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홍 ‘패스트트랙 사건’ 1심 벌금 750만 원…국회의원직 유지
형사는 금고형 이상, 국회법은 500만 원 이상 직 상실
윤 “중형 면했지만 정치 실종에 법 심판대 올라 송구”

윤한홍(국민의힘·창원 마산회원) 국회의원이 2019년 국회에서 벌어진 이른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관련 사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국회법 위반 혐의로 받은 형량이 의원직 상실 기준에 미치지 않아 직은 유지하게 됐다. 재판부는 윤 의원을 비롯해 사건에 연루된 옛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관계자에게 모두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들이 재판에 넘겨진 지 5년 10개월 만이자, 사건이 발생한지 6년 7개월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다. 이 기간 대선과 총선이 각각 두 차례, 지방선거가 한 차례 열렸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 11부(장찬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 공동 폭행,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의원과 나경원(서울 동작 을),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 등 26명 선고 공판을 했다.
재판부는 윤 의원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는 벌금 600만 원을, 국회법 위반 혐의에는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나 의원은 각각 벌금 2000만 원과 400만 원을, 황 대표에게는 각각 벌금 1500만 원과 400만 원을 선고했다. 송언석(경북 김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각각 1000만 원과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들 외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의원은 각각 벌금 700만 원과 1500만 원, 김정재(경북 포항 북구) 의원은 각각 벌금 1000만 원과 150만 원,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의원은 각각 벌금 400만 원과 150만 원이 선고됐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각각 벌금 600만 원과 150만 원, 김태흠 충남지사는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윤 의원 등은 2019년 4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등 당시 야권의 공직선거법(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정안과 고위공직사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저지하려다 발생한 충돌로 기소됐다. 당시 현직 의원이었던 23명과 당직자·보좌진 3명 등 총 27명이 대상이었다. 이 중 유명을 달리한 장제원 의원은 공소기각됐다.
패스트트랙 충돌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대상도, 저항권 행사도 아니라고 판단한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국회가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신뢰를 회복하고자 마련한 국회의 의사결정 방침을 그 구성원인 의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라고 질타했다. 이어 "분쟁 발단이 된 쟁점 법안의 당부(정당·부당함)를 떠나 국회를 향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며 "특히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 엄격히 준수해야 할 의원들이 불법 수단을 동원해 동료 의원의 활동을 저지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위법한 입법 폭주 행위를 막으려 한 정당한 행위였다"(나경원 의원)고 주장한 점을 두고는 일부 타당하다고 봤다.
장 부장판사는 "국회가 다양한 의사를 수렴하고 설득을 통해 법안을 제정해야 하는데 성숙한 의정생활을 하지 못해 비롯된 사건"이라며 "피고인들의 이 사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부당성을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로 범행에 나아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쟁점법안이 입법됐고, 피고인들이 행사한 폭력의 위법력이 중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사건 이후 총선과 지선을 거치며 국민들의 정치적 판단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며 전원에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윤한홍 의원은 1심 선고 후 자신의 누리소통망(SNS)에 "의원직이 상실되는 중형은 아니지만, 법원의 판결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며 "그러나 다수당 입법 폭거에 소수당이 행한 정당한 저항을 일정 부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 안에서 해결했어야 할 사안을 정치 실종으로 법 심판대에 오르게 한 점은 국민의 대표이자, 국회의원 한 사람으로서 송구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판결 내용을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원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장동 범죄 일당 항소를 포기한 검찰의 본 건 항소 여부를 지켜보겠다"며 "판결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추후 대응 방향을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김두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