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 詩로 하나된 무대
한-러 관계 냉각 속 문화 교류 잇는 촉매 역할
한국과 러시아의 수교 35주년을 기념하는 알렉산드르 푸슈킨 시(詩) 낭송회가 1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한국의 뿌쉬낀문화원(원장 김선명)과 주한 러시아대사관(대사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러시아 대외협력청, 루스키미르 재단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냉각된 양국 관계 속에서도 문화 교류의 가닥을 잇는 자리로 주목받았다.

이날 행사는 이종걸 전 국회의원이 한용운 선생의 대표작 ‘님의 침묵’ 낭송을 시작으로 알렉세이 사베트코 주한 러시아 무역대표부 부부가 안나 아흐마토바의 시 ‘용기(무제스트보)’, 안나 스테벤코바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가 콘스탄틴 시묘노프의 ‘나를 기다려줘, 내가 돌아갈테니(쥐지 미냐, 이 야 베르누시)’,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이 심훈의 ‘그날이 오면’을 차례로 낭독했다.
한국과 러시아 근·현대 문학이 함께 울려 퍼지며 전쟁·상실·희망의 정서를 공유하는 무대로 꾸며졌다.

푸슈킨 시 낭송회는 2015년 뿌시낀문화원과 주한 러시아대사관이 주최한 푸슈킨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출범, 올해 11회째를 맞았다. 단순한 문학 행사를 넘어 양국 문화 외교의 ‘상징 행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는 축사에서 “한국과 러시아는 올해로 수교 35주년을 맞았지만 교류의 뿌리는 훨씬 깊다”며 “지난해는 극동 한인 이주 160주년, 조·러 우호통상조약 140주년을 기념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푸슈킨 시 낭송회는 양국 국민 모두가 친숙하게 느끼는 문학적 유산을 매개로 한 대표적 문화 행사”라며 “러시아에서도 K팝과 한국 영화가 큰 인기를 얻고 있고, 최근엔 문학까지 K컬처가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선명 뿌쉬낀문화원장은 “올 시 낭송회는 전쟁의 상흔을 기억하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기획이다”고 설명했다. 또는 “올해는 광복 80주년과 러시아의 전승 8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피로가 깊어진 이 시대에 시가 줄 수 있는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낭송된 네 편의 시는 전쟁 속에서도 인간이 잃지 말아야 할 사랑과 희망을 담고 있다”며 “무엇보다 종전과 한·러 관계의 복원을 염원하는 뜻을 담았다”고 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1년 푸슈킨 탄생일인 6월 6일을 ‘러시아어의 날’로 제정했다. 동시에 루스키미르 재단을 통해 해외에 러시아센터를 세우고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언어·문학 외교를 확대해왔다.

뿌쉬낀문화원은 이와 연계해 국내에서 러시아어 백일장, 문학 강연 등을 포함한 ‘푸슈킨 페스티벌’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한편, 지난 2013년 롯데호텔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푸슈킨 동상’ 제막식이 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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