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웅, 나눔의 예술로 남긴 기록과 인연

정유진 기자 2025. 11. 19. 17:2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4년부터 광주시립미술관에 2천300여 점 기증
올해 회고록 등 3권 출간…"삶에서 얻은 철학 담아"
청년작가초대전 ‘빛 2025’ 내년 2월 15일까지
강철규·김자이·장미·최지목, 총 40여 점 전시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광주는 저에게 가장 인연이 깊은 도시입니다. 그 인연 덕분에 행복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재일동포 2세이자 평생을 예술 수집과 기증에 헌신해온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이 한국을 찾았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그는 2004년부터 광주시립미술관에 2천300여 점의 작품을 기증하며 '예술은 나눔'이라는 메세나 정신을 실천해왔다. 그의 뜻을 기려 2001년부터 시작된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은 청년작가 발굴과 육성을 목표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2026년 2월 15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열리는 제25회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빛 2025'는 전국 4개 권역에서 추천된 청년작가 4인의 실험적 시선과 예술적 사유를 조명한다.

하 명예관장은 깊은 감회와 함께 지난 25년을 돌아보며 청년작가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재일동포 2세로서 평생을 예술 수집과 기증에 헌신해온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한번 '예술은 나눔'이라는 철학을 되새겼다.

하 명예관장은 "예술은 나눔이다. 작품을 기증하는 일은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제 삶의 일부이자 사회와의 대화다"며 "미술관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예술가와 시민이 소통하는 장이어야 한다. 앞으로도 하정웅미술관이 그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제25회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빛 2025'가 개막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하 명예관장은 광주시가 미술관을 설립하고도 작품이 없어 개관하지 못하던 시절을 회상하며 " 광주에서 도움을 요청했다. '키워주고, 도와주고, 사랑해 달라'는 그 말이 제 마음을 움직였고, 하나의 기회가 됐다. 덕분에 좋은 인연을 맺고, 좋은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광주에만 2천603점을, 전국적으로는 2만여 점에 달하는 작품을 기증했다.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예술을 통해 사회와 대화하고자 했던 그의 철학이 담긴 행보였다.

그는 청년작가초대전에 대해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고, 사회와 예술을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 그들의 시선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비추는 빛이다"며 "젊은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전시를 보면서 나는 지난 25년 동안 어떻게 성장했을까에 대해 생각해 봤다. 인생은 무상하고, 많은 것들이 흘러가고 잊히지만 예술은 그 순간을 붙잡아 남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세대 간 예술의 다리를 놓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기회를 고맙고 아름답게 생각한다. 이 전시는 후배들에게 연결하는 자리이자, 제 삶의 일부다"며 "수집가로서 살아왔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정신을 이어가는 일이다. 50년, 100년 뒤에 후배들과 후손들에게 남기는 유산이다"고 덧붙였다.

하 명예관장은 지난 1년 동안 세 권의 책을 펴냈다. 자신의 회고록과 언론 보도 자료, 작가들과의 인연을 담은 기록이다. 그는 "배움이 많지 않았지만 사회에서 배운 것들이 많다. 그 점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며 "그 안에는 나의 철학과 정신이 담겨 있다. 예술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시각장애인들과의 교류는 큰 의미였다"고 말했다.
 
제25회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빛 2025' 참여 작가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지목, 김자이, 장미, 강철규 작가.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이번 전시는 강철규(대전), 김자이(광주), 장미(대구), 최지목(경기) 등 4명의 작가가 참여해 총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들은 각자의 삶에서 비롯된 질문과 감정을 예술로 형상화하며,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제시한다.

강철규는 내면의 불안과 분노, 모호성을 시각화한 설치작품 '수치' 등을 통해 자아의 심리적 기제를 탐구한다. 김자이는 '휴식의 기술 ver. 헤테로토피아'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쉼'의 소리를 수집해, 관객이 현실을 벗어난 감각적 경험을 하도록 유도한다. 장미는 도시의 소멸과 재생을 주제로 한 회화 작업을 통해 공간과 기억의 관계를 성찰한다. 최지목은 '소멸하는 흰색' 시리즈를 통해 존재의 경계와 사라짐의 미학을 탐색한다.

전시는 무료 관람이며, 하정웅미술관 1층에서 진행된다.

윤익 광주시립미술관장은 "하정웅 관장의 나눔 정신처럼 선한 영향력과 예술적 사례를 지속적으로 남기고 싶다"며 "이번 전시가 끝난 뒤에도 다양한 프로그램과 협업을 통해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