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지옥·이혼숙려캠프 출연 일반인들... 욕 먹는 건 감수하라?
한국여성민우회 "일반인 출연자 권리 보장, 방송사·OTT 플랫폼·제작사가 공동으로 져야"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일반인이 출연하는 영상 콘텐츠가 늘면서 영상이 재편집되거나 왜곡돼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상파(KBS·EBS·SBS·MBC), 종편(MBN·TV조선·JTBC·채널A), OTT(왓챠·웨이브·넷플릭스 코리아·쿠팡플레이·디즈니플러스·티빙·유튜브 코리아 및 본사) 등 총 16개사에 일반인 출연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있는지 질의 공문을 보낸 결과 대부분 원론적 안내만 하거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민우회는 지난 10월21일부터 주요 방송사와 OTT 플랫폼에 △일반인 출연자의 온라인상 성차별적 괴롭힘 및 사이버불링 피해 방지를 위한 지침·매뉴얼 또는 가이드라인 운영 여부 및 내용 △출연자 계약서상 피해 예방·지원 관련 보호조항 포함 여부 및 내용 △운영·마련 중인 출연자 보호 제도의 구체적 내용 등을 물었다.
그러나 방송사 중에선 KBS·EBS만 관련 규정에 대해 회신했다. 한국여성민우회에 따르면 KBS는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과 'KBS 방송출연 아동·청소년의 권익보호를 위한 표준제작 가이드라인'을 첨부해 답했다. EBS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표준계약서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대중문화예술인 방송·영상 출연표준계약서(비드라마 분야)'는 일반인 출연자를 전제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OTT 중에선 왓챠가 “제3자 권리 침해 방지를 위해 검수 절차를 거친다”고 답했으나, 검수 절차의 상세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넷플릭스 코리아는 “해당 질문은 답변드릴 수 없다”고 했고, 디즈니플러스는 “당사 콘텐츠에는 일반인 출연자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수 OTT 플랫폼은 “유관 부서로 전달했다”는 형식적인 자동답변 안내만 있었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민우회는 특히 방송·영상 콘텐츠 재편집과 재확산이 주로 이뤄지는 유튜브에 대해선 △일반인 출연자의 온라인상 괴롭힘·성차별적 댓글·신상 노출 등의 피해를 예방·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지침·정책 또는 내부 프로세스 여부 및 내용 △해당 정책이 외부 신고자 또는 피해자(비연예인 포함)에게 적용되는 구체적 절차와 심사 기준 △일반인 출연자 관련 영상의 삭제·비공개 요청 처리 절차 및 대응 기간, 정책상 개선 계획 여부 및 내용 등을 물었다.
그러나 유튜브 코리아는 “유튜브 지원팀은 정책이나 피해 예방을 담당하지 않는다”며 '커뮤니티 가이드'와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안내했다. “콘텐츠 검토를 신속하게 처리하려면 법적 요청을 제출하기 전에 이러한 정책을 위반하는 콘텐츠를 신고해야 한다”는 원론적 답변이 이어졌다. 이후 안내 받은 유튜브 본사 법률지원팀 이메일로 보낸 공문에는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처럼 일반인 출연자 권리 보장 제도에 대해선 질의를 하는 것조차 어렵고 체계화된 원칙이 부재한 현실이다. '무엇이든 물어보살'(KBS), '솔로지옥'(넷플릭스), '고딩엄빠'(MBN),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채널A), '이혼숙려캠프'(JTBC) 등 일반인 출연 방송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출연자들은 재생산되는 영상에 따른 조롱, 혐오·차별, 악성댓글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방송사·플랫폼은 이를 책임지지 않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여성민우회는 “방송은 송출로 끝나지 않는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콘텐츠가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평범한 시민의 얼굴과 이름은 수년간 조롱과 낙인의 대상이 된다”며 “일반인 출연자 권리 보장은 개인의 대응에만 맡길 문제가 아니라 방송사·OTT 플랫폼·제작사가 공동으로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이라고 했다.
이어 “방송사·OTT 플랫폼·제작사는 앞으로 일반인 출연자의 인격권과 초상권의 보장, 인권침해 기준의 검토, 피해 예방과 책임 있는 대응체계 구축 등 표준계약서와 제작·편집·유통 가이드라인에 반영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러한 개선은 단순히 출연자 개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수준을 넘어, 미디어 산업 전반의 신뢰와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필수 조건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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