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풀렸으면 대형사고, 아찔”…급습한 개 사육장서 쏟아진 ‘가짜 차부품’
압수한 물품들, 정품가로 1조
최근엔 가짜 화장품·약 판쳐
홈쇼핑 납품까지 시도하기도
“수개월간 잠복 끝에 검거해도
솜방망이 처벌 끝날 땐 허탈”
![고상호 수사관, 이동훈 수사팀장, 강지호 사무관(왼쪽부터)이 정부대전청사에 위치한 지식재산처 특별사법경찰 집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식재산처]](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9/mk/20251119235108341neqq.png)
지난해 부산의 한 호화 주상복합상가, 압수수색 영장을 든 수사관들이 상가 10곳에 동시에 들이닥쳤다. 이곳에서 각종 명품 ‘짝퉁’이 은밀히 유통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몇 달간 잠복과 탐문 수사를 이어온 지식재산처 상표특별사법경찰(상표경찰)이었다.
당황한 상인들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수사관들은 매대에 깔린 상품은 물론 창고 깊숙한 곳에 있던 재고와 마네킹이 걸친 옷, 포장용 비닐봉지까지 모조리 압수했다. 상인들 사이에서 “상표경찰에게 걸리면 박살 난다. 진공청소기처럼 다 쓸어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010년 9월 출범한 지식재산처 상표특별사법경찰과가 올해 출범 15주년을 맞았다. 그간 이들은 총 5563명의 상표권 침해사범을 형사입건하고, 위조 상품 1300만여 점을 압수했다. 압수된 물품들을 정품가액으로 환산하면 1조511억원에 달한다.

흔히 짝퉁이라고 하면 명품 가방이나 시계를 떠올린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수사관들은 “진짜 위험한 건 따로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고태영 수사관은 “최근 몇 년 새 건강과 직결된 의약품, 화장품, 자동차 부품 위조가 급증해 기획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최근 유명 브랜드 ‘K사’ ‘E사’ 등의 짝퉁 화장품이 유통되기 직전에 적발해냈다. 겉보기에는 정품과 똑같았지만, 성분 분석 결과 효능이 전혀 없는 맹물에 향만 첨가한 제품이었다. 이 가짜 화장품들은 정식 유통 채널인 홈쇼핑 납품까지 시도하다 덜미를 잡혔다.
이동훈 팀장은 “심지어 수사관 본인이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산 유명 보습 크림이 가짜라는 걸 알게 된 적도 있다”며 “아무리 똑같아 보여도 온라인에서 지나치게 싸게 파는 제품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 [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9/mk/20251119235111101akof.jpg)
강지호 사무관은 짝퉁의 범위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명품뿐 아니라 저가 상품들도 인기만 있으면 곧바로 짝퉁이 나온다”며 “과거 만화 ‘신비아파트’ 캐릭터 카드가 선풍적 인기를 끌자 중국에서 만든 가짜 카드가 전국 문방구에 유통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짝퉁인 줄 모르고 카드를 산 초등학생들이 울면서 사무실로 수십 통씩 신고 전화를 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범죄 수법은 디지털 전환과 함께 더욱 교묘해졌다. 과거 동대문의 노란 천막 아래 매대에서 이뤄지던 거래가 이제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이브 방송(라방)으로 숨어들었다.
이 팀장은 “요즘 퇴근 후 일과는 밤 10시쯤 시작되는 짝퉁 업자들의 유튜브 라방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라며 “알림이 뜨면 즉시 접속해 증거 영상을 캡처한다”고 말했다. 업자들은 심야에 기습적으로 방송을 켜 물건을 팔고, 방송이 끝나면 영상을 즉시 삭제해 증거를 없앤다. 거래는 대포통장으로만 이뤄져 추적도 쉽지 않다.
![고상호 수사관, 이동훈 수사팀장, 강지호 사무관(왼쪽부터)이 정부대전청사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지식재산처]](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9/mk/20251119235112475syim.png)
오프라인에서도 수법은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강 사무관은 “마약 거래에서나 쓰던 ‘던지기’ 수법까지 등장했다”며 “공급책이 특정 장소에 물건을 던져놓고 가면 판매책이 와서 가져가는 방식이라 추적이 쉽지 않다. 중간 유통망을 잡기 위해 6개월씩 잠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범죄가 지능화·조직화·거대화되고 있지만, 상표경찰은 전국을 통틀어 28명뿐이다. 이같이 적은 인원으로 전국 방방곡곡의 제조 공장과 유통망을 추적한다. 1인당 사건 처리 건수는 연간 12.5건으로, 타 기관 특별사법경찰(평균 3~10건)에 비해 월등히 많다. 그만큼 업무 강도도 만만치 않다.
![고상호 수사관, 이동훈 수사팀장, 강지호 사무관(왼쪽부터)이 정부대전청사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지식재산처]](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9/mk/20251119235113774pgaq.png)
수사관들을 가장 힘 빠지게 하는 건 ‘솜방망이 처벌’이다. 이 팀장은 “수개월간 잠복한 끝에 검거해도 초범은 벌금 200만원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업자들은 반나절이면 벌금을 벌 수 있어 재범률이 매우 높다”고 토로했다.
고 수사관은 “재범률이 워낙 높다 보니 힘들게 잡았던 피의자를 얼마 후 다른 현장에서 또 마주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혀를 찼다. 돈이 워낙 잘 벌리니 가족에게까지 범죄를 권유해 ‘가업’처럼 운영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이 팀장은 “최근 검거한 일가족 유통 조직은 본인 명의 재산은 한 푼도 없으면서 포르쉐 등 최고급 외제차를 5대씩 굴리며 호화 생활을 누렸다”고 토로했다. 강 사무관은 “과거 광주에서 적발한 기업형 짝퉁 물류 업자는 연 순수익만 10억원이 넘었고, 도주 중에도 차명으로 아파트와 외제차를 사들였다”며 범죄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전했다.
![고상호 수사관, 이동훈 수사팀장, 강지호 사무관(왼쪽부터)이 정부대전청사에 위치한 지식재산처 특별사법경찰 집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식재산처]](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1/19/mk/20251119235115075mnof.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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