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팬미팅장’된 공항…이용 계획서 제출 등 대응 매뉴얼은 ‘유명무실’

이강산 기자 2025. 11. 2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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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뷔·블랙핑크 제니 측, 추석 연휴 기간 출국에도 계획서 제출 안 해
윤재옥 의원 “대응 규정 강화됐으나 제대로 준수되고 있지 않아”

(시사저널=이강산 기자)

걸그룹 하츠투하츠 멤버들이 지난 3월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과정에서 몰려든 인파로 공항에 혼잡이 빚어지고 있는 모습 ⓒ엑스(X) 캡처

배우 변우석의 인천국제공항 과잉 경호 논란 이후 유사한 상황 발생을 막기 위해 대책이 마련됐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연예인이 공항을 이용할 때 경호업체로부터 사전에 공항 이용 계획서를 제출받기로 했지만 형식적인 문서에 가까운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동선 파악도 어려운 공항 이용 계획서가 78.8%

20일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실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접수된 공항 이용 계획서 566건 가운데 78.8%인 446건은 동선 파악이 어려운 수준의 형식적 문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김포국제공항을 통한 연예인 출국이 9건 있었으나 한국공항공사가 제출받은 공항 이용 계획서는 4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을 비롯해 제주국제공항 등 총 14개 공항을 통합 관할한다.

이 같은 공항 이용 계획서 제출 매뉴얼은 지난해 7월 변우석 경호 관련 논란 발생 이후 만들어졌다. 당시 변우석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인파가 몰리자 경호업체 직원들은 일반 승객들의 항공권을 무단으로 검사하고 공항 출입 게이트를 통제하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변우석 측 경호원 A씨가 과도한 사진 촬영을 막는다는 이유로 공항 이용객들을 향해 손전등을 비추는 등 위협을 가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같은 해 11월부터 연예인이 공항을 이용할 때 경호업체로부터 사전에 공항 이용 계획서를 제출받고, 혼잡 상황 현장 대응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유명인 입출국 시 세부 대응 매뉴얼'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유사한 상황이 수차례 반복됐다. 지난 3월 걸 그룹 '하츠투하츠'(Heats2Hearts)의 김포공항 출국 현장에 팬과 취재진 등 인파가 몰려 일반 공항 승객들이 불편을 겪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하츠투하츠 멤버들이 팬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며 혼잡이 빚어지자 한 남성 승객이 "우리도 출국해야 할 거 아니냐"라며 욕설 섞인 고성을 지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또 같은 달 보이그룹 '엔시티 위시'(NCT WISH) 멤버 시온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과정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 시온을 보려는 인파가 몰리자 한 경호원은 "나오시라"며 반말을 쓰는 등 다소 고압적인 태도로 길을 터줄 것을 일반 승객들에게도 요구했다. 이에 한 남성은 "뭐 대단하다고 승객들한테 소리 지르고 반말을 하나"라며 "우리는 소리 지를 줄 몰라서 안 지르나"라고 항의하며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혼잡 상황을 막기 위한 대책인 공항 이용 계획서 제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윤재옥 의원실은 "공항에 연예인이 도착하면 공항 이용 계획서를 바탕으로 인력을 배치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을 강화했지만,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달 7일 인기 그룹 BTS 멤버 뷔와 블랙핑크 제니가 인천공항을 이용하면서 대규모 인파가 몰렸으나 공항 이용 계획서는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일자가 혼잡 상황 발생이 충분히 예상되는 추석 연휴 기간이었음에도 계획서를 제출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구체적인 이동 동선과 같은 세부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따라 보유 및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라며 "현장대응을 위해 이용 예정인 터미널 입문 게이트, 체크인 카운터, 이용 출국장 등의 기본 정보를 제공받아 동선 파악 및 현장조치 시행 중"이라고 했다.

또 "자체적으로 공항 이용 계획서 접수 외에도 공항경찰단과의 협조체계를 강화해 사설경비업체의 배치신고를 공사에도 정보 공유하고 있다"며 "정보공유를 바탕으로 다중밀집 상황에서 여객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보안요원을 배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공항공사 측은 "연예인 입출국 시 사전에 공항 이용 계획서를 임의로 제출받고 있다"며 "기획사 등이 미리 제출하지 않을 경우 현장에서라도 제출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공항공사는 안전한 공항 이용을 위한 다중운집대응매뉴얼을 운영하고 있으며, 운집 인원 수에 따라 단계별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연예인 입출국 일정 유출 문제도 심각…"실효적 대책 마련 시급"

이에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국정감사에서도 해당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지적이 쏟아졌다. 당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제 발생원인 중 하나인 연예인 입출국 일정 유출 현상이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의원은 "저희 의원실에서 실제로 1000원을 송금하고 유명 연예인의 항공편 정보를 구매했다"며 "과거 2017년에는 3만원에 거래된다고 지적됐던 사안이 가격이 내려가며 더 활발해졌다. 항공사 직원이 정보 유출로 처벌받은 사례까지 있었는데 여전히 (같은 문제가) 방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항공권 정보 유출에 대해) 공사 차원에서는 알 수 없다"며 "항공사를 통해 나간 것인지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또 전 의원은 "팬들이 공항 바닥에 '자리 있음'이라고 스티커를 붙여 자리를 선점하고, 입국 때는 아예 의자를 펴놓기도 해 다른 승객들의 통행을 막는다"며 "경범죄처벌법상 광고물 무단부착 등 처벌도 가능한데 공사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사장은 "개인의 물건이라 함부로 처리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면서도 "경찰 등과 협의해 법적 조치를 검토해 근절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윤 의원은 "공항은 국민이 모두 안전하게 이용해야 할 국가 보안시설"이라며 "연예인으로 인한 공항 혼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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