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나왔다고 일 잘하나”…직원들 다 아는데 윗분은 스펙타령

안병준 기자(anbuju@mk.co.kr) 2025. 11.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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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직자·인사담당자 ‘스펙’ 인식 불일치
인사담당자 74% “채용때 학교 고려해”
정작 재직자 과반은 “업무능력과 무관”
[연합뉴스]
기업 재직자 절반 이상이 출신 학교 등 스펙이 직무 수행에 불필요한 것으로 봤지만, 인사 담당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여전히 채용 과정에서 이를 참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청년 구직자들은 ‘오버스펙’ 경쟁에 내몰리면서 스펙 쌓기에 오랜 시간을 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재단법인 교육의봄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 재직자 62.7%는 출신 학교가 직무 수행에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인사 담당자 74.3%는 채용 과정에서 출신 학교를 ‘참고하거나 반영한다’고 했다. 구직자 10명 중 8명(82.8%)은 출신 학교에 따라 취업 과정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답했다.

교육의봄 관계자는 “직무를 가장 잘 아는 재직자들은 현장에서 학벌이 불필요하다고 보지만, 기업 채용 과정에서는 대부분 출신 학교를 반영하고 있다”며 “이는 청년 구직자를 출신 학교와 학력으로 차별하지 않도록 금지한 고용정책기본법 7조 1항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신 학교에 대한 차별을 의식하다 보니 청년 구직자 상당수는 학벌 개선을 위해 편입 또는 재수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신 학교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한 청년 구직자(82.8%) 가운데 대학교 1학년의 39.5%, 2학년의 80%는 ‘편입을 준비 중이거나 준비할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재직자 300명, 인사 담당자 537명, 청년 구직자 1006명 등 총 184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재단법인 교육의봄의 스펙 다이어트 캠페인 1주년 설문조사.
“‘오버스펙’ 경쟁에 심리적 안정감 얻어”
직무 수행 시 스펙의 필요성에 대한 재직자들과 구직자들 간 인식 차이도 크게 나타났다.

교육의봄은 기업 채용 과정 중 입사지원서에서 기재를 요구하는 12개 항목을 주요 스펙으로 정해 조사했다. 여기에는 출신 학교, 고학력, 학점, 어학점수, 회화능력, 해외 경험, 직무 관련 경험, 직무 관련 자격증, 기타 자격증, 수상 경력, 추가 교육사항, 봉사활동 등이 포함됐다.

조사에 따르면 재직자는 직무 관련 경험(71%)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스펙이 실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반면 청년 구직자는 직무 관련 경험(75.9%)뿐 아니라 직무 관련 자격증(69.3%), 학점(68.9%), 출신 학교(55.7%), 회화능력(53.0%) 5개 스펙 항목에 대해 50% 이상이 ‘취업에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교육의봄 관계자는 “출신 학교를 비롯한 대부분의 스펙이 실무에서는 불필요하지만, 채용 과정에서는 여전히 맹목적으로 요구되고 있다”며 “청년들이 현실적으로 스펙 준비를 포기하기 어려운 현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재단법인 교육의봄이 스펙 다이어트 캠페인 1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
해외 경험, 기타 자격증, 수상 경력, 추가 교육사항, 봉사활동, 어학점수 6개 스펙은 재직자와 청년 구직자 모두 필요성을 낮게 봤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이 입사지원서에서 해당 항목을 필수 또는 선택란으로 유지하고 있어 청년 구직자가 해당 스펙 준비를 강요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개 스펙에 대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청년 구직자의 80% 이상이 해당 스펙을 ‘이미 준비했거나 준비 중이거나 준비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 재학생을 제외한 졸업생 및 졸업유예생 392명에게 ‘현재의 취업 준비가 충분한지’를 묻자, 31.7%는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충분하다’고 응답한 그룹(68.3%) 중 19.2%는 ‘12개 스펙을 모두 준비했다’고 응답했으며, 7개 이상 준비한 비율도 38.0%로 확인됐다.

교육의봄 관계자는 “‘충분하다’는 인식을 갖기 위해 대다수 스펙을 준비해야 한다는 과잉 경쟁이 일상화돼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실제 업무에 필요하지 않은 스펙까지 모두 준비해야만 비로소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오버스펙’ 경쟁의 전형적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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