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만으론 미래 없다…데이터센터, 건설사 새 블루오션 될까

오유진 기자 2025. 11. 2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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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대 건설사, 일제히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
주택 부진·AI 투자 확대로 수주 경쟁 격화…전력 인프라 제약은 여전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현대건설이 지난달 준공한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 전경 ⓒ 현대건설 제공

오랜 부진에 시름하는 건설사들이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새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기존 '캐시카우'인 주택 사업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새 먹거리로 방향을 튼 것이다. 정부와 국내 주요 기업들도 AI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만큼, 건설사들의 데이터센터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현대건설 등 국내 10대 건설사(시공능력평가 기준)는 일제히 데이터센터 개발·시공을 전략 사업으로 선택하고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4년부터 데이터센터 시공에 뛰어든 현대건설은 지난달 국내 최대 규모의 64메가와트(MW)급 용인 데이터센터를 준공했다. 경기도 성남과 인접한 이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많은 판교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트래픽 수요를 흡수하는 전력 허브로 기능할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냉각기술 등 자체 기술을 축적하며 데이터센터 사업 역량을 넓혀가고 있다. 본업인 시공뿐 아니라 기획·개발·설계 단계까지 직접 참여하며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자체 개발한 차세대 냉각시스템은 기존(공랭식) 시스템 대비 전력 소비를 80% 이상 줄일 수 있다. 삼성물산은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데이터센터 안정성 평가 최고 등급인 '티어 4'를 획득한 바 있다.

건설사들이 데이터센터 시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주된 수익원이었던 주택 사업 경기가 장기간 침체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9월 기준 건설기성액은 12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 감소해 1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10·15 부동산 대책 등으로 주택시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건설사들의 주택 사업 전망은 더욱 어두워진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11일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건설 수주가 증가세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건설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건설투자는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라진성 이지스자산운용 팀장은 "내년 국내 건설 수주는 부동산 규제 강화, 공사비 상승, 미분양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올해보다 1.1%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정부의 AI 대전환 투자 기조에 따라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AI 기반 시설의 수주가 건설시장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데이터센터 시장은 매년 매섭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서비스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국내 민간 데이터센터의 공급량은 2010년 이후 연평균 20.3%씩 성장하고 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는 2028년 연간 10조원 규모의 민간 데이터센터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도 2023년 3728억 달러(약 518조원)에서 2029년 6241억 달러(약 867조원)로 6년간 약 350조원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주택 사업보다 수익성이 좋고, 건설경기가 얼어있는 최근 유일하게 활발한 사업군"이라며 "국내 건설사들의 강점인 맞춤형 설계, 적기 내 준공 능력으로 글로벌 AI 기업들도 국내 건설사와의 협업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원전·전력망까지…확장되는 건설사 포트폴리오

데이터센터는 국내 건설사들이 보유한 대형 원전, 소형모듈원전(SMR) 등 다른 인프라 포트폴리오와의 연계성도 높다. 최근 정부가 참여 의사를 밝힌 아랍에미리트(UAE)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또한 AI 데이터센터와 원자력·가스·재생에너지 활용 전력망을 통합 구축하는 사업이다. 풍부한 원전 시공 경험을 확보한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 등이 원전과 데이터센터를 통합 개발하는 시장에서 충분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 SK, 현대차, 한화 등 국내 대기업들이 AI 인프라 확충 경쟁에 뛰어들면서, 계열사인 건설사에 대한 낙수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삼성SDS가 추진하는 구미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며, SK에코플랜트는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합작 프로젝트인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6년 국내 수주 가뭄이 예상됐던 시점에서 구세주와 같은 그룹 공사 물량 확대로 대형 건설사들이 공통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며 "그룹사 발주 물량 확대가 기대되는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과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SK에코플랜트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데이터센터 건설을 뒷받침할 전력망 인프라는 여전히 난제다.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려면 탄탄한 송전망과 전력 수급이 필요한데, 전자파·소음 발생에 대한 주민 우려와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로 전력망 건설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송·변전설비 건설사업 중 55%가 당초 계획 대비 지연 또는 지연예상 상태에 놓인 것으로 집계됐다. 데이터센터 냉각에 필요한 물 소비 문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인한 높은 발전단가도 시장 성장의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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