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전하는 드넓은 우주와 행복의 속삭임
한국 야생화 접한 후 소재로 천착
전통 자수 바탕 섬세·정교함 특징
회화-문학 감성 조화 서정성 더해
꽃의 시간·꿈꾸는 책장 등 주제로
7.7m 대작 등 채색화 30점 선봬
내달 4일 '작가와의 만남' 행사도

안진의는 '꽃'의 화가다. 화면 속에서 저마다 화사한 자태를 드러낸 꽃들은 울긋불긋 고운 향기를 내뿜고 들숨에 취한 나비며 곤충들은 제각각 날개를 펴고 접은 채 색채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작가에게 꽃은 세상을 담은 드넓은 우주이자 속삭이는 언어다. 작가는 꽃의 언어를 통해 사랑과 설렘, 행복과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작가가 '꽃'에 천착하게 된 계기는 자신이 추구하던 회화 세계에 벽을 느끼면서부터였다. 무엇이 좋은 그림이고, 어떻게 그려야 되는 것인지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문득 눈부처에 들어온 자연 풍경을 통해 감동을 받게 됐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은 자연이고 이를 닮을 수만 있다면 예술가로서 소임을 다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그때였다.

작가는 자연을 담기 위해 마음의 태도부터 자연을 이해하고 닮아가고자 했다. 특히 자연의 섭리는 작가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면서 꽃잎이 흩날리고 결국 시드는 모습은 희로애락을 지닌 우리의 삶과도 흡사했던 것이다.
작가의 심상에서 씨앗을 띄우고 줄기를 뻗어 올려 봉우리를 맺은 나무는 손끝의 붓질을 통해 꽃을 피우고 꽃잎을 날리며 나비를 불렀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비정형의 꽃들은 넘치는 생동감으로 인해 정해진 화면을 비집고 나오기 일쑤여서 점차 화폭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조형어법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자수를 한 듯이 섬세하게 선을 살려 완성했다는 점이다. 작가는 과거 우리의 어머니들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바느질을 하듯이 마음을 집중해 선을 그리고 감정선까지 느껴질 수 있도록 했다.

'꽃의 시간' 연작과 함께 눈길을 끄는 작품은 회화적 감성과 문학적 감성의 결합으로 드러난 '꿈꾸는 책장' 연작이다. 책과 각종 문방구 등을 그린 '책가도(冊架圖)'를 연상시키는 작품들은 자연을 통해 꽃을 봤던 작가가 어느 날 집안의 책장을 통해 '책 너머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시작됐다. 작가는 꽃밭이 아닌 곳에서도 꽃을 볼 수 있다는 마음, 스스로 어떤 마음을 갖고 보느냐에 따라 그 눈길마저 꽃이 된다는 의미를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작가는 "섬세함과 그런 정교함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면서도 그림에 힘을 갖게 하기 위해 거침없는 드리핑과 넓은 붓질을 공존시킨 게 '꽃의 시간'의 중요한 표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작가의 '정원의 문법'을 테마로 한 전시회는 광주과학기술원(GIST)의 초대로 내년 2월27일까지 GIST오룡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다. 행사장에서는 7.7m에 달하는 대작 '꽃의 시간'을 비롯해 '인터플라워' '꿈꾸는 책장'을 주제로 한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오는 12월 4일에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도 열린다.
안 작가는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색채 전공으로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홍익대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내·외에서 56회의 개인전과 350여 회의 그룹전과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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