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벌어선 학원비 감당 안돼" 워킹맘 비율 최대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5. 11. 20. 17:4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고생 자녀 둔 여성 고용률 70% 첫 돌파
고물가로 살림살이 팍팍해지자
교육비 부담 커져 취업전선에
여성친화 일자리 증가도 한몫
보건·사회복지업에 많이 취직
경단녀 비율은 15% 역대최저

두 명의 자녀를 둔 40대 초반 김 모씨는 지난해까지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올해 초 지역 복지센터의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고 일터에 복귀했다. 고물가와 자녀 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더는 한 사람의 소득으로는 살림을 꾸리는 게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김씨처럼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이른바 '워킹맘'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반해 결혼, 출산, 육아, 가족 돌봄 등을 이유로 경제 활동을 중단한 '경력 단절 여성(경단녀)'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물가 급등과 학원비 등 지출에 대한 부담으로 가계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맞벌이는 필수'란 인식이 확산하고, 보건·복지 분야 일자리가 큰 폭 늘어나면서 고용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20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기혼 여성의 고용 현황'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15~54세 기혼 여성의 고용률은 64.3%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2020년만 해도 해당 조건의 여성 고용률은 55.5%에 불과했지만 5년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생산가능인구의 고용률이 4.3%포인트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기혼 여성 고용률 증가폭이 가파른 것이다.

특히 자녀가 13~17세 취학 연령일 경우 15~54세 기혼 여성 고용률은 올해 상반기 기준 70.4%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1.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7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녀 교육비를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기혼 여성들이 고용 시장에 다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혼 여성 고용률이 대폭 늘어나면서 15~64세 기혼 여성 가운데 경력 단절 비중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14.9%를 기록했다. 두 자녀를 출산하고 육아휴직 중인 한 30대 후반 여성은 "고물가로 인해 혼자 벌어선 여유롭게 살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기혼 여성이 주로 몸담고 있는 업종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47만5000명·17.8%), 교육서비스업(41만7000명·15.6%), 도매 및 소매업(33만4000명·12.5%) 순이었다.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간병인, 요양보호사 등에 취업하는 것으로 보인다.

송준행 국가데이터처 고용통계과장은 "남성이 주로 종사하는 제조업·건설업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여성이 주로 종사하는 보건업, 사회복지서비스업은 고령화 영향으로 일자리가 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기혼 여성의 고용률이 자녀 연령과 관계없이 모두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 친화적 일자리가 늘어난 것과 더불어 고물가도 기혼 여성의 고용 시장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22~2025년 2분기 가구소득은 43만원 증가한 데 비해 가계지출은 같은 기간 57만원 증가했다.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으로 원자재·식료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가계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영향이다.

기혼 여성 취업률이 60%대 중반까지 치솟았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선 낮은 편이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5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의 고용률은 일본(74.8%), 영국(74.2%), 독일(73.8%) 순이었다. 선진국에 비해선 아직도 10%포인트가량 격차가 있다. 갈수록 노동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기혼 여성의 고용률을 높일 경우 그만큼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육아휴직 제도가 이미 정착·시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기혼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선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성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오전 9시~오후 6시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시간대별 유연근무제, 부분재택근무제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현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