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창고형 약국 또 '상륙'···정부 규제 예고에 개장 '붐'?
다품목·가성비에 소비자 평가 양호
업계, 의약품 유통 질서 저해 등 우려
복지부, 국감서 과장광고 규제 시사
"불이익 피하자" 개점 러시 분위기도

'매장형' 혹은 '창고형'이라 불리는 대형 약국이 전국적으로 확산세인 가운데, 울산도 첫 매장(본지 2025년 10월 15일자 7면 보도)이 생긴지 불과 한달 만에 '2호점'이 생기며 이를 실감케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국정감사에서 약사법 개정 등 규제를 예고하고 있어, 불이익을 받기 전에 대형 약국 개장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오전에 찾은 울산 북구 진장동에 위치한 롯데마트. 주차장 입구부터 '약국 GRAND OPEN'이라 적힌 현수막이 이곳저곳에 나붙여 있었다. 주차장을 나와 마트 안으로 들어가니 계산대 바로 옆에 홍보한 약국이 입점해 있었다.
약국 왼쪽 벽에는 고정형 진열대를 일렬로 길게 나열해놓고, 오른쪽에는 진열대를 듬성듬성 틈을 두고 설치돼 있었다. 진열대에는 최소 수백가지의 건강기능식품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고객들은 이곳저곳을 둘러다니며 약을 든 채 스마트폰으로 가격대를 비교하느라 바빠 보였다.
마트를 찾은 박모(37·북구 화봉동) 씨는 "세일하는 품목이 있어서 사러 왔다가 큰 약국이 차려진 걸 보고 무심코 들어오게 됐다. 약값을 잘 몰라서 막 가격이 싼지는 모르겠는데, 종류는 확실이 많은 것 같다"라며 "요새 독감이 유행이라 감기약이랑 해열제 정도만 샀는데, 계산대에서 약사가 흰 가운을 입고 이것저것 설명해줘서 일반 약국이랑 큰 차이는 못 느꼈다"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정식 개장한 이 약국은 약 330㎡(100평) 규모로, 울산에서는 지난달 7일 역시 진장동에 문을 연 대형 약국에 이어 두번째다.
이같은 대형 마트는 이른바 '매장형' 혹은 '창고형' 마트로 분류되는데, 기존 약국에 비해 약 가격이 싸고 다양한 제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한약사회 등 제약계는 복약 지도가 제한적인 구조인 만큼 의약품 오남용과 약화사고 위험이 커 약사의 전문성과 국민 건강을 해친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 대형 마트로 인해 동네 슈퍼마켓 및 소형 마트가 어려워져 사라졌듯 동네 약국 생존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울산의 한 약사는 "최근 등장한 창고형 약국은 일반 약국들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대량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일반 약국과는 비교된다. 건강기능식품이 매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저렴한 가격에 지속적으로 먹는 제품은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일반 약국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창고형 약국이 생기는 분위기지만 많은 약사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고 들었다"라고 전했다.
이같은 논란은 지난 15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형 약국으로 인해 의약품 유통 질서가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에 "전체적인 의약품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면밀하게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라면서 "단기적으로는 '최고·최대 마트형 특가'와 같은 불필요하게 소비자를 오도하는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시행규칙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규제를 시사하면서 이같은 대형 약국의 개장은 오히려 더 속도 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러 불이익이 예상되는 현행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에 여태 물밑 작업 중인 약사와 업체 등이 대형 약국 개장을 더 서두를 거란 관측이다.
제1호 창고형 약국을 표방하며 경기 성남에 대형 약국이 개장한 후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전국에 문을 연 330㎡ 이상의 대형 약국은 19개로 추정된다. 세부적으로는 서울·경기에 13개, 전북 2개, 광주 1개, 대구 1개, 울산 2개가 분포돼 있다.
한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서 규제를 언급하면서 대형 약국 개설에 간을 보거나 준비 중에 있던 약사와 업체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올해 안으로 최소 20곳이 넘을 것"이라며 "이같은 약국 개설 과정에서 약사 면허대여 등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보건소의 형식심사 행태를 개선해 철저한 검증 철차를 확립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