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대신 일터로’ 특성화고 고3들…“정답은 하나가 아니니까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19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지 일주일가량 됐지만, 정답 확인과 수시 모집으로 고3들은 여전히 분주하다.
권기승 서울공고 교사는 "수능에 응시하지 않는 특성화고 학생들은 '공부를 포기했다'는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대입이 인생의 분기점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능을 치르지 않은 고3 학생은 전체 고3 재학생의 16.5%인 7만여명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h730’을 쳐보세요.)
19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지 일주일가량 됐지만, 정답 확인과 수시 모집으로 고3들은 여전히 분주하다. 대학 진학률이 70%대로 온 나라가 수능에 들썩이는 분위기 속에서 수능과 한발 떨어져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 3학년인 김양빈(18)군은 수능이 있던 지난 13일 아침, 수능 시험장이 아닌 자동차 정비센터로 향했다. 그는 지난 9월부터 서울 서초구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에이치에스효성더클래스 서비스센터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 주한독일상공회의소와 독일 완성차 브랜드들이 함께 마련한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에 선발된 덕택이다. 이 프로그램은 청년을 대상으로 전문 자동차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공부보다 기계를 만지고 현장에서 일하는 건 잘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어요.” 입시 레이스를 치르는 ‘흔한 고3’들 사이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고3’이라는 생각도 들곤 하지만 업계가 인정해주는 곳에서 일을 배우게 돼 대학 합격증이 부럽지 않단다. 그는 “그 누구의 길도 정답은 아니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수능은 중요한 관문이니 노력을 존중받아야 한다”며 “우리처럼 다른 분야에서 노력하는 학생들도 인정받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양빈군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김병훈(18)군도 수능날 오전 11시께 집을 나섰다. 또래 친구들이 수능 2교시 수학 영역을 치르고 있던 시각이다. 병훈군은 운전면허 실기 시험을 치렀다.
그는 코딩을 좋아해 특성화고에 지망했다고 했다. 바로 취업할 생각으로 공기업 입사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뒤 전문대 진학으로 진로를 수정했다. 그가 염두에 둔 전문대는 수능 점수를 필요로 하지 않아, 이번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 수능이 끝나면 여러 기업에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하니 수험표를 받을 요량으로 시험에 지원해볼까 잠시 생각은 했지만 이내 접었단다. “공짜가 아니니까요.” 수능 응시 수수료는 3만7천~4만7천원이다. 병훈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고3까지 공부를 하고, 시험 한방에 인생이 결정되는 게 싫다”며 입시 위주 교육에 대한 속마음도 내비쳤다.
수능일 이튿날 병훈군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등교해 전기를 공부했다. 전기 기사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다. “공고생이라고 무시하는 어른들을 만날 땐 기분이 상해요. 하지만 일찍 사회에 나가려고 하는 저를 부러워하는 친구들은 많아요. 제 삶을 일찍 설계한 것에 후회는 없습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대입 중심의 고교 체계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를 뒷받침하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기승 서울공고 교사는 “수능에 응시하지 않는 특성화고 학생들은 ‘공부를 포기했다’는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대입이 인생의 분기점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자의 진로를 존중하는 인식 전환과 함께, 기술 인력을 키우는 직업 교육 등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수능을 치르지 않은 고3 학생은 전체 고3 재학생의 16.5%인 7만여명이다. 전문대를 포함한 대학 진학률은 2008년(83.8%)에 정점을 찍은 뒤 현재 70% 초반대로 낮아져 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신안 해상서 267명 탄 여객선 좌초…3시간 만에 승객 전원 구조
- 통발에서 사라지는 미끼…카메라에 잡힌 ‘의외의 범인’은?
-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김건희 오빠 김진우 구속영장 기각
- “국무회의 참석자 직접 골랐나” 묻자…윤석열 “생각나는 사람 전화했다”
- 삼성전자 내부망에 직원 민감정보 그대로…노조, 근로감독 신청
- 미국 몰래 시작한 한국 첫 잠수함 장보고함, 34년 임무 완수
- 검찰조직 장악 ‘믿을맨’ 전면에…‘항소 포기’ 논란 정면돌파
- “조용해라 돼지야”…트럼프, ‘엡스틴’ 질문 기자 향해 폭언
- ‘감치 선고’ 김용현 변호사 2명, 서울구치소 수용 거부로 석방
- ‘론스타 승소’ 호재에도…민주, 대대적 홍보 못 하는 까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