풍경을 통해 기억 속 장면을 회화적으로 되살린다. 두 작품 모두 자연과 도시, 빛과 그림자의 조화를 통해 관람자의 내면을 향한 사색을 유도한다.
고 작가는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영혼이 조용히 숨 쉬고 있음을 느낀다"며 "자연에서 얻은 영감은 지난 세월의 눈물방울이자 새로운 희망의 조각이다"고 밝혔다. 이어 "붓을 잡는 순간 무한한 자유를 얻는다"며 "모든 순간이 물처럼 스며들어 한 폭의 그림이 된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독일 백조의 성'은 작업 중 가장 많은 사건과 어려움을 겪은 장소로, 작가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나주 금천의 배꽃이 만개한 풍경을 담은 작품 역시 현장의 감동을 그대로 옮겼다. 그는 "어린 시절 기억 속 나무와 꽃망울을 떠올리며, 생의 고통과 치유가 교차하는 순간들을 작품에 담아냈다"면서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꽃이 가득했던 그날의 감동을 담았다. 자연의 생명력과 감성을 고스란히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이자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인 안석교는 이번 전시에 대해 "고 교수의 작품은 단순한 환상의 유희가 아니라 깊은 고뇌의 여과 과정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이다"며 "현대인의 내면을 정화시키는 마력을 지닌다. 군중 속의 고독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힐링과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보기 드문 예술이다"고 말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익두 역시 "고 화백의 그림은 모두 백색의 초점으로 향하고 있다"며 "그림 속 '흰 중심'은 우리 민족혼의 밝은 근원으로 향하는 상징이다"고 해석했다. 그는 "서양화이면서도 민족적 정서가 깃든 작품이다"면서 "고 화백은 평생 이 근원적 물음에 답하기 위해 고민해온 예술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고희자 작가의 예술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로, 관람객들에게 정서적 울림과 시각적 여운을 동시에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