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미쳤다'고 한 24인조 걸그룹, 전 확신 있었죠"[인터뷰]
K팝 업계 베테랑 A&R·프로듀서
JYP·울림·블록베리 등 거쳐
2PM·인피니트·이달소 앨범 참여
걸그룹 트리플에스 성공 궤도 올려
첫 저서 '기획의 감각' 발간
20년 간 쌓은 경험·노하우 집약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K팝 업계에서 정병기 모드하우스 대표의 프로듀서 활동명 ‘제이든 정’(Jaden Jeong)이 지니는 의미는 남다르면서도 묵직하다. ‘덕질’(팬 활동) 좀 해봤다 하는 K팝 팬들에게 ‘제이든 정’이라는 이름은 음악과 콘텐츠에 대한 높은 완성도를 기대하게 만드는 ‘보증 수표’로 통한다. 정 대표에 대한 아티스트들의 신뢰도 또한 높다. 싱어송라이터 헤이즈는 “아티스트의 꿈을 보란 듯이 현실로 데려와 주는 사람”이라는 표현으로 찬사를 보냈고, 밴드 넬의 김종완은 “내가 아는 사람 중 뮤지션과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사람 중 한 명”이라고 그를 치켜세웠다.

히트 작곡가 곁에서 프로듀싱 감각 키워
정 대표는 모드하우스 설립 전 JYP엔터테인먼트, 울림엔터테인먼트,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소니뮤직 등 여러 가요 기획사와 음반사에서 A&R(Artists & Repertoire)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한 베테랑 프로듀서다. 그간 원더걸스, 2PM, 인피니트, 러블리즈, 이달의 소녀 등 여러 아이돌 그룹의 기획과 앨범 제작에 참여했고, 2021년 설립한 모드하우스를 통해서는 걸그룹 트리플에스·아르테미스, 보이그룹 아이덴티티 등을 론칭했다.
정 대표는 “지금은 대표 직함을 달고 있지만, 제 정체성은 제작자가 아닌 A&R이라고 생각한다”며 “A&R 담당을 오래 맡아온 사람으로서, ‘기획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뭘까’ 생각해 본 끝에 ‘감각’이라는 키워드를 책 제목에 붙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감각이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지 않다. 저 또한 그렇지 않은 99.9%의 사람 중 한 명”이라며 “책을 통해 노력으로 감각을 키우는 법, 그리고 그 감각을 기반으로 한 기획을 실행으로 옮기는 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책에는 정 대표가 PC통신에 올린 음악 리뷰글을 매개로 친분을 쌓은 ‘히트곡 메이커’ 박근태 프로듀서의 A&R 담당자로 업계에 입문한 뒤 여러 앨범 작업에 참여하며 겪은 경험담이 다채롭게 담겼다. 정 대표는 “박근태 프로듀서님 곁에서 일한 덕분에 일찌감치 기라성 같은 가수들의 음반 프로모션 과정에 관여하며 폭넓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박근태 프로듀서님이 장인정신을 가지고 곡을 쓰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경험은 ‘좋은 기획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한층 더 굳히는 계기도 됐다”고 말을 보탰다.
‘이달소 프로젝트’로 스타 프로듀서 발돋움
정 대표는 ‘탈 아이돌급’ 음악성으로 호평받은 인피니트와 러블리즈의 앨범 작업에 참여한 프로듀서로 주목받으면서 K팝계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뒤이어 ‘매달 우리는 한 명의 소녀를 만난다’는 슬로건 아래 1년 5개월에 걸쳐 멤버 12명의 솔로곡을 차례로 공개하는 파격 프로젝트로 화제를 모은 이달의 소녀를 성공적으로 론칭시키며 스타 기획자로 발돋움했다.

정 대표는 “24인조 걸그룹을 만들어 보겠다고 했을 때 ‘미쳤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기존 기획사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아 결국 직접 모드하우스를 설립하게 되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남들은 ‘절대 안 된다’고 입을 모았지만, 전 제가 짠 기획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서 “흔들리지 않고 밀어붙인 끝에 좋은 성과를 거둬 뿌듯하다”고 말했다.
트리플에스는 자체 앱 ‘코스모’(COSMO)을 통해 진행하는 팬 투표 결과를 앨범 콘셉트, 디멘션(유닛) 조합, 타이틀곡 선정 등에 반영하는 팬 참여형 운영 방식으로 견고한 팬덤을 구축했다. 이에 더해 NFT(대체불가토큰) 기술을 활용한 개별 포토카드인 ‘오브젝트’ 수익을 멤버들의 정산과 연결하는 시스템을 적용해 팬 참여도를 더욱 활발하게 만들었다.
정 대표는 “제작 손익분기점을 넘기 전 아티스트에게 일정 부분 정산이 이뤄지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팬들의 활동이 아티스트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했다. 이어 그는 “첫발을 잘 뗀 것 같아 기쁘다”며 “앞으로 아티스트와 팬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구조를 더욱 탄탄하게 다져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들이 미쳤다고 말할 때 기획은 완성된다’. 정 대표가 저서 ‘기획의 감각’ 표지에 내세운 홍보 문구다. 그는 마치 자신이 내뱉은 말을 몸소 증명하려는 듯, 모드하우스를 통한 번뜩이는 기획과 실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소속 아티스트 중 트리플에스는 4개의 디멘션이 한꺼번에 신곡으로 활동하는 형태인 ‘트리플에스 미소녀즈’의 첫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고, 아이덴티티는 ‘24인조 데뷔’를 목표로 잡고 활동 멤버 수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이달의 소녀 출신 멤버들로 이뤄진 아르테미스는 각 멤버의 솔로곡 프로젝트로 글로벌 팬들과 만나는 중이다.
정 대표는 “다인원 그룹을 동시다발적으로 활동시키는 노하우는 모드하우스가 대한민국 가요 기획사를 통틀어 가장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웃어 보인 뒤 “저의 강점이자 무기인 스토리텔링과 서사 구축 능력을 모두 쏟아부어 소속 아티스트들이 성공적이고 안정적인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전 K팝 시장이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낙관론자 중 한 명이에요. 모드하우스가 훨씬 더 커질 K팝 시장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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