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유리벽 무너지고, 중계차는 못 달리고…KBS '현주소'
엔진 문제 제기돼 온 중계차 '트레일러' 실려 이동…본사 천장 붕괴 한 달 만에 유리창 깨져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최근 KBS 방송중계차가 자체 운행을 못해 트레일러에 실려 옮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여의도 KBS 본사에선 천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유리벽이 부서져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8일 도로를 달리고 있는 MBC 중계차 뒤를 빨간 트레일러에 실린 KBS 중계차가 따라가는 사진이 공개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방송네트워크·방송인프라·제작기술1·2 구역 구성원들이 공개한 장면이다.
2002년 도입된 해당 중계차(TV-1호)는 KBS가 보유한 대형 중계차 3대 중 1대로, 2022년경부터 교체가 추진돼왔으나 무산됐다. 성명을 낸 구성원들은 해당 차량을 “상시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차량”으로 설명했다. KBS의 대부분 중계차가 10년 이상, 많게는 20년 가까운 연식인 가운데 TV-1호차는 미션 불량, 심각한 엔진오일 누유, 쇼크 업소버(충격 흡수 장치) 터짐 등 위험 사례가 발생해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체 운행이 불가한 TV-1호를 옮기기 위한 과정에 대해 “차량을 트레일러에 올리고 고정하는 데만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었고, 장애물·지면 각도·차량 높이 등을 고려해가며 반복적으로 위치를 조정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 직원들은 제작 일정과 안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곡예와 같은 상황을 매번 마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계차는 예비로 돌려 쓰는 장비가 아니라 재난 방송·국가 행사·스포츠·시사 중계 등 공영방송의 기본 기능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다. 그럼에도 TV-1호차 문제를 사측은 수년째 방치해 온 것”이라 지적했다.
KBS 사측은 중계차 관련해 20일 “TV-1호 중계차의 방송 시스템은 노후 상태이지만 지속적인 보강을 통해 방송제작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차량은 구동부 등의 노후로 고속 및 장거리 운행에 영향이 있어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면 수도권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방송 리소스 활용 일정과 연계하여 운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KBS는 또 “TV-1호차의 교체 여부는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하여 검토 중에 있다”며 “해당 중계차를 UHD 시스템으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국내외에서 TV중계차 운용 방식의 변화도 시도되고 있는 만큼, 소중한 수신료가 낭비되지 않고 합리적인 TV중계차 운영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자료조사, 유관부서 협의 등을 통해 관련 정책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에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본사(신관) 5층 회의실의 이중창 내부 유리가 산산조각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유리 파편이 잘게 부서져 쏟아졌는데, 다행히 사고 당시 회의실 안에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불과 3주가량 전인 지난달 20일에는 같은 건물 1층 영상제작국의 천장이 무너졌다. 천장 속 구조물이 천장을 뚫고 떨어지며 아래에 있던 책상 등 사무공간 위를 덮친 사고였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같은 건물에서 사고가 반복된 것이다.
연이은 사고가 발생한 KBS 신관 건물은 1988년 지어졌다. KBS 내부에선 건물의 구조·창호·설비 전반에서 '시스템적 노후화'가 진행 중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앞선 천장 붕괴 사고 이후 KBS 노사는 긴급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안위) 회의를 열어 회사가 영상제작국 천장 구조물 전체에 대해 구조 안전 점검을 즉시 실시하고, KBS 전 사업장 정밀 안전점검계획을 수립해 그 진행 경과를 4분기 산안위에 보고하기로 한 바 있다.

KBS는 이번 사고에 대해 “건물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것이 아닌 강화유리 자파(自破)현상에 의한 파괴로 판단된다”는 입장이다. KBS는 “(강화유리 자파현상이란) 유리 안의 매우 작은 불순물인 황화니켈(NiS)의 부피 팽창, 유리 표면의 온도차 등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만약 건물의 구조적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면, 비내력벽인 칸막이에 하중이 작용하며 주변의 물체에도 변형이 발생해야 하지만 조사 결과 별다른 문제는 발견되지 않다”면서 “인접 유리의 파손이 일어나지 않은 점도 건물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유리 자체의 결함이 원인이라는 근거”라고 했다.
KBS는 “파손된 칸막이 유리를 교체할 예정”이라며 “매년 2회 본·신관에 대해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있으며, 다른 건물 및 지역방송국 건물에 대해서도 안전점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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