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면 구찌 의존 줄여야”… 구찌 모기업 케링의 결단
“생 로랑·보테가 등 활성화해야“
18개월 내 조직 재정비 완료 목표
케링 개혁안에 주가 3% 떨어져
지난 6월 구찌의 모기업 케링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루카 드 메오 최고경영자(CEO)가 본격적인 그룹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케링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구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브랜드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9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드 메오 CEO는 지난달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케링 그룹 회생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제시했다. 그는 이 메모에서 매출과 이익 기준으로 케링의 핵심 브랜드인 구찌의 회복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그룹 전반에 걸친 폭넓은 변화 역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드 메오 CEO는 생 로랑, 보테가 베네타, 발렌시아가 등 케링의 다른 브랜드를 활성화해 구찌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over-dependency)’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찌는 케링 그룹 매출의 약 절반과 영업이익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그룹의 핵심 축이다. 그러나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수년째 성장 정체를 겪고 있으며, 디자이너와 최고경영자(CEO) 교체 카드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메모는 드 메오가 구상한 혁신안 ‘리콘케링(ReconKering)’의 일환으로, ‘케링의 경쟁력을 재정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리콘케링은 케링 그룹이 18개월 안에 조직을 재정비하고 전 브랜드를 다시 성장 궤도로 올려놓는 것을 목표로 한다. 드 메오는 이전 직장인 르노에서도 ‘르놀루션(Renaulution)’이라는 혁신안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바 있다.
드 메오는 그동안 매출이 급감하는 반면, 판매 관리비와 투자 지출이 유의미하게 증가해 케링의 수익성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진단했다. 그 결과 “자본수익률 감소, 순부채 증가, 케링 주가 가치 하락”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케링은 지난 7월 실적 발표에서 올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6% 급감한 4억7400만 유로(8022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메모에는 드 메오가 ‘취임 후 100일간 반드시 해야 할 과제(First 100 day no-brainer)’라고 부르는 그룹의 부채 및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포함됐다. 메모는 또 재고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멀티 브랜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야 하며, 제품 구성과 가격 전략도 브랜드별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케팅 지출을 검토해 효율성을 높이고, 케링의 소매 네트워크 규모를 축소하는 것은 물론 임대 계약을 재협상 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드 메오는 “전체 체인망을 분석해 저성과 매장을 찾아내고 합리화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케링은 지난해 55개의 소매 매장을 폐쇄했다.
FT는 여러 관계자들을 인용해 드 메오가 합류한 이후 케링의 모든 브랜드가 글로벌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가 주도하는 전략 검토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적자를 내고 있는 알렉산더 맥퀸이 장기 전략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찌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케링 주가는 출렁였다. 드 메오 CEO 영입 이후 케링 주가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영입 이전보다 75% 올랐지만, 19일 파리 증시에서는 3.2% 하락해 시가총액이 370억 유로(약 63조원)로 감소했다. FT는 “지난봄 드 메오의 CEO 취임 발표 이후 이어지던 강한 반등 흐름이 꺾였다”고 전했다.
케링 그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초기 계획은 이후 변경될 여지가 있지만, 직원들에게 폭넓게 공유해 향후 전략 계획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드 메오가 구상한 케링 부활을 위한 공식 전략안은 내년 봄 쯤 발표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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