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소’ 엡스타인 파일은 공개 초읽기
트럼프, 엡스타인 질문 여기자에
“조용히 해, 돼지야” 쏘아붙여

미국 의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있었다고 알려진 미성년자 성 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수사 기록을 공개하라고 결정했다. ‘엡스타인 파일’로 불린 이 자료는 그동안 트럼프의 암묵적 반대로 법무부에서 공개하지 않고 있었지만, 진실을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공화당 일각에서도 비판이 나오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된 것이다. 트럼프와 엡스타인의 관계가 알려진 것보다 더 깊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미 하원(정원 435명)은 법무부에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을 찬성 427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 상원(정원 100명)은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현재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우세한데도 반대표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는 법안의 상원 통과가 가시화되자 소셜미디어에 “오늘 밤이든 가까운 미래 어느 때든, 상원이 언제 법안을 처리해도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에 “대통령은 법안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법무부의 엡스타인 수사·기소 관련 자료 중 기밀이 아닌 문서를 30일 이내에 공개하도록 했다. 일반 대중도 접근할 수 있도록 검색·다운로드 가능한 형식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트럼프와 엡스타인의 관계가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한때 엡스타인과 가까운 사이였지만 2004년 플로리다 팜비치 저택 입찰을 두고 경쟁하며 사이가 틀어졌다고 주장해 왔다. 만약 두 사람이 이보다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했거나, 트럼프가 엡스타인의 성범죄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구체적 증거가 나올 경우 핵폭탄급 위력을 갖게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2일 민주당에서 공개한 엡스타인의 생전 이메일에는 트럼프가 피해자인 미성년 여성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일 공개에 반대했던 트럼프는 비판이 커지자 최근 돌연 입장을 바꿔 “숨길 것이 없다”며 파일을 공개하라고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는 이날 ABC 기자가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의회 표결 없이도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당신은 형편없는 기자이고, ABC의 방송 허가를 빼앗아야 한다”며 화를 냈다. 지난 14일에는 엡스타인 관련 질문을 하는 블룸버그 여기자에게 “조용히 해 돼지야”라고 쏘아붙였다.
파일에 트럼프 관련 결정적인 내용이 없을 경우, 엡스타인 파일을 정치적으로 활용해 왔던 민주당에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무부가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기록 일부만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가 트럼프 지시에 따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파일과 관련해 거론된 민주당 측 인사들을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엡스타인은 2001~2006년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동원해 정·관·재계 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강요한 혐의로 2008년 기소됐고, 125차례에 걸쳐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한 혐의로 2019년 다시 기소됐다. 공개 대상에는 엡스타인이 2019년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한 문서도 포함됐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엡스타인 타살 의혹이 이번에 해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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