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틴 파일 공개’ 트럼프 서명만 남아…‘수사 중’ 시간끌 수도

김원철 기자 2025. 11. 1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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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이 18일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틴 관련 연방 법무부 문건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날 하원에서 이뤄진 찬성 427 대 반대 1의 표결 결과는 민주당과 소수의 공화당 이탈파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면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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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와 함께 1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맞이하려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상원이 18일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틴 관련 연방 법무부 문건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같은 날 하원에서 427 대 1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통과된 지 몇시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법안에 서명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는 법안 통과가 확실시된 뒤 입장을 바꾼 것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상원 본회의에서 법안을 즉시 처리하기 위해 만장일치 동의를 요청했고, 아무도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아 법안은 그대로 통과됐다. 법안이 시행되면, 법무부는 30일 이내에 엡스틴과 관련된 모든 수사 문건을 공개해야 한다. 피해자 보호나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된 내용은 검열이 허용되지만, 단순히 정치적 민감성이나 평판 손상 등의 이유로는 비공개할 수 없다.

이날 하원에서 이뤄진 찬성 427 대 반대 1의 표결 결과는 민주당과 소수의 공화당 이탈파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면서 이뤄졌다.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루이지애나 출신의 극우 성향 공화당 의원 클레이 히긴스였다. 투표에 앞서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은 기자회견에서 법안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정치적 역풍을 우려해 결국 찬성표를 던졌다. 그는 “우리는 모두 ‘투명성에 반대했다’는 비난을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엡스틴 파일을 공개하려면 의회 투표까지 갈 것도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공개를 명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 법안이 상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를 추진 중이던 3명의 공화당 여성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백악관 참모진을 동원해 “행정부에 대한 적대 행위”라는 위협성 경고까지 보냈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압박 작전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회의 표결을 피할 수 없게 되자 “공화당 의원들은 엡스틴 문건 공개 법안에 찬성하라. 우리는 숨길 게 없다”며 돌연 입장을 번복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자신이 공화당을 철저히 장악하고 있다는 철권통제가 이 표결을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결국 피할 수 없는 현실에 굴복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하더라도, 공개될 정보를 실질적으로 제한하거나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틴 문건의) 모든 증거가 민주당을 가리키고 있다”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민주당 기부자인 리드 호프먼 등을 조사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한 바 있다. 팸 본디 법무장관에게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된 부분을 공개하지 않을 권한이 있다는 점을 노려, 별안간 수사를 지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시엔엔은 앞으로 법무부가 취할 전략으로 “진행 중인 수사 탓에 문서 공개가 불가능하다며 시간을 끌려는 시도”를 하거나 “공개하되, 특정 인물의 세부 정보, 이름, 기타 정보를 가려둘” 수 있다고 짚었다. 아니면 아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사소한 언급은 묻히길 바라며, 다른 저명인사들에게 의혹을 제기하는 방대한 문서를 공개할 수도 있다”며 “그래도 가장 큰 관심은 대통령에게 쏠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정유경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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