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운전자 바꿔치기’…음주운전 은폐 확산 우려

박건우 기자 2025. 11. 2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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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감형 잇단 판결에 악용 가능성↑
광주·전남 매년 총 1만여건 적발 속
온라인 등서 ‘단속 피하는 법’ 공유도
"편법 기승…명확한 판례 기준 마련 필요"
음주운전 사고 후 실제 운전자를 숨기기 위한 '운전자 바꿔치기' 수법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사법 판단의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조사 단계에서 거짓말을 반복했음에도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까지 나오면서, 엄정 대응 기조가 흔들린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챗gpt 생성 이미지

#. 지인의 교통사고를 대신 뒤집어쓰려 했던 30대 남성이 1심 벌금형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경찰 조사 내내 "내가 운전했다"고 진술했고, 실제 운전자 B씨의 음주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검찰은 그를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진술만으로 범인을 숨길 정도로 적극적이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이 판결을 두고 '음주운전 바꿔치기' 사건이 다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음주운전 직후 '일단 바꿔치기부터 시도하고 보자'는 행태가 사회적 악습으로 굳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허위 진술이 반복됐는데도 무죄·감형 판결이 이어지면, 운전자가 이를 위험을 줄이는 수법 정도로 오해해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광주·전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광주는 2021년 4천155건에서 2023년 4천796건으로, 전남은 같은 기간 5천583건에서 6천574건으로 늘었다. 음주운전이 줄지 않는 상황에서 '단속 전 바꿔치기 시도'에 대한 잘못된 학습 효과가 확산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바꿔치기 혐의가 인정된 사건조차 항소심에서 감형되거나 무죄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2020년 광주에서 무면허·음주사고 뒤 지인에게 허위 진술을 요청한 30대 남성은 1심에서 징역 2년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로 감형됐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무면허 사고 후 도주한 20대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범인도피 혐의는 무죄가 난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판결이 이어지면서 온라인에서는 "판결마다 기준이 제각각이라 시도해볼 만한 범죄가 됐다", "이러다 음주운전자가 더 대담해지는 것 아니냐"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음주단속 피하는 법', '적발돼도 빠져나오는 법' 같은 게시물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버젓이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다. 단속 직전 소주를 마셔 측정 시점을 흐리게 하는 방법, 차량을 버리고 도주해 시간을 끌라는 방식 등 위험천만한 '꼼수'가 노하우처럼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는 지난해 11월 이 같은 음주운전 은폐 행위를 막기 위해 '술타기 방지법'을 통과시켰고, 지난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음주사고 직후 추가로 술을 마셔 측정 시간대를 불명확하게 만드는 '술타기'를 명시적으로 처벌하는 내용으로, 1~5년 징역 또는 500만~2천만원 벌금, 재범 시 2~6년 징역 또는 1천만~3천만원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음주운전자가 동승자나 대리기사 등을 자동으로 '내가 운전했다'고 내세우거나, 현장에서 허위 진술을 시도하는 방식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허위 진술의 구체성, 수사 지연 정도, 음주 여부 입증 난이도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해 재판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사회적 위험이 커진 만큼 바꿔치기·술타기 등 음주운전 은폐 행위에 대한 판례 기준을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거짓 진술은 초동 수사를 교란하고 음주 여부 규명을 막는 악질적 방식"이라며 "반복되는 허위 진술에는 범인도피 혐의를 적극 적용하고, 블랙박스·CCTV 분석을 강화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