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도중 발생한 사고 절반이 '소규모 현장'…法은 큰 곳만 감시
작고 싼 공사현장 사고 52.6%
공사비 100억이하 절반이지만
해체 신고만 하면 감독 '패스'
불법하도급 빈발 위험 더 키워
울산발전소 사고 발생 뒤에도
연면적·층수 등 규모 기준으로
정부, 대규모 현장위주 점검만

#지난 9월 전라북도 소재 고등학교 건물 철거 공사장에서 바닥 절단 작업 중 바닥이 주저앉아 작업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현장은 공사비 5억원 미만, 작업자 수 19인 이하의 전형적인 소규모 해체 현장이었다.
#앞서 지난 3월 경기도 소재 견본주택 철거 작업장에서는 강풍에 날아온 패널에 부딪힌 작업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이곳 역시 공사비 2억원 미만, 작업자 수 19인 이하 현장이었다.
올해 발생한 해체·철거 공사 사고의 절반 이상이 공사비·낙찰률·작업자 규모 기준 '소규모·저가·영세 현장'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행 제도의 관리 대상은 연면적, 층수 등 형식적 기준에 따른 '대규모' 현장에 집중돼 있다. 더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 소규모 현장이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건축물관리법상 해체계획서 제출 대상은 건축물로 한정돼 있으며 계획서를 제출하는 건축물 중에서도 일정 규모 이상만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게 돼 있다. 연면적 500㎡ 미만, 높이 12m 미만, 3개층 이하(지하 포함) 건축물 해체는 신고만 하면 된다. 이처럼 제도는 '규모가 작으면 덜 위험하다'는 전제 위에 설계됐지만 실제 사고는 소규모 현장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에 따르면 올해 1~10월 발생한 토목·건축 공사 종류의 해체·철거 공사 사고 175건 중 52.6%에 해당하는 92건이 작업자 수 19인 이하 소규모 현장에서 발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건설공사 사고 4251건 중 소규모(19인 이하) 현장 사고 비중(36.1%)보다 16.5%포인트 높다.
공사비 규모 기준으로도 유사한 결과가 집계됐다. 이 기간 토목·건축 해체·철거 사고 중 89건(50.8%)이 공사비 100억원 이하 현장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전체 건설공사 사고 중 공사비 100억원 이하 사고 비중(31.1%)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높다.
최저가 입찰 관행과 불법 하도급도 해체공사의 안전을 위협하는 원인이다. 지난 1~10월 발생한 해체·철거 사고 중 58.3%가 낙찰률 90% 미만의 '저가 수주' 현장이었다. 낙찰률은 발주처가 책정한 공사비(예정 가격) 대비 최종 계약 금액의 비율이다. 그동안 업계에선 90% 미만은 '저가 낙찰'이라며 공공사업 등의 낙찰률을 현실화해 달라고 주장해왔다.
낮은 가격에 낙찰받은 원도급사는 실제 공사를 감당하기 어려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여러 차례 하도급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단계마다 공사비가 깎이며 안전 비용도 함께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2021년 발생한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의 원인으로도 불법 하도급이 지목된 바 있다.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철거 건물 붕괴사고 현장은 불법 재하도급 과정에서 공사비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해체계획서 검토가 부실해졌고 실제 작업도 계획을 따르지 않았다.
당시 철거공사는 하도급, 재하도급, 재재하도급으로 이어지면서 3.3㎡당 28만원이었던 공사비가 7분의 1 수준인 4만원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무자격 업체가 진행한 철거 작업 도중 건물이 도로 방향으로 무너지며 시민 등 17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한편 해체·철거 공사 현장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치명률' 역시 다른 건설 현장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1~10월 전체 건설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총 4251건으로 이 중 사망사고는 135건으로 3.18%였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체 토목·건축 분야 해체·철거 공사 사고 175건 중 사망사고는 9.14%에 달하는 16건으로 사고가 사망으로 이어지는 '치명률'이 약 2.9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해체공사가 '고위험 공종'임이 통계로도 입증된 것이다.
문제는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해체공사 사고 후에도 정부의 관심 대상은 여전히 대규모 현장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울산시는 관내 건축물 해체공사장 9곳을 긴급 전수 점검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건축물관리법에 따라 해체 허가가 필요하며, 연면적이 500㎡ 이상이고 높이가 12m 이상이거나 3층을 초과하는 건축물이었다.
전문가들은 해체·철거 현장 관리는 규모가 아닌 위험도에 따른 구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해체공사 현장의 위험도는 규모가 아니라 구조물의 특성과 해체공법에 따라 결정된다"며 "연면적과 층수 등을 일률적 기준으로 나누다 보니 소규모 현장은 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다. 해체·철거 현장의 위험도를 체계적으로 나누고 불법 하도급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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