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에 수정률 '뚝'···양봉 농가, '호박벌' 주목
수정벌 수요 증가…연간 5천통 생산 목표
저온·비바람에 강해, 털 많은 생김새 장점
농기원과 협력…화분 매개곤충 보급 확대
민간 가격 3분의1 수준으로 농가 부담 ↓

이상기후와 병해충 영향으로 꿀벌 폐사가 잇따른 가운데 장성에서 호박벌이 양봉 농가들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황룡농협이 1농협1대표사업의 일환으로 호박벌 생산·공급사업을 시작했는데, 호박벌이 꿀벌보다 저온과 비바람에 강해 활동성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장성 황룡면에 위치한 황룡농협 호박벌 사업소. 사육실 문을 열자 "윙~윙" 거리는 호박벌들의 진동음(날개짓 소리)이 50평 규모의 공간을 가득 메웠다. 암실 속 붉은 조명 아래 층층이 쌓인 1천개의 플라스틱 벌통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호박벌을 키워내기까지는 숱한 시행착오가 뒤따랐다. 황룡농협은 지난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 방문해 수정벌 생산시설과 사육과정을 익혔지만, 기술을 이전해줄 민간 양봉업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한 양봉업체에서 시설투자와 기술이전을 받아 20평 규모 공간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주말 사이 습도가 맞지 않아 모두 폐사하는 등 지난해 500통을 생산하는 동안 폐사가 700통에 이를 정도로 실패가 반복됐다. 이 경험들이 축적돼 현재와 같은 스마트 자동조절 시설을 갖추게 됐다.

'황룡농협 호박벌'은 기존의 불편을 개선한 투명용기로 제작돼 벌들의 활동성을 확인하고 농민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큰 호평을 받았다. 한 통에 여왕벌 1마리를 포함해 호박벌 100여마리가 들어있는데, 가격은 6만대로 합리적이다. 이는 민간업체에서 구매하는 가격의 3분의1수준이다. 장성 관내 농가는 직접 배달되고, 그외 지역은 순천농협, 담양 대전·봉산농협, 나주 세지농협 등 지역 농협에서 구매할 수 있다. 현재는 딸기, 수박, 토마토, 참외, 메론 등 품목을 재배하는 농가에서 주로 활용하고 있다.
호박벌은 뒤영벌의 한 종류로, 반경 2km 내에서 활동하고 귀소 본능이 강하다는 게 장점이다. 꿀벌보다 크고 털이 많아 꽃가루를 더 많이 묻힐 수 있으며, 긴 혀로 꽃자루가 긴 작물도 수정이 용이하다. 특히 5도 안팎의 저온과 약한 비·눈에도 비교적 적응성이 높다.
이같은 장점에 지난 3월 전남도농업기술원 곤충잠업연구소와 '화분 매개곤충 현장 적용' 업무협약을 맺고 기술 실증과 표준화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황룡농협은 배송 수단 등을 개선하며, 연간 5천통 생산을 목표로 향후 사업을 더 확장할 계획이다.
김형중 황룡농협 조합장은 "아직도 개선할 부분이 많다. 호박벌들이 진동에 민감하기 때문에 산불 피해를 입은 경상도 등 전국 곳곳에서 문의가 오지만, 배송이 어려워 거절하기도 한다. 그만큼 수요가 많아 공급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라며 "농민들에게 더욱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생산시설을 확대하려면 더 큰 자본이 들어가야 하는 만큼 정부·지자체와 협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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