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말아도, 말아먹는다… K푸드 열풍에도 김밥집 줄폐업

김지원 2025. 11. 1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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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값 급등… 많이 팔수록 손해
고정비 상승도 경영난 악화 요인
서민음식 인식 탓 가격인상 눈치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전세계가 김밥에 열광하고 있지만 정작 경기도 내 김밥집은 웃지 못하고 있다. 원재료가 급등과 높은 임대료, 인건비 부담 속에서도 가격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문을 닫는 게 현실이다.

19일 오전 수원의 한 분식점. 출근길 손님들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직원들이 김밥을 쉴 새 없이 싸고 있었다. 최근 인근 김밥 전문점이 문을 닫으면서 이곳으로 손님이 몰려 평소보다 김밥을 더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 사장 A씨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A씨는 요즘은 김밥을 많이 팔수록 오히려 손해라고 토로했다.

이곳의 김밥 가격은 3천500원으로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경기도 평균 김밥 가격 3천545원에 근접하다. 도내 평균 김밥 가격은 지난 2021년 2천741원을 기점으로 5년 새 800원 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의 한 김밥 전문점. 원재료와 고정지출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2025.11.19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반면 김밥에 들어가는 원재료 가격은 해마다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이달 도내 마른 김 소매 가격은 10장 기준 1천500원이다. 2021년 평균가는 970원이었다. 김밥 가격이 30% 상승한데 비해 김 가격은 87% 상승한 것이다. 작황에 따라 최대 60~70%까지 차이나는 당근, 시금치 등 속재료 값도 문제다.

인건비와 임대료, 전기요금 등 고정비도 상황을 악화시킨다. 2021년 8천720원이던 최저임금은 올해 1만30원으로 15% 상승했고, 같은 기간 1kwh 당 102.4원이던 전기요금은 올해 179.2원으로 75%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밥 전문점과 분식점의 폐업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방행정 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도내 김밥 전문점은 2021년 151곳, 2022년 152곳, 2023년 179곳이 문을 닫았고 지난해에는 200곳으로 폐업 수가 가장 많았다. 올해도 이달 현재까지 174곳이 폐업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도내 한 김밥 전문점이 폐업해 상가 임대 공고문이 붙어있다. 2025.11.19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김밥을 포함한 분식점 폐업도 5년간 총 540곳에 달하며 올해 들어서만 142곳이 폐업해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창업 후 1년도 되지 않아 문을 닫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 새로 영업허가를 받은 김밥 전문점 191곳 중 24곳이, 분식점 133곳 중 17곳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 점포 수는 계속 늘지만 김밥 한 줄 가격을 올리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서민 간편식이라는 인식에 100원만 올려도 손님이 발길을 돌릴까 두려워 눈치만 본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도내 한 김밥 전문점 사장 김모(62)씨는 “김밥과 같이 주문하는 음식으로 마진을 남기지 김밥만 가지고는 더 이상 가게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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