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전성시대? ‘與 투톱’ 이어 ‘용산’도 ‘평산’도 발걸음
‘격분 논란’ 김용범, 김어준 통해 해명…‘유튜브 데뷔’ 文도 영상 제작 일임
‘충정로 대통령’ 강성 팬덤 쥔 金…與 내부도 “유튜브가 정치권력 흔들어”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여권 전체가 '김어준 홀릭'에 빠진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수장인 정청래 대표는 "딴지일보(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친여 성향 커뮤니티)가 민심 바로미터"라고 호평하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고, 김병기 원내대표와 대통령실·정부 핵심 인사들도 연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정견을 전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 데뷔를 앞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채널 영상 제작을 김어준씨에게 일임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정청래 대표의 '김어준 홀릭'은 여권 내부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정 대표는 지난 6일 제주도에서 열린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워크숍 강연에서 "딴지일보는 민심을 보는 척도이자 바로미터"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데 이어 해당 커뮤니티에 10년간 1500회(평균 이틀에 한 번꼴) 글을 썼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당내 일각과 야권에선 당의 구심점이 건전한 대중 여론 대신 강성 당원과 지지층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당에서 추진하는 '검찰개혁' 등 민감한 현안이 이슈로 부각될 때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스피커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최근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 항명이 발생하자 김 원내대표는 해당 방송에 출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검사징계법' 발의, 국정조사에 이은 특검 추진 등 당의 향후 계획을 소상히 밝혔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방송에서 검찰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지지층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검사들의 항명 사태를 '검사들의 반란'으로 규정하며 "가용한 모든 법적, 행정적 수단을 총동원해서 저지하고 분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발언에 당시 방송을 보던 지지자들은 "일 잘하는 원내대표님" "속이 시원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김 원내대표를 추켜세웠다.
정부와 대통령실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김씨의 방송에 자주 얼굴을 비추고 있다. 특히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국회에서의 격분 논란이 발생하자 다음날 곧바로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찾아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앞서 김 실장은 1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갭투자' 공세와 '딸 전세' 질문 과정을 놓고 격앙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당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물론 운영위원장인 김병기 원내대표까지 소리치며 제지할 정도였다.
관련해 김 실장은 방송에서 "좀 더 부드럽게 답변하는 훈련을 해야겠다"며 "(정치 영역에 들어왔다는) 인식을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우 수석이) 말려줘서 고맙다. (호통을 친) 김병기 위원장도 상황을 수습하고 마무리하려 하신 것이라 고맙다"며 몸을 낮췄다. 또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해선 "가격 급등의 모든 상황이 갖춰졌는데 단기적으로 공급이 바로 따라갈 수 없어 응급조치한 것"이라며 방어했다.
역대 대통령 최초로 유튜브에 데뷔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씨의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것은 물론, 영상 제작까지 김씨에게 맡겼다. 문 전 대통령은 17일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TV'에서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대담 형식으로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를 소개했다. 해당 영상은 공개 하루 만인 18일 오전 기준 댓글이 3000개 넘게 달릴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다만 일부 댓글에선 영상 제작에 김씨가 참여한 사실을 거론해 "또 김어준이냐" 등의 반응도 보였다.
이처럼 여권 실세들이 김씨에게 발걸음을 옮기는 핵심 이유는 '팬덤 정치'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튜브가 기존 레거시 미디어 이상의 파급력을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김씨의 채널이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효율적으로 포섭하고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는 대표적 수단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김씨의 발언에 영향을 받는 강성 지지층은 민주당 의원들이나 지도부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강한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의 의중에 반하는 발언을 하면 즉시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며 SNS와 댓글 폭탄을 받게 된다는게 여권 인사들의 중론이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선 당이 지나치게 팬덤의 눈치를 볼 경우 당의 강성화는 물론, 건강한 정치 지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7일 페이스북에서 김씨를 겨냥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권력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언론사들이 정치권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공천에 관여하고 후보 결정에 개입했다"며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조선일보는 민주당의 경선에서 손을 떼라'며 분명한 입장을 밝혔는데,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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