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원내대표의 정책실장 제지, 신선하고 반가운 초당파 정치

국회 운영위원장인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18일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고성으로 항의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제지했다. 김 원내대표는 여당 소속으로 김 실장을 옹호해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김용범 실장이 야당 의원에게 한 행동이 도를 넘는다고 판단해 정파를 떠나 자제시킨 것이다.
이날 국힘 김은혜 의원이 서울에 전세로 거주하는 김 실장 딸을 거론하며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청년 주거 형편을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김 실장은 “가족을 엮어서 왜 그렇게 말씀하느냐”고 항의했다. 그는 고성도 질렀다. 김병기 원내대표가 6차례 자제를 요청했지만 김 실장은 항의를 멈추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가 “여기가 정책실장이 화내는 곳인가”라고 하자, 김 실장은 그제야 “송구하다”고 했다.
국회의원이 정부 관리에게 비판적 질의를 하는 건 의무에 속한다. 그 질의가 근거가 없거나 무례할 경우 그 의원은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는다. 때론 치명적이다. 정부 관리도 그 의원에게 항의할 수 있지만 도를 넘어서는 안 된다. 이날 김 실장은 누가 봐도 지나치게 흥분했다. 옆자리에 있던 우상호 정무수석이 수차례 김용범 실장을 말렸지만 막무가내였다.
이런 상황에서 운영위원장으로 여당 원내대표는 ‘같은 편’인 김 실장을 두둔할 수도 있었다. 요즘 민주당 분위기로 볼 때 예상되는 행동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김용범 실장을 제지하고 경고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초당파적인 모습이었다.
지금 많은 국회 상임위에서는 위원장이 갈등을 부추기거나, 상대 당 의원 면박에 앞장서기도 한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일부 상임위원장의 발언 시간은 개별 의원 질의 평균보다 3배 이상 길었다. 주로 자기 정당의 이익을 위한 정파적 발언이었다. 옳고 그름은 뒷전이고 제 정파만 앞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김용범 실장은 운영위가 끝난 뒤 김 원내대표가 자신을 제지한 일에 대해 “위원장으로 정리하려 하신 것이니 말려주셔서 고맙다”며 “부드럽게 답하는 훈련을 하겠다”고 했다. 과거엔 초정파적 모습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국회의장이나 상임위원장이 출신 정당의 무리한 법안 추진에 제동을 걸거나, 같은 정파의 부적절한 장관 후보자를 지적했다. 그런 모습이 정치를 정치답게 하고 정상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금 국회는 여야 수뇌부가 나서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자기 편만 보는 외눈박이가 도리어 정상인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병기 원내대표의 김 실장 질책은 가뭄에 단비 같은 신선함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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