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뚝’ 한밤 중 약국 닫았네…“상비약 늘려달라” 외침 13년
13년째 멈춰 선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편의점 접근성 vs 오남용 우려 공방 지속
“소비자 불편 줄일 현실적 조정 필요해”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제도가 도입 13년째 사실상 멈춰 있다. 약국이 문을 닫는 야간·주말·공휴일의 의료 공백을 보완하려 했지만 첫 지정 이후 단 한 번의 확대와 조정도 없었다. 단종을 제외하면 실제 판매 품목은 11종에 그쳐 기본 연고나 지사제조차 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고령화와 지역 의료 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제도만 2012년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제도는 2012년에 멈춰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안전상비의약품을 최대 20종까지 지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첫 지정 당시 13종(해열진통제, 소화제, 감기약, 파스)을 선정한 뒤 지금까지 단 한번의 확대도 없었다. 최근 일부 제품이 단종되면서 실제 취급 품목은 11종으로 줄었다. 3년마다 재검토하도록 한 규정도 작동하지 않아 지정심의위원회는 2018년을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제도 정체의 부작용은 지역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의료기관과 약국 운영 시간이 일정치 않은 농어촌·외곽 지역에서는 편의점이 사실상 유일한 응급 구매처다. 실제로 GS25가 읍·면 단위 이하에서 운영 중인 약 1500개 점포의 상비약 매출은 일반 매장 대비 10.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루 중 밤~새벽시간 대 안전상비의약품 매출 비중이 무려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 요구와 제도 사이의 괴리도 커지고 있다. 확대 요구가 가장 큰 품목은 △화상 연고 △지사제 △인공눈물 △위장 진정제(겔포스류) 등 오남용 위험이 낮은 기본 생활·응급 의약품이다. 현재 판매 가능한 11종만으로는 실제 생활패턴과 응급 상황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가 8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편의점 상비약을 이용하는 이유로 ‘약국이 문을 닫은 긴급 상황’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94.7%가 상비약 품목의 확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커진다. 미국은 약 30만종, 일본은 1000종, 영국은 1500종의 의약품을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한다. 소비자 접근성을 확대하되 안전성은 심사·모니터링 체계로 관리하는 구조가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반면 한국은 총량과 품목 구성 모두 가장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생활환경 변화·의료 접근성 격차를 고려할 때 현 제도는 국제 기준과도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다.
반면 약사단체는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약물 오남용과 안전사고 가능성이 이유다. 단순 품목 확대보다 복약 상담과 부작용 관리 기능을 갖춘 약국 체계 유지가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지사제처럼 증상 원인이 다양한 의약품은 전문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전성 검증을 다시 점검하고, 공공심야약국 확대가 더 적절한 대안이라는 논리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공공심야약국은 실질적 대안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정부가 현재 시간당 4만원씩 지원하며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실제 심야까지 운영되는 약국은 전국적으로 많지 않은 수준이다. 취급 품목은 편의점보다 넓어도 절대적인 숫자가 너무 적어 접근성 개선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역별 편차도 커 전국적 의료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약국이 병원 주변에 몰리면서 주택가나 지방에서는 필요한 약을 제때 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화상연고·설사약처럼 급하게 쓰는 약은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에서 살 수 있어야 소비자 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남용 우려를 말하려면 근거 통계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자료가 없는 만큼 현실에 맞춘 품목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전진 (noretur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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