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에 팔린 선박 안전… 퀸제누비아호, '럭셔리'에 가려진 총체적 부실

김진영 2025. 11. 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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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 항해사는 휴대폰 뉴스 검색에 정신이 팔렸고,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여객선의 항로 이탈에 침묵했다.

그사이 "안전은 언제나 기본"이라고 외쳐대던 '럭셔리'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Ⅱ호(2만6,546톤)는 무참히 무인도를 들이받았다.

목포해상교통관제센터(VTS) 역시 사고 당시 퀸제누비아Ⅱ호가 변침 해역에서 침로(針路)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직진하고 있는데도 이상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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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수로서 여객선 VS 섬 충돌 '황당'
선박은 '자동 항해' 중, 선장은 '부재'
목포 VTS '침묵'... 항로 이탈 경보 꺼놔
"여객 운송 전반 제도 보완 시급"
20일 전남 목포시 삼학부두에서 해경과 국과수가 2만6천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에 대한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등 항해사는 휴대폰 뉴스 검색에 정신이 팔렸고,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여객선의 항로 이탈에 침묵했다. 선교(船橋)를 지켜야 할 선장도 자리를 비웠다. 그사이 "안전은 언제나 기본"이라고 외쳐대던 '럭셔리'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Ⅱ호(2만6,546톤)는 무참히 무인도를 들이받았다. '여객선 대(對) 섬 충돌'이라는, 황당한 사고는 단순 과실이 아니라 해상 안전 운항 체계 전반이 무너져 있었다는 방증이었다.

퀸제누비아Ⅱ호의 족도(전남 신안군 장산면) 충돌 조짐은 19일 오후 8시 12분쯤 족도 남쪽 1,600m 변침(방향 전환) 해역을 그냥 지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일등 항해사 박모(40)씨는 퀸제누비아Ⅱ호가 협수로에 진입한 터라, 운항 관리 규정상 운항 속도를 줄이고 자동 조타 장치도 수동으로 바꿔야 했지만 손을 놓고 있었다. 대신 그의 손엔 휴대폰이 들려 있었고, 눈은 뉴스 검색하느라 바빴다. 조타기를 잡고 있던 인도네시아 국적의 조타수도 어찌 된 일인지 변침 적기를 놓쳤다. 그 결과 퀸제누비아Ⅱ호는 어둠 속에서 22노트(시속 40㎞) 속력으로 3분쯤 달려 족도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박씨는 기본 안전 운항 수칙을 깡그리 무시하며 충돌 회피 대응 시간마저 스스로 없앴다.

퀸제누비아2호 항로도. 그래픽=송정근

더 큰 문제는 60대 선장 김모씨의 부재였다. 여객선이 위험성 높은 협수로를 통과할 때는 규정(선원법 제9조)상 선장이 선교에 직접 올라 조종을 지휘하는 것이 해상 안전의 기본 원칙이지만, 사고 당시 김씨는 자리에 없었다. 조타 지휘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이 사고를 수사 중인 전남 목포해양경찰서는 김씨가 평상시에도 관행적으로 조타실에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선원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해경은 박씨와 조타수도 중과실 치상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선사 내부 문제만은 아니었다. 목포해상교통관제센터(VTS) 역시 사고 당시 퀸제누비아Ⅱ호가 변침 해역에서 침로(針路)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직진하고 있는데도 이상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 목포VTS는 퀸제누비아Ⅱ호가 좌초됐다는 박씨의 신고를 접수하고서야 사고 사실을 파악했다. 당시 목포VTS엔 3명의 요원이 근무 중이었고, 이 중 1명이 사고 해역을 관제하고 있었다. 목포VTS 측은 소형 선박들의 항로 이탈이 잦아 경보음이 수시로 울린다는 이유로 관제 시스템의 항로 이탈 경보 기능도 꺼놓은 상태였다. 김성윤 서해해경 관제센터장은 "선박의 충돌 위험성에 따라 관제 우선순위를 두고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미처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선장 부재와 규정 무시, 부실 관제로 인해 모든 해상 안전 고리가 한꺼번에 끊어진 셈이다. 그나마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은 게 천운이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이번 사고는 해상 안전 시스템 전반의 붕괴를 보여주는 경고음"이라며 "선장·항해사 근무 복무 기준, 자동·수동 조타 전환 규정, 관제 경보 시스템 등 여객 운송 전반에 대한 재정비와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목포=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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